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은 비를 싣고
※사진의 화질이 좋지 않아 글을 읽는데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여름이 끝나고 가을로 접어들면서 하나둘 태풍이 올라와 비를 쏟아붓는다. 누구는 비 오는 날은 전이라는데 나는 몽실몽실 튀겨낸 탕수육이 생각난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돼지고기 육즙으로 가득한 탕수육을 떠올려 보자.
옥수수 전분이 들어간 튀김옷보다는 찹쌀가루나 100% 감자 전분으로 만든 탕수육을 생각했다. 대부분의 음식점은 옥수수 전분 20~30%와 감자 전분 70~80%를 섞어 튀긴다. 이렇게 만들면 튀김옷이 딱딱해질 수 있다.
각자의 취향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바삭하고 부드러운 튀김을 선호한다. 어떤 스타일의 튀김옷을 좋아하는가? 소스는 부먹인가? 찍먹인가? 비 오는 날 바삭한 탕수육에 맥주 한잔하는 건 어떨까?
음식을 먹을 때 먹는 음식에 대해 알고 먹느냐 모르고 먹느냐에 따라 맛도, 느낌도 다르다. 살기 위해 먹는다는 사람도 있고, 오직 맛으로만 먹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 그러할 것이다. 나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요리를 전공하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고, 음식에 대해 알고 먹었을 때 조금 더 맛있게 느껴졌다. 그저 기분 탓일 수도 있다.
인생이 최면이듯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면 잠시 내 기분에 빠져 보아도 좋지 않을까? 인생은 길고 먹을 것은 많으니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면 각자 최면을 걸어보자. 오늘 소개할 레시피는 탕수육이다.
탕수육은 탕 추 소스를 활용한 요리이다. 돼지고기에 녹말 반죽을 입혀 기름에 튀겨낸다. 그 후 설탕, 식초, 야채 녹말물을 사용한 새콤달콤한 소스를 곁들여 먹는 한국식 중화요리이다.
"탕"은 설탕같이 달달한 맛을 말하며, "추(수)"는 식초와 같이 시큼한 맛을 말한다. 육류뿐 아니라 어류 요리도 탕수 소스를 곁들이면 탕수 요리가 된다.
또한 중국 전역에서 찾아볼 수 있는 오래된 조리법이다. 내가 만들어볼 탕수육은 광둥식 조리법이다. 중국에서도 광둥식 음식들이 세계적으로 입맛에 맞는 음식이라고 한다.
중국 내에서는 북경지역의 탕추리지가 널리 알려져 있다. 손가락처럼 긴 모양으로 고기를 튀겨낸 것이다. 소스의 신맛이 강한 편이고, 한국식 탕수육에 가장 유래가 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일본, 대만, 북한, 태국 등 많은 다른 나라에도 중국에서 건너온 탕수육과 유사한 요리들이 있다. 탕수육은 중국의 뼈아픈 역사를 지닌 음식이다. 중국과 영국의 아편전쟁(19세기 중반) 당시 만들어졌다.
중국으로 들어온 영국인들은 젓가락질이 서툴렀고 중국음식을 먹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영국인들을 위해 포크로도 쉽게 먹을 수 있도록 고기만을 둥글게 튀겨낸 음식을 만들게 된다. 거기에 중국에서 흔한 소스였던 탕추 소스가 어우러져 지금의 탕수육이 된 것이다.
내가 어렸을 당시에 아버지께서는 탕수육을 후추, 소금, 참기름을 섞은 소스에 찍어 드시곤 하셨다. 아버지를 따라먹어본 적이 있는데 또 다른 맛을 선사한다.
그밖에도 소금을 찍어 먹거나 간장, 식초, 고춧가루를 섞어 만든 간장 소스에 찍어 먹으면 색다르다. 탕수육에 대한 많은 정보가 되었으면 한다. 현기증 날지 모르니 이쯤에서 탕수육 만들기를 해보자.
※ 큰 술=쇠숟가락, 컵=종이컵
돼지고기(등심) 500g
감자 전분 1컵
물 1컵
설탕 3g
소금 2g
미원 1g
미림 1 큰술
식용유 1L
오이
당근
레몬
물 1 컵+2/3 컵(300ml)
설탕 3/4 컵(150ml
식초 1/2 컵(90ml)
간장 1 큰술
전분물 7 큰술(70g)
1. 감자 전분 1 컵, 물 1 컵을 부어 전분 물을 만든다.(공기가 보글보글 올라오지 않을 때까지, 30분 소요)
2. 등심을 500g으로 맞춰준다.
