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석민 Aug 15. 2023

소중한 것에 충분히 집중하고 있을까

하루가 다르게 거동이 불편해진 부모님의 모습을 새삼 느낀다. 작년부터 공부한답시고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지 못했다. 얼마 전 휴가 중에 부모님을 모시고 가까운 곳에 다녀왔다. 오전에 둘째 아이 교정치과 상담을 하고 대형마트에서 쇼핑한 후에 오후 세 시가 돼서야 부모님께 갈 수 있었다. 잠시 들린 것뿐인데도 마음은 시간에 쫓기듯 여유가 없었다. 나와 아이들을 위한 시간은 충분히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데, 부모님을 위한 시간은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운전을 못 하는 부모님은 우울할 때 훌쩍 어디론가 다녀오는 게 어려웠다. 게다가 어머니는 허리 수술을 하셔서 오랫동안 걷거나 앉는 게 불편하셨고, 아버지는 오른쪽 눈이 거의 실명 상태이고 나머지 한쪽도 잘 안 보인다. 사정이 이러하니 집에만 머무는 것이 답답하시라 생각한다. 자식 놈은 자주 찾아오지도 않고. 많이 서운하셨을 텐데 내색하지 않으셨다.


결혼 전에는 두 분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많이 다녔다. 추억이 많다. 지금도 가끔 추억을 되새긴다. 결혼 후 아이가 생기고 나니 부모님 하고 여행은 점점 횟수가 줄어들었다. 가끔 못 모시고 다녀서 죄송하단 말씀을 하면 예전에 많이 데리고 다녀서 괜찮다고 한다. 아이들이 크면 모시고 다닐 수 있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부모님을 더 못 모시는 나를 다.


두 분을 모시고 평소 자주 가는 궁평항 방조제를 지나 제부도를 거쳐 탄도항까지 갔다. 탄도항에서 자주 가는 회센터에서 칼국수를 한 그릇 먹고 다시 집으로 오는 여정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있는 시간에 나는 왜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두 분을 모시고 집으로 오는 길에 속도를 높여 곡예 운전을 하고 왔다. 하루밖에 남지 않은 휴가 일정과 휴가 기간에 하려고 했던 과제를 못 했다는 것이 불편했다.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는 나를 알아챘지만, 여전히 마음은 조급했다.


나이가 들고 쇠약해진 부모님과 보내는 시간보다 나를 위한 시간이 더 가치 있고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마음은 달랐다. 밤 10시가 넘어서 공원에 나와 걸으면서 우연히 가수 양희은님의 '그럴 수 있어' 세바시 강연을 청취했다. 젊어서 아이들 기르느라 정신없다가 아이들 다 떠나보내고 고향으로 돌아오려는 시간이 되었을 때가 되어서 불편하지 않은 상태로 친구들을 만나는 게 과연 몇 번이나 더 만날 수 있겠느냐는 양희은 선생님의 말씀에 마음이 울컥했다. "과연 나는 몇 번이나 부모님을 모시고 다닐 수 있을까?"


소중한 사람과 사는 동안에 얼마나 함께 있을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많이 남아 있을까?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소중히 여길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은 중요하다. 마음껏 표현하고, 마음껏 사랑하라. 그리고 있는 힘껏 애써야 한다. 그래야 조금은 후회를 덜 할 수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우리의 인생을 위해서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좋은 습관 만들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