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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리연구가 한두성 Oct 14. 2021

중국집 잡채밥 만들기(중식 당면 사용)

요리가 수필이 되는 시간



다들 한 번쯤 가까운 누군가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가? 이별이 아닌 사별 말이다. 이번에 나는 3번째 사별을 했다. 1살 때는 외할아버지를 9살 때는 친할아버지 그리고 지금은 외할머니를 떠나보냈다. 외할아버지는 내가 너무 어릴 적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친할아버지의 죽음이 첫 장례로 기억이 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와 자주 왕래를 하거나 같이 지내는 경우가 드물 것이다. 그만큼 슬픔의 크기가 어떨지 모르겠다. 나는 부모님의 맞벌이로 주말이면 항상 친할머니 댁과 외할머니 댁에서 지냈다. 그 덕분에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추억이 많이 있다. 

 

외할머니께서는 20대에 시력을 잃으셨다. 돌아가실 때까지도 내 얼굴, 손주들 얼굴을 한번 보지 못하셨다. 아마 가늠은 하셨을 것이다. 외할머니를 뵈러 가면 항상 내 얼굴과 손을 하나하나 더듬으며 자신의 머릿속에 모습을 그리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야 내 이름을 불러주시곤 하셨다. 외할머니께서는 특히 자신의 가방에 들어있는 돈을 소중히 하셨는데 나에게는 아낌없이 용돈으로 주시곤 하셨다.

 

또 외할머니는 앞이 보이지 않으심에도 더듬거리며 주방으로 가셔서 항상 라면을 끓여주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많은 음식을 차리지 못하시더라도 라면만큼은  끓여주고 싶으셨나 보다. 그리고 손주들에게 맛있는 것들을 만들어주지 못해 마음이 아프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마저도 이제는 먹을 수 없다.

 

외할머니께서는 어느 순간 구부러진 허리와 다리로 걷지 못하게 되시고 청력까지 잃어가셨다. 2년 전부터 워낙 몸이 좋지 않으셔서 언제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부고 소식에도 큰 충격과 눈물은 나지 않았다.

 

눈물이 나기 시작한 것은 외할머니 장례식장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였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외할머니의 왜소한 뒷모습이 보였다. 항상 휴지로 바닥을 청소하시던 그 모습이었다. 꼭 보청기를 해드리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도 지키기 못했다. 그렇게 떠나보냈다.

 

모든 것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살아계시다가 한순간에 시신이 되고, 불속에서 뼈만 남아 가루가 되어가는 그  과정에 모든 존재가 허무하게 느껴졌다. 처음으로 화장까지 하는 장면을 보니 충격이 컸다. 


모든 것을 뒤로하고, 더 열심히 내 일에 몰두하며 살아야 하는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인가? 아직까지 답은 나오지 않았다.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하는 시간이다.

 


레시피를 보러 방문했는데 우울해졌는가? 열심히 먹고, 열심히 사는 것의 중요함을 더 느껴보자. 산사람은 오늘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슬픔은 슬픔대로, 허기는 허기대로 제 역할을 다할 뿐 우리도 오늘의 레시피에 열과 성을 다해 만들어보자.

 

중식 잡채밥은 한식 잡채와는 약간 다르다. 한식 잡채는 재료 하나하나를 볶아 당면과 간장에 버무리는 방식이다. 반면 중국식 잡채는 당면이 조금 더 굵고, 고추기름을 사용, 각종 재료와 함께 센 불에 볶아내는 방식이다.

 

그래서 맛을 비교해 보면 중국식 잡채가 향과 맛이 더 강하다. 모든 음식에는 정성이 들어가지만 중식 잡채보다 한식 잡채가 손이 더 많이 간다. 간단하게 만들어 먹기에는 중국식 잡채가 좋다. 잡채 만드는 방법을 알면 고추잡채와 양장피의 야채볶음을 만드는데 수월해진다. 그럼 중식 잡채밥을 만들어보자.

 

- 잡채밥 재료 -

 

※ 컵=종이컵, 큰 술=쇠숟가락

중식 당면 100g

양배추 1/6 통

양파 반 개

당근 소량

피망 반 쪽

대파 1/3 개

돼지고기(안심 또는 등심) 20g

식용유 1 큰술

간장 1 큰술

다진 마늘 1/3 큰술

미림 또는 정종 1 큰술

고추기름 1 큰술

참기름 1/2 큰술

물 1/2 컵



- 만드는 방법 -

 

1. 중식 당면 100g을 물에 약 2~3시간 불려준다. 항상 당면을 불려놔야 한다.



2. 양배추 1/6 통, 당근 소량, 양파 반 개, 피망 반쪽을 채 썰어준다. 대파는 총총 썰어준다.



3. 양배추, 당근, 양파, 피망을 한 곳에 담아 섞어준다.



4. 돼지고기 20g을 결 방향으로 채 썰어준다. 결 반대 방향으로 썰면 볶을 때 긴 모양이 나오지 않고, 잘린다.

 


5. 팬에 식용유 1 큰술을 넣고 돼지고기를 볶아준다.



6. 고기가 익으면 대파 1 큰술, 다진 마늘 1/3 큰술을 넣어 볶아준다.



7. 간장 1 큰술, 미림 또는 정종 1 큰술을 넣는다.



8. 섞은 야채를 한 움큼 집어넣어 볶는다.



9. 굴 소스 1/2 큰술, 미원 1/3 큰술을 넣어 볶는다.



10. 물 1/2컵을 붓고, 불린 당면을 넣어 준다. 당면을 데쳐서 넣을 경우 물 1/3 컵만 넣어준다.



11. 참기름 1/2 큰술, 고추기름 1 큰술을 넣어 마무리한다.


다른 중식집들과 다른 점이라면 물 또는 육수를 충분히 넣어 조리한다는 것이다. 보통 잡채밥을 먹다 보면 뻑뻑하거나 밥과 잘 섞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2가지를 주의하면 되는데 첫째, 당면의 길이를 짧게 잘라주면 좋다. 당면이 너무 길 경우 숟가락으로 잘 떠지지 않는다. 

 

4~5cm 정도, 중지 길이로 잘라주면 숟가락으로 푸기 용이하다. 둘째, 육수나 물을 넣어 촉촉하게 만들어준다. 당면은 물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사전에 물을 충분히 부어주는 것이 좋다. 먹기에도 부드럽게 먹을 수 있고, 밥에 양념을 비벼 먹을 수 있어 좋다.



 중식 당면은 넓적 당면, 굵은 당면 그리고 중간 굵기의 당면이 있다. 나는 중간 굵기의 당면을 추천한다. 굵은 당면은 양념이 배는데 시간이 걸리고, 간을 세게 해야 한다. 한식 당면보다 약간 더 굵은 것이 양념도 잘 배고 좋다. 

 

원래 중식 잡채는 고추기름을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한국인의 입맛에는 간장을 베이스로 한 잡채가 익숙하고, 입맛에 맞다. 간장과 고추기름의 비율을 잘 맞춰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중식당을 했을 당시 손님들도 잡채밥을 맛있게 드셨고 인기 메뉴였다. 


가정에서는 화력이 그만큼 나오지 않지만 기존의 잡채밥 레시피들 보다 맛있는 잡채가 만들어질 것이다. 잔칫상에 빠지지 않는 잡채를 좀 더 간단하고, 맛있게 만들어보자.

 

심플더웍 요리연구가 한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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