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게임이 잘 되더라고요

by 자겸 청곡

손녀 등교 후 냇가로 내려가는 길에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오는 작은 남학생을 만났다.


처음 보는 아이로

등교 시간이 지나 거꾸로 들어오는 것도 이상했고

걸음걸이에 힘이 없어 보여

마주 보며 가까워 지자 말을 걸었다.


'왜 다시 돌아와 어디가 아프니?'

'아니요. 냇가를 건너다가 넘어졌어요.'


손녀와 같은 학교가 아닌 냇가 건너 학교의 학생으로

자초지종을 들으니

다리로 건너지 않고 징검다리를 뛰어 건너다가 발목이 휘어지면서

냇물에 고꾸라져 옴팍 물에 빠졌던 것으로


<아이가 건넜을 돌다리>


아침 서늘한 날씨에 폭 젖은 채로 힘없이 서서 이야기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얼른 올라가라고 하자 그대로 서서는

한숨을 길게 내쉬면서 한마디 한다.


'어쩐지 오늘따라 게임이 아주 잘 되더라고요.'


안쓰러움 위에 웃음이 겹쳐졌다.


아이와의 대화에서 느껴진 상황은

등교 전에 게임을 시작했고

오늘따라 잘되는 게임에 빠져 등교시간이 촉박해

학교 아래쪽 다리보다 가까이 있는

징검다리를 뛰어넘다가 물에 빠진 듯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심정

스스로 들떴던 마음에 보내는 자책에서 나오는 한숨이 얼마나 귀여운지

웃음을 감추고


'그랬구나 많이 춥고 속상하겠다. 얼른 올라가'

하면서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경험으로 배우고 커가는 아이들


아이에게 오늘 물 빠짐은

아침부터 게임에 빠졌던 결과에 대한 반성으로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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