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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리연구가 한두성 Oct 05. 2021

이 레시피 하나면 당신도 카레왕!

카레의 풍부한 영양소

창밖 매미소리에 잠에서 깼다. 주섬주섬 몸을 일으켜 노트북을 켜고, 기지개도 켠다. 멍하니 앉아 창밖을 바라본다. 오늘 햇빛은 쨍쨍, 바람은 스산히 부는 날이다. 태풍이 온다더니 영향이 있나 보다. 위잉~노트북 소리와 멍하니 앉아 있는 몸뚱이 하나 이 정적이 나는 좋다. 잠시나마 쉬는 기분이 들기에 이런 분위기를 좋아한다.

 

요리를 주업으로 하고 있어 항상 작업 환경이 조용할 날이 없다. 저벅저벅 손님 들어오는 소리와 함께 띵동 띵동 주문 들어오는 소리, 타당 타당 팬 돌리는 소리, 탕탕탕 칼질 소리, 쨍그랑! 오늘도 역시나 누군가 접시를 깼다. 바람 잘 날이 없다.

 

시끌벅적한 소리와 함께 시작한 일은 점심시간이 끝남과 동시에 아주 조용해진다. 연예인들이 무대에 선 후 무대가 끝이 나면 공허함이 찾아오고, 평범해지는 기분이라고 하는데 비슷한 기분일까? 어찌 됐든 고요한 침묵의 시간이 나는 좋다.

 

보통 쉬는 날이면 혼자 조조영화를 보러 간다. 사람이 얼마 없어 조용히 영화 관람이 가능하기에 조조를 선택한다. 요즘은 코로나로 더 조용해서 좋다. 영화를 보고 나서 바로 마트로 향해 장을 본다.


"쉬는 날에도 요리를 놓지 못하다니 대단하다 정말"이라고 생각도 한다. 그래도 나를 위한 든든한 한 끼를 차려먹으면 휴일을 알차게 보낸 것 같다. 이제는 하나의 패턴이, 하나의 의식이 되었다.



"오늘의 요리는 무엇을 만들까?" 찬찬히 마트를 돌아보며 생각한다. 그날그날 눈에 띄는 재료들이 있다. 신선하고 빛 좋은 재료를 보면 레시피를 마구 떠올리게 된다. 컨디션에 따라 만들기도 하지만 잘 생각이 나지 않을 땐 이 방법이 도움이 된다. 한번 시도해봐도 재밌을 것이다.

 

오늘은 고구마가 눈에 띄었다. 그 옆에 주황빛 당근이 차례로 눈에 띈다. 생각 회로 돌리기... 오늘 요리는 카레다! 보통 감자와 당근을 보면 카레를 떠올릴 텐데 의아한가? 고구마로 만든 카레도 제법 맛있다.

 

고구마 밥을 할 게 아니라면 카레에 고구마를 넣어 보아라. 카레의 짠맛과 고구마의 단맛이 단짠단짠을 입안 가득 채워 줄 것이다. 고구마 하나, 양파 하나, 당근 하나, 카레 가루 한 봉지, 돼지고기를 장바구니에 넣고, 집으로 향한다.


다른 조미료가 필요 없으니 간편하다. 재료를 꺼내놓고, 요리할 준비를 한다. 재료들을 깨끗이 씻어 준비한다. 이제 준비가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카레 만들기를 해보자.



- 카레 재료 -

 

※ 컵=종이컵 기준


카레 가루 100g(4인분)

돼지고기(안심) 200g

고구마 1/2 개

양파 1/2 개

당근 1/3 개

물 2컵 반

식용유



- 만드는 방법 -

 

1. 고구마를 엄지손톱 크기로 깍둑 썰어준다. 당근도 고구마 크기로 썰고, 양파도 엄지손톱 크기로 잘라준다. 안심도 같은 크기로 잘라준다. 카레에 돼지고기 안심을 쓰게 되면 상대적으로 기름기가 적은 부위로 카레의 맛을 해지지 않는다.

 

2. 팬에 식용유 3 큰술을 두르고 센 불로 가열한다.


 

3. 양파를 넣어 노릇노릇 색이 진해질 때까지 오래 볶아 준다. 충분히 볶아주면 단맛과 감칠맛이 배가 된다.



