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등교준비를 마친 뒤에 부럼을 깼다.
종일 내리는 비로 보름 분위기가 나지는 않지만
보름전날의 세시풍속을 가르쳐주면서
간단히 오곡밥과 나물을 먹고 호두와 피땅콩을 깨는 중에
오늘 밤에 도깨비님이 오시겠지 물어보았다.
어릴 적부터 설날이나 보름전날에
일찍 자면 눈썹이 하예지는 것이 도깨비가 다녀간 표시라며
손녀가 일어나기 전 하얀 휴지를 눈썹 위에 붙여 놓고 장난을 했는데
<재작년사진 >
물 티슈인 것이 확연히 보여 거울을 얼른 보여주고는 금세 떼어 감추는데도
거울을 잠깐 보여주어서 그런지
진짜 도깨비장난이라고 믿고 있음에 지난 사진을 볼 적마다 웃음이 나온다.
가끔씩 어른스러운 말을 하면서도 도깨비가 다녀감을 믿고
밤을 기다리는 순수함이 아직 남아 있음에 감사하면서
어떻게 장난을 칠까 궁리를 했다.
마침 올해는 36년 만에 붉은 보름달이 뜰 것이라는 예고에
내일 손녀가 깨기 전 일찍 일어나서 붉은 눈썹을 붙야야겠다 생각하고는 잠이 들었는데
막상
오늘 아침에는 개학일이어서 그런지 한 시간이나 일찍 일어나서는
'할머니 어제 도깨비가 안 오셨어요' 하고 외쳤다.
그제야 붉은 눈썹 장난을 깜박한 것이 생각나
'그러네 어제는 비가 와서 못 오셨을까, 오늘 붉은 달이 떴다 지면 다녀가실 것 같아.'라며
얼버무리고 다시 생각을 한다.
물 티슈 붙이는 거는 인제 들통이 날 것이니
내일은 손녀가 일어나기 전
밀가루에 어린이 색조 화장품에 들어있는 붉은 파운데이션 가루를 섞어서 살짝 뿌려놓아야겠다고.
내일 새벽 장난칠 생각에 생각, 손녀의 반응을 기대하며
오늘 밤 8시 36년 만에 뜬다는 정월 대보름달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