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며느리가 쉬는 날이라 교대를 하면서
내일은 모임을 간다고 하자
할머니 시하러 가요? 그러길래
응 시하는 사람들 모임이지
그런데 시가 뭔지 아니하고 되묻자
알지요. 오메 어쩔까 잖아요한다.
'오메 어쩔까'는 2년 전에 출간한 시세이집으로
그중 시 제목인데 그것을 기억하고는 가끔씩 오메 어쩔까라는 말을 잘 하기는 해도
그 말뜻을 알까 싶어 오메 어쩔까 가 무슨 뜻인지는 알아? 하고 묻자
알아요.
어떡하나 잖아요라고 하면서
그런 것도 모르는 줄 아셨어요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인다.
정확히 맞는 말이다.
시어머니 생전에 난처할 때 자주 사용하시는 '어떻게 하나' '어쩌면 좋지'의 전라도 사투리
이 사투리가 재미도 있고 어머니와의 추억을 한 번에 표현할 수 있는 말이라
지금도 '오메'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손녀가 잘 기억하고 있음이 고맙다.
시의 의미에 대한 의미도 가만 생각해 보니
1학년 말, 2학년이 되기 직전에도 할머니는 시하는 사람이라고 이해하고 있었고
시를 지은 적도 있어서 이번에도 다시 시를 한번 지어보라고 하자
금세 '찌찌가 좋아요 할머니 찌찌 좋아요'라고 혼자 흥얼거린다.
시를, 음률을 타고 부르는 노래가사처럼 이해하고 있음이 기특하다.
아마도 학교 국어 시간에 시 쓰는 시간이 있는 듯하고
이렇게 어릴 적부터 글 짓기에 흥미를 갖는다는 것은
책 읽기에 관심을 갖게 하고 자기 생각을 논리 있게 적어 나갈 수 있게 만들 것이기에
글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TV앞에 할머니가 아닌
책 읽고 글 쓰는 할머니가 되도록 더 노력하고자 한다.
오메 어쩔까
은 갈색 머릿결
오스카상 배우일 줄 알았는데
흑단의 뽀글 머리 어머니가 나오신다
산수지나 패인 골짝 메울 수 없어도
서릿발 내린 길 덮을 수 있다 하신 임
왜 거기에
미원한 적 없건만 닮아 가는지
다시 보는 거울 속
놀란 눈 껌뻑이는 뽀글이 할미
서리 길 피하려다
콜타르 포장을
오메 어쩔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