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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리연구가 한두성 Sep 19. 2021

우리만 아는 비밀 레시피 두반장 사용법

마늘향 가득하게 볶아보자.

이어폰을 장착하고 아이유의 감성적인 노래를 들으며 산책을 나선다. 흥얼거리는 입과 고개, 제삼자가 봤을 때 좋아 보이지 않겠지만 나만의 세계에 들어가 있다. 길은 다른 때와 다르게 쓸쓸하고 적막하다. 명절을 실감 나게 하는 분위기다. 

 

오롯이 음악과 풍경에 빠져 걸을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하천 수면 위로 비치는 햇살도 마지막 인사와 함께 귀성길을 떠나고, 어둑어둑해진 길가에는 날벌레가 그곳을 채운다. 어찌나 많이 뭉쳐있는지 서부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건초더미가 생각난다. 이럴 땐 마스크가 고마울 때가 된다.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면 날벌레 한두 마리쯤은 입에 들어와 퉤! 퉤! 뱉어내곤 했을 텐데 아주 방어를 잘해주고 있다. 하천을 따라 20분 정도 걸으면 공원이 나온다. 이제부터 러닝 타임이다. 마스크를 써서 숨이 더 가쁘지만 살짝살짝 마스크를 들춰 산소를 흡입한다. 붕어처럼 입을 뻐금 거리며, 콧구멍도 벌렁거리며 숨을 쉰다.



그렇게 뛰다가 걷고 싶어질 때쯤 중간중간 늘어진 나뭇가지들이 힘내라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끝까지 뛰기 위해 의미 부여를 하고 더 건강한 정신으로 완주를 한다. 뿌듯하다. 오늘 하루도 작은 목표 하나를 이뤘다는 생각에 어깨에는 힘이 들어가고 발걸음은 당당해진다. 마치 링 위에 오르는 권투선수처럼 말이다.

 

집으로 돌아와 한바탕 씻고 나면 온몸이 노곤 노곤해진다. 안된다!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카페인을 섭취하고, 정신을 부여잡는다. 


산책을 하며 느꼈던 것들을 글로 옮겨본다. 역시나 잊어버렸다. 그때는 풍경에 노래에 빠져 아주 감정적이었지! 그 감정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졌다. 내 땀과 함께 씻겨 내려갔다. 다음에는 필기를 해놓으리라. 몸도 머리도 쓰고 나니 갑자기 출출해진다.

 

한 끼를 때워야 하는데, 라면이 눈에 들어온다. 이것도 안된다! 겨우 눈을 돌려본다. "어라! 두반장이 있었네!" 배가 고팠지만 불현듯 두반장을 활용한 여러 가지 레시피가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일단 볶음 두반장을 만들어 놓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앞서 감정을 잊어버린 경험을 하지 않았는가! 재료도 있고, 만드는데도 10분이면 충분하다. 대부분 두반장 사용법을 모를 것이다. 두반장은 많은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소스이다. 그럼 부담 없이 만들어보자.



[볶음 두반장 재료] 

 

※ 큰 술=쇠 숟가락, 컵=종이컵

 

두반장 368g(1병)

양파 20g(1 큰술 반)

다진 마늘 25g(1 큰술 가득)

설탕 125g(2/3 컵)

고추기름 30g(3 큰술)



[만드는 방법]

 

1. 양파, 다진 마늘, 설탕을 계량하고, 양파를 잘게 다져준다. 야채 손질은 이것이 끝이다.

 


2. 팬에 고추기름 3 큰술을 두르고, 약 불로 달궈준다.



3. 다진 마늘을 넣고, 노릇노릇하게 볶아준다. 마늘을 노릇하게 볶아야 마늘향으로 풍미를 더해줄 수 있다.

 


4 볶은 마늘을 따로 체에 걸러 놓는다. 계속 다른 재료를 넣으며 함께 볶으면, 마늘이 탈 수 있다. 마늘이 타면 씁쓸한 맛이 나고, 완성된 소스 중간중간 거뭇거뭇 한 건더기가 보이게 된다.



5. 마늘을 볶던 고추기름을 다시 팬에 두르고, 다진 양파를 넣어 노릇하게 볶아준다. 약 불로 볶는다. 양파는 볶으면 볶을수록 단맛이 나온다. 양식에서 양파 페이스트를 만들 때 양파를 갈색빛이 날 때까지 볶는데 같은 이유 때문이다.



6. 볶아진 양파에 두반장을 넣어 볶아준다. (센 불) 두반장병은 잘 씻어 물기를 제거해 준다.



7.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계량해둔 설탕을 아쉬움 없이 쏟아부어 녹여준다. 윤기가 나기 시작할 것이다. 볶아놓은 마늘을 넣고 섞어준다. 설탕이 많이 들어가지만 1인분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몇십 인분을 만드는 것이니 너무 부담 갖지 말기 바란다. 여러 사람이 섭취할 것이다.



8. 불을 끄고 씻어놓은 두반장병에 담아준다. 병에 아주 딱 들어가는 양이된다. 식힌 후 냉장 보관해 준다. 두반장병을 활용하는 이유는 냉장고를 열었을 때 헷갈리지 않게 찾기 위한 작은 배려이다.

 

"배가 고픈데 왜 바로 먹지 못하는 볶음 두반장을 만들었을까?" 약간의 후회와 함께 샐러드를 먹는다. 늦은 저녁이라 참아야 했다. "와그작와그작" 양상추를 씹는다. 초식동물이 된 것만 같은 기분 별로 좋지 않다.

 

건강에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육식을 하는 호랑이나 늑대가 더 좋다. 내일 아침에는 두반장을 사용한 요리를 만들어 먹으리라 고기를 꼭 넣어서 말이다. 다짐을 하고 한발 물러선다.

 

앞서 얘기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두반장 소스는 마파두부를 만들 때만 쓰이는 줄 안다. 생각보다 응용하여 쓰이는 요리가 많이 있다. 또한 그냥 두반장 그대로를 쓰는 것보다 이처럼 두반장을 볶아놓으면 활용도가 더 올라간다. 

 


두반장을 볶는 것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볶으면 마파두부 덮밥을 더 맛있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우리나라 음식으로 치면 고추장이 들어가는 음식에 고추장 대신 볶음 두반장을 넣으면 된다.

 

앞으로도 이 말은 어디서도 듣지 못할 것이다. 내가 생각해 내고 만들어 본 것이기 때문이다. 고기를 볶을 때 고추장 대신 볶음 두반장을 넣고, 고수를 넣거나 청경채만 볶아 넣어도 먹음직스러운 중국요리가 된다. 이제 이 글을 읽는 구독자분들과 나만 아는 레시피가 되었다. 다들 중국음식 10가지는 할 줄 아는 요리사가 된 것이다.

 

짜장에도 춘장 대신 볶음 두반장을 넣으면 사천짜장이 된다. 여기에 고추기름과 매운 재료를 첨가해 주면 더욱 완벽한 사천짜장이 된다. 한번 만들어 놓으면 고추장처럼 오래 사용할 수 있으니 아주 유용한 소스라 하겠다.

 

 그렇다고 몇 달씩 쟁여놓지는 말아달라. 건강이 먼저다. 음식마다 들어가는 두반장의 양은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개개인마다 새로운 레시피가 많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하는 마음이다. 아직 안 만들어 놓았는가? 머 하시는가! 얼른 마트로 향해 두반장 한 병을 사 오자!


심플더웍 요리 연구가 한 두성

010-9635-2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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