4. 돼지고기 안심을 넣고 마이야르 반응(갈색)이 날 때까지 볶아준다. 고기의 맛을 더욱 살릴 수 있다. 재료를 잘 볶아주는 것이 이번 카레 레시피의 핵심이다.



5. 고구마와 당근을 넣고, 2분 정도 볶아준다.


 

6. 카레 가루에 물 2컵 반을 넣어 개어준 후 복은 야채에 넣어준다. 침전물이 가라앉아 있으니 잘 섞어가며 부어준다. 팬에 바로 물을 붓고, 카레 가루를 넣어도 되지만 가루가 잘 풀리지 않고, 응어리질 수 있다. 가끔 카레를 먹다가 응어리진 카레를 먹고 인상을 찌푸린 경우가 있을 것이다. 카레 가루를 잘 풀지 않아서 생긴 것이다.


 

7. 카레가 가라앉아 팬 밑바닥에 눌어붙을 수 있으니 잘 저으며 끓인다.



8. 카레가 끓으면 약 불로 줄여주고, 고구마가 익었는지 확인해 준다. 센 불로 계속 가열하면 수분이 증발해 간이 세질 수 있다. 고구마가 익으면 불을 끈다. 카레가 완성됐다.

 

카레는 김치와 아주 잘 어울린다. 특히 파김치나 총각김치와 먹는 것을 좋아한다. 카레와 함께 입에 넣으면 아삭아삭한 식감을 가미해 주어 더욱 풍성한 하모니를 만들어 낸다. 거기에 파를 송송 썰어 넣은 란 국물 한입이면 말 안 해도 알 것이라 생각한다. 다들 침이 고이고 있을 것이다. 나도 침이 고인다.

 

카레는 특히 자취생들에게 간단하고, 영양 있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한번 해놓으면 여러 번 먹을 수 있다. 자취생들은 대체로 끼니를 챙겨 먹지 않고, 배달음식을 시켜 먹거나 대충 차려먹기 쉽다. 그런 이유로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피로하고, 눈 밑이 떨리거나 손톱이 깨지거나 입술이 찢어지는 등 몸에 신호가 많이 나타난다. 철분, 셀레늄, 칼슘, 비타민A, 비타민B, 비타민C, 리보 플래빈, 마그네슘이 부족하여 생기는 신체 현상이다.

 

카레의 주재료인 강황에는 미네랄이 풍부하고, 철분, 칼슘, 비타민B, 커큐민 성분이 풍부해 우울증 완화에 좋다. 당근에는 셀레늄, 비타민 A, 칼슘, 비타민B 등이 있어 야맹증, 혈관 건강, 노화 에방에 좋다. 양파는 비타민 B, 비타민 C, 칼슘, 인, 철분 등이 있어 심혈관 질환, 인슐린 촉진, 활성산소 억제에 좋다.

 

고구마는 식이섬유, 칼슘, 비타민A, 비타민C 등이 풍부해 고혈압 예방, 변비, 활성산소 제거에 좋다. 마지막으로 돼지고기 안심에는 지방이 적고, 셀레늄, 칼슘, 철분, 비타민A-B-C-E 등이 함유되어 있어 노화 방지, 빈혈, 원기회복, 성인병 예방에 좋다. 이렇게 카레 하나로도 영양을 섭취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음식이다.


Photo by Yulia Khlebnikova on Unsplash



실제로 대학생 시절에 눈 밑이 자주 떨렸는데 이럴 때 카레를 먹으면 괜찮아졌다. 식비를 절감하는데도 좋은 음식이다. 여유가 된다면 해물을 데쳐 짠맛을 없애고 완성된 카레에 넣어 살짝 볶아주면 해물 카레가 된다.

 

그밖에도 물 없이 볶는 카레가 있다. 채수로만 만드는 방식이다. 토마토를 활용하여 만든 카레인데 카레와 토마토가 썩 잘 어울린다. 좀 더 건강하게 카레를 먹길 원한다면 토마토를 이용한 카레를 한번 만들어도 좋다. 한 끼가 고민이라면 지금 당장 장을 보러 나가 고구마와 카레를 장바구니에 담아보자.


심플더웍 요리연구가 한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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