3. 손가락 한마디 두께로 썰어준다.
4. 썰어놓은 고깃 결과 같은 방향으로, 반 잘라준다.
5. 4번에서 썰어놓은 고깃 결과 반대 방향으로 1.5cm 두께로 잘라준다.(핏물 제거해주기)
6. 설탕 3g+ 소금 2g+ 미원 1g+ 미림 1 큰술+ 식용유 1/2 큰술을 썰어놓은 고기에 양념한다.(30분 정도 재워둔다.)
7. 고기를 재워둘 동안 오이는 타원형으로 3조각을 슬라이스 한 후 사선으로 반을 자른다. 당근도 오이와 같은 모양으로 잘라준다. 레몬은 끝을 날리고 둥글게 슬라이스 후 반달로 잘라준다.(소스 야채 준비)
8. 냄비에 물 1컵+2/3컵(300ml)을 끓여준다.(센 불)
9. 물이 끓으면 설탕 3/4컵(150ml)을 녹여준다.(약 불)
10. 식초 1/2컵(90ml)과 간장 1 큰술을 넣어 끓여준다.(식초를 넣고 오래 끓이면 안 된다.)
11. 끓으면 전분물을 7 큰술(70g) 넣으면서 저어준다.(전분을 넣은 후 저으면 응어리가 생긴다.)
12. 튀김팬에 식용유를 넣고 가열한다.(튀김 온도 175~180 ºc)(센 불)
13. 전분물에 전분이 바닥에 가라앉으면 물만 버리고, 재워둔 고기에 감자 전분을 4 큰술 넣어 고기에 입혀준다.
14. 전분 입힌 고기 하나하나를 달궈진 기름에 튀긴다. ※화상 조심
15. 튀기면서 붙은 고기는 뜯어내고 약 3분 뒤 튀김을 건져내어 한 김 뺀다.(2분 정도)(약 불)
16. 건져냈던 튀김을 다시 기름에 넣어 튀긴다.(4분 정도)
17. 튀김을 건져 기름을 털어낸 후 소스와 함께 접시에 담아낸다.
과정이 복잡해 보이는가? 소스를 함께 기술했고, 자세히 알려주려고 노력하다 보니 길어진 것뿐이다. 막상 만들어보면 생각보다 쉽다. 고기를 튀기고 소스만 계량해서 만들면 된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전분물을 만들어놓고, 고기를 재워놓고, 시작하면 조리시간을 줄일 수 있다. 기억하자! 항상 오래 걸리는 것들을 해놓은 상태에서 중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야 한다. 모든 음식이 똑같다.
탕수육 소스에 들어가는 야채는 이쁘게 잘라주면 된다. 카빙(음식 재료 조각)을 할 수 있다면 나비나, 여러 가지 곤충, 동물을 깎아 넣어주면 좋다. 또 소스의 야채는 생야채도 괜찮고, 볶아 놓아도 괜찮다. 볶을 경우 살짝만 볶아주어 야채 순이 죽지 않게 한다.
탕수육에는 돼지고기 등심을 주로 사용한다. 저렴한 가격에 탕수육을 만들고 싶다면 뒷다리살을 사용해도 무관하다. 뒷다리살을 쓸 경우에는 지방을 제거하고, 심줄도 잘 제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섭취 시 식감이 좋지 않아 불쾌감을 줄 수 있다.
고기 두께는 약간 두꺼운 편인데 이 정도 사이즈가 익히기도 용이하면서 육즙도 살릴 수 있다. 이보다 두꺼우면 익히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모되고, 얇으면 육즙을 살리기 쉽지 않다.
소스에는 색을 내기 위해 가정에 흔히 있는 진간장을 썼다. 여유가 되거나 앞으로 자주 사용할 것이라면 중국 간장인 노두유를 써서 색을 내주면 더욱 좋다. 노두유는 짜지 않아 여러 요리에 색을 내는 용도로 많이 쓰인다. 소스에 케첩을 넣거나 색을 내지 않아도 된다. 각자의 취향을 존중한다.
나는 흰색의 소스보다는 색이 들어간 소스가 먹음직스러워 보여 간장을 사용해 색을 낸다. 탕수육을 튀길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항상 화상을 조심하고, 다치지 않게 요리를 하자. 오늘 퇴근길이 탕수육과 맥주 한 잔으로 가벼워지길 바란다.
-심플더웍 요리연구가 한두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