낼모레가 추석인데 이번 추석에도 며느리는 일을 간다.
내일 나갔다가 추석날 밤에 돌아오는 일정이라
명절 음식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걸려
미리 먹여 보내려고 장을 봐가지고 올라왔다.
마침 아들도 있어서 모처럼 가족들이 한데 모여 저녁을 먹게 되었는데
손녀의 움직임이 바쁘다.
며느리와 내가 주방에서 음식을 차리는 동안 거실 큰 테이블에 수저와 그릇을 세팅하면서
오늘은 할머니 생일 축하를 해야 하니까 할머니가 가운데 앉으셔야 한다고 자리까지 정해준다.
이미 생일은 5일이 지났음에도 케이크 축하를 하지 못한 것이 영 마음에 걸렸는 가 보다
반찬 담기를 하는 동안 손녀의 자리 지정을 몰랐던 며느리가 다른 쪽에 앉자
할머니 왼쪽에는 자기가 오른쪽에는 엄마가 앉아서 할머니가 가운데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할머니 옆으로 앉으라고 재촉해 좁기는 하지만 손녀의 의중을 헤아려 가면서 식사를 했다.
식사가 끝나자마자 손녀가 다시 바쁘게 다니면서 테이블을 정리한다.
아홉 살짜리가 뭐 그리 할까 싶기는 했지만 제법 야무지게 그릇들을 모아 주방으로 옮겨 주더니
며느리와 내가 주방 정리를 하는 동안 테이블을 닦으면서 케이크 축하를 준비하면서
자기가 하는 것을 보지 말라고 당부를 한다.
테이블에는 어느새 하얀 케이크와 소 접시들이 놓여있고
식사때와 마찬가지로 가운데에 내 자리를 마련하고는
오늘은 금 수저로 드셔야 한다고 특별 세팅을 해주었다.
축하가 끝나고 며느리가 봉투를 선물로 주는 동안
책상으로 달려간 손녀가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어서는 선물을 주는데
주황색 색종이 포장 안에 저금통에서 꺼낸 천 원짜리와 동전이 들어있다.
엄마가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돈봉투를 선물하는 것을 보고는
엊그제 카드와 공책을 주었음에도 엄마처럼 다시 주고픈 마음인 듯하다.
이러니 어찌 사랑하지 않으리오.
미리 맞는 명절 식사
손녀가 보내주는 정 깊은 마음에
먹구름 뒤에서 빛나고 있을 보름달의 환한 웃음이 마음 가득
피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