”술을 한 잔 마신 밤“

by 황수선화

술을 한 잔 마신 밤/황수선화


나무의 향이 나는 술을 마셨습니다.

감정에 조금 솔직해진 날입니다.

원래도 솔직했을지 모르겠지만요


기분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아니 눈물이 고이는 걸 보니 슬픈 건가요.


나의 글은 항상 빛이 사라진 어두운 밤에 탄생합니다.

그 밤은 나의 마음을 대변하기 때문입니다.

어두워 한켠의 구석에 웅크린 내가 보이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떨어트리는 눈물도 가려집니다.


무섭습니다. 두렵습니다.

내가 잊혀지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까 봐

나는 강하지 않은데 강한 척을 하는 내가 밉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밝아지는 이 세상과 달리

나는 항상 그 밤에 갇혀 나를 꺼내주지 않고 있는데

모든 것을 아름답게 비춰주는 일출의 온도와 다르게

나는 항상 일몰의 잔향을 맡고 있습니다.


걱정이 됩니다. 울고 싶습니다.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나를 하찮게 볼까 봐

돌아선 그 마음을 직면하게 될까 봐 항상 두려운

마음속에 갇혀 하루를 살아갑니다.


술이 싫습니다.

맛있다는 감정을 느껴 본 적이 없을뿐더러

닫아놓은 감정을 강제로 상자 열듯이 벌려버리는 것이

괘씸합니다. 치욕스럽기까지 합니다.


오늘은 술을 마셨습니다.

어두운 밤이 저의 목을 조르기 때문입니다.

구석에 웅크린 저는 눈물을 흘립니다.

무섭습니다.

얼른 해가 떴으면 좋겠군요


글을, 읽어주셔서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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