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요리연구가 한두성 Sep 18. 2021

그 겨울 김치찌개는 사치였다.

이제는 서민음식이 된 김치찌개

※ 사진의 화질이 다소 좋지 않은 점 죄송합니다.


60년대 김치찌개를 끓여 먹는 게 사치였던 시절이 있었다. 김장 김치는 찌개를 끓이는데 알맞지만, 겨우내 반찬으로 모자라서 그랬다. 그 당시 김장하는 날에는 겉절이에 들기름이나 참기름에 지져 물을 붓고 끓였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서민음식으로 인식이 된다. 직장인이 즐겨먹는 점심 메뉴 1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찌개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김치찌개는 나 또한 즐겨먹는 메뉴 중 하나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퇴근하거나 하교를 하고 집에 왔을 때 끓여져 있는 김치찌개를 생각해 보자. 보글보글 끓인 김치찌개에 밥 한 공기 뚝딱! 벌써 군침이 돈다. 



역시 우리는 김치 없이 못 사는 민족이다.  김치찌개 하면 나름 일가견이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김치찌개를 만들기 시작했다. 부모님께서 맞벌이를 하셨기에 자연스럽게 동생의 밥을 챙겨줘야 했다. 그래서 생존형으로 김치찌개를 배울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는 김치찌개 고수가 됐다. 친구들이 슈퍼맨을 꿈꿀 때 나는 김치찌개 장인이 된 것이다. 장인은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나는 집 냉장고에 항상 재료가 부족한 것이 불만이었다. 김치와 참치캔 또는 햄뿐이었다. 그래서 참치 김치찌개, 부대찌개라고 하기엔 어색한 햄 김치찌개를 주로 끓였다.

 

 그러다 제삿날이 있으면 냉장고가 제사 음식으로 가득 찼다. 냉장고가 가득 찼을 때의 느낌을 아는가? 세상 부족함 없는 풍족함을 느꼈다. 김치찌개에 넣을 재료들이 가득하니 "뭘 넣을까?" 고민했다. 동그랑땡을 넣은 김치찌개, 가자미 살을 넣은 김치찌개, 닭고기를 넣은 김치찌개 등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었다. 실패와 성공을 거듭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김치찌개가 여기서 나온다. 제사 음식 중에는 삶은 보쌈용 돼지고기가 있었다. 김치찌개에 삶은 돼지고기를 넣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기름이 많긴 하지만 김치와 고기를 같이 싸 먹으면 느끼함 없이 술술 넘어간다. 여기에 흰쌀밥까지, 초등학교 시절 비만인 이유가 있었다. 아직까지도 나는 보쌈용 돼지고기를 넣은  김치찌개를 좋아한다. 

 

겨울에는 뜨끈하고 칼칼해 몸을 따뜻하게 해서 좋고, 여름에는 이열치열 시원하고 담백하게 땀을 빼줘 좋다. 아쉽게도 요즘은 건강식, 다이어트에 신경 쓰는 사람들이 많아 기름이 많은 삼겹 부위를 사용하는 가게를 찾기 힘들다. 


대부분 기름이 적은 부위인 목살을 쓰거나 돼지 앞다리살을 쓴다. 기름이 적으면 깔끔한 맛이 나지만 깊은 맛을 내기 쉽지 않다.

 

김치찌개에 참치나 햄 등 다른 재료를 넣어 만든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김치찌개를 두고 내가 돼지고기를 선호하는 이유가 있다. 맛있어서도 있지만, 돼지고기에는 비타민 B1(티아민)이 소고기와 닭고기보다 6~8배나 많이 함유되어 있다. 

   

비타민B1은 뇌 건강에도 필수 영양소인데 신경근육 건강에도 꼭 필요하다. 운동과 공부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이다. 김치는 비타민B1의 흡수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김치와 돼지고기를 같이 먹으면 음식 궁합이 좋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선호한다. 지금 알려줄 김치찌개는 두툼한 삼겹살을 이용한 삼겹살 김치찌개이다. 보자마자 소주 한 잔이 생각날 것이다. 그럼 만들어보자.

 


【필요한 재료】


(2~3인 기준)

돼지고기 보쌈용(삼겹) 200g, 김치 300g, 양파 1/2개, 대파 1/2개, 두부 1/3모, 다진 마늘 1 큰술, 물 종이컵으로 3컵 1/2컵(630ml), 간장 2 큰술, 다시다 1/2 큰술, 소금 1/3 큰술, 식초 1 큰술, 고춧가루 1 큰술



【만드는 방법】



1. 돼지고기 1.5cm 두께로 자르기 두툼하게 잘라준다. 양파 슬라이스, 대파 어슷썰기, 두부를 잘라 준비한다.(취향에 맞게)

 


2. 약 불로 보쌈용 돼지고기를 볶는다.(기름이 많은 부위라 따로 식용유를 넣지 않는다.)

※고기가 팬에 들러붙을 경우 식용유를 1 큰술 넣어주거나 물을 조금 넣어 팬의 열을 식혀주고, 물이 증발될 때까지 볶아준다.



3. 돼지고기에서 기름이 나오면 다진 마늘, 후추, 간장을 넣어 볶아준다.(잡내 제거)



4. 김치를 넣어 같이 볶아준다.(3분 정도) 김치가 익을수록 깊은 맛이 난다.



5. 물을 부어 끓여준다. (센 불)



6. 끓으면 고춧가루를 넣고, 양파, 대파를 넣어준다.


7. 간을 위해서 소금과 다시다를 넣어준다.( 찌개가 달거나, 신 김치가 아닐 경우 식초를 1 큰술 넣어준다.)

 

8.  두부를 넣고 한소끔 끓여준다.(두부도 데우고, 두부에 간이 배게 한다.)

 

기호에 따라 다진 마늘과 대파 후추를 좀 더 넣어도 좋다. 개인적으로 대파를 많이 넣어 시원한 맛을 좋아한다. 양파가 단맛을 내기 때문에 식초를 넣어주면 단맛을 적당히 잡아주고 감칠맛을 더해준다. 

 

더욱 칼칼하게 먹고 싶다면 두부를 넣을 때 청양고추를 같이 넣어 한소끔 끓여주면 칼칼한 매운맛이 배가 된다. 김치를 볶아서 만들거나 볶지 않고 물에 끓여서도 만들 수 있다. 볶아서 만들게 되면 김치가 부들부들 해지면서 깊은 맛을 낸다. 반면에 날김치로 끓이면 김치가 아삭하고 깔끔한 맛을 낸다.

 

 김치찌개 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김치이다. 부가 재료가 충분하여 감칠맛이 풍부한 김치로 끓이느냐에 따라 맛이 좌우된다. 늘 먹던 김치찌개지만 김치의 종류, 고기의 부위에 따라 각기 다른 맛을 낼 수 있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고, 대표적인 찌개 요리 김치찌개! 무더운 날씨에 마스크를 쓰고 힘겹게 퇴근하는 길 집에서 보글보글 끓인 김치찌개에 소주 한잔하며 피로를 풀어보자.



심플더웍 요리연구가 한 두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