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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석민 Oct 31. 2023

강의를 준비하며 느낀 단상

지난 8월에 경기도인재개발원에서 시군 8, 9급 대상으로 한 강의 요청이 있었다. 선배 공직자로서 살아온 경험과 공직관 등에 대해 말하면 된다고 했다. 강의 의뢰 제의가 반가웠고, 기뻤다. 한편으론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나에게 또다시 찾아온 기회. 전문 강사가 아닌 내가 강의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그만큼 통찰력 있는 알찬 내용으로 청자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강의 준비 시간은 2개월 넘게 있었다. 하지만 나는 게을렀다. 준비하지 않았다. 물론, 머리로는 계속 생각하고 있기는 했다. 강의 자료는 3주 전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2개월 넘는 시간 동안 강의 자료를 만들지 않고, 매일 하듯이 책을 읽고 정리하는 시간을 보냈다. 앞서 내게 다가온 소중한 기회를 진정성 있게 준비해야 했는데, 서두르지 않는 나를 보면서 나도 어쩔 수 없구나, 게으른 나를 자책했다. 마음은 무언가 해소되지 못한 불편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내 삶이 과연 행복한 삶인가? 글과 말로는 조바심을 내며 살지 말라고 하면서, 실제 삶은 조바심을 내는 삶을 살고 있었다.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으면 진정 아는 것이 아니다. 나는 행복한 삶을 말할 자격이 없었다.


그래 일단 시작하자. 시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 다짐했다. 씽크와이즈 마인드맵으로 하고 싶은 말을 키워드로 적어보고 전체 맥락을 잡아보려 했지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져 구조화를 시킬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 번 강의는 내 삶의 여정을 알려주면 되니깐 내가 무슨 도전을 했는지를 ppt로 한 장 한 장 만들기 시작했다. 내가 해 온 것을 쓰는 작업은 쉬웠다. 그다음 내가 썼던 글 중에서 수강생에게 도움 되는 내용을 찾아 핵심을 ppt로 만들었다. 그렇게 한 장, 두 장 만들다 보니 어느새 꽤 페이지가 나왔다. 이 강의에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살 지 말고,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을 향해 한발 한발 내딛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평소 읽고 내게 영감을 준 책들의 메시지를 넣었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메시지였기 때문이다.


강의안의 처음 시작은 서울대학교 이현정 교수의 책 <우리는 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가>의 핵심 메시지로 시작했다. 인간은 거울 통해서 자기 자신을 볼 수밖에 없는데, 거울에 반사된 모습은 진정 나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는 프랑스 정신분석학자 라캉의 말을 인용하면서 시작했다. 인간은 타자의 욕망 속에 자신의 욕망이 형성된다는 것, 우리가 직업을 선택한 것도 부모와의 관계에서 형성된 욕망일 수 있다는 화두를 던졌다. 외부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따르는 삶이 아니라, 나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욕망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이 자신을 더 행복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이 메시지는 앞으로 전개될 내 삶의 경험과 다른 책에서 인용된 메시지와 맥이 통한다.


'하루 치의 삶을 사는 것은 우리만의 인생의 비행이다.' <생택쥐페리의 문장들> 책의 저자 신유진 작가의 말이다. 불안하고, 불확실한 삶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한 걸음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는 생택쥐페리의 말처럼 우리 삶도 그 똑같은 한 걸음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말을 전했다. 또 다른 인용은 <쇼펜하우어 아포리즘>에서 가져왔다. 산에 오르고 싶다면 묵묵히 걸음을 옮겨야 한다는 메시지다. 너무나 평범하지만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강의 내용은 변화와 도전, 자기를 향한 끊임없는 성찰과 발걸음을 이야기했다. 일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와 일을 대하는 태도가 우리 삶을 결정하더라, 인생을 살면서 만나는 결정적 순간에 질문하고 숙고하여 답을 찾는 시간이 중요하다. '나는 과연 그런 시간을 가져봤는가'라는 질문을 해봤다. 삶을 살면서 내가 겪은 성취, 기쁨, 실패 등을 기록해서 자신만의 고유성을 확보해야 한다. 자신만의 서사를 써 나가자고 말했다.


김지현 SK 경제연구소 부사장의 <시간 관리 노하우>를 통해 마인드맵으로 구조적으로 사고하고, 일의 우선순위를 내 관점으로 하는 방법을 생각해 봤다. 김호 작가의 성공한 직업인의 메시지도 생각해 봤다. 일이 주는 의미 세 가지 첫째, 돈을 만들어 내는 것, 둘째, 성공을 위한 수단, 셋째,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 중에서 이 일을 함으로 인해서 존재감을 느낄 수 있고 기쁜 마음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일을 할 때 목표설정과 일정이 명확해야 하고 문제해결 능력이 중요하다는 프로젝트 능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실제 추진한 프로젝트 맵을 소개했다.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면 흔들림 없이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내용을 전달했고, 프로젝트의 상위 개념인 성공과 행복에 대해서도 말했다. 삶에서 행복과 성공의 균형이 중요하며, 꿈을 비전으로 만들어 미션을 정하고 프로젝트로 연결할 때 원하는 것을 달성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긍정 질문하는 것에 대해 생각도 해 보았다. 부정적인 질문보다 긍정질문을 할 때 성공을 향한 근본 원인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간의 축을 당겨서 질문해 보는 것도 생각해 보았다. 1년 뒤인 2024년이 되었다고 상상하고 나의 삶과 일에 필요한 긍정 탐구 질문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또한 몰입이 주는 효능에 대해서도 말했는데, 몰입의 3가지 조건은 첫째, 내가 잘하는 일 즉, 강점을 찾아서, 과정 자체를 즐기다 보면 즉, 몰입을 향해 프로세스를 진행하다 보면, 이타적 가치와 연결되고 몰입이 심화된다는 것을 오바라 가즈히로의 책 <프로세스 이코노미>를 인용해 말했다.


"파멸할지언정 패배는 하지 않겠다." 최진석 교수의 책 <나를 향한 열 걸음> 중에서 헤밍웨이의 책 <노인과 바다> 부분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하루하루를 새롭고 정확하게 준비하고, 눈빛에서 의지가 살아 있으며, 희망을 이루려는 집중력, 그리고 자기를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행복을 말했다. 우리가 사는 삶의 지향점은 행복한 삶이다. 행복하면 원하는 것을 성취하고 도착하면 행복해질 거라 믿지만 그렇지 않다. 행복해지는 방법은 내가 원하는 것을 지금 당장 하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 원하는 것을 열정적으로 몰입하고, 그것의 가치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면 진정한 행복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이번 강의를 준비하면서 그동안 내가 축적한 지식을 재정리하고 결합하여 하나의 콘텐츠로 다시 만들었다. 준비하면서 공부했고, 실제 말로 설명하면서 다시 깨달았다. '나는 강의 내용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했을까'라는 질문을 해봤다. 100%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다. 더 논리적이고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연결되게 설명하지 못했다. 많은 양의 정보를 나열하듯 설명하지 말고, 핵심이 되는 3~4가지를 핵심 메시지로 삼아 하위 카테고리로 연결하여 체계적인 강의자료를 만들어야겠다. 강의를 듣는 사람보다 강의하는 사람이 더 배운다. 강의 후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여 더 발전하는 모습으로 거듭나야겠다.


또한, 여러 사람 앞에서 일과 삶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 말과 삶이 일치하는 삶, 글과 삶이 일치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부족함 속에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애쓰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를 구하는 유일한 길은 남을 구하려고 애쓰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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