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날이다.
며느리 휴가 동안 영상으로만 얼굴을 보았기에 일찍 올라와 얼굴도 보고 학교까지 데려다 주렸더니
ooo와 갈 거라면서 학교 까지는 가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할아버지와 셋이 큰 도로를 향해 내려가는데 앞동 저만큼에서 ooo가 손을 흔들며 걸어왔다.
조금 더 가까이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위에서 한 무리의 친구들이 주르륵 내려오는 모습을 보자
ooo가 오던 걸음을 주춤하더니
" 저 쪽으로 가는 길도 있는데요" 하면서 아파트 메인도로가 아닌 담장사이 샛길을 가리킨다.
그 모습을 보면서 손녀도 어느새 할아버지 어깨에 있던 책가방을 받아 쥐며
그리로 갈 준비를 하기에 그래 그럼 잘 다녀와하면서 배웅을 하자
인사를 마치고는 ooo를 향해 달려갔다.
둘이 도란 거리며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기분이 묘하다.
유치원부터 늘 같이 다녀 익숙하기는 하지만 그동안은 여러 친구들과 함께였는데
친구들이 지나간 뒤에 둘만이 오붓한 길로 가려는 마음
어릴 적부터 보았고 요즘도 자주 보기에 귀엽고 어리기만 한 ooo가
자기 의지를 가진 멋진 사나이였네 싶은 것이 성큼 드러나는 어른스러움 속에
멋짐이 뿜뿜 느껴지고
기다리는 ooo를 향해 부지런히 다가가는 손녀의 모습도
어린이에서 소녀로 뛰어넘기를 한 듯 느껴진다. 인제 초등 2학년인데.
할머니인 내 마음이 이런데 아빠 엄마가 이 모습을 보았다면 어떤 마음일지.
등굣길 아름다운 추억이 곱게 피어나길 축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