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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석민 Mar 16. 2023

열정이 주는 선물

  흔히 회사에 다니기 싫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고 딱히 벗어날 수 있는 다른 방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 나의 삶은 퇴근 후부터라고 생각하고 살지는 않는가? 회사에 있는 시간이 보통 8~9시간, 출퇴근시간 왕복 2시간, 씻고 몸 치장하는 시간 1시간, 밥 먹는 시간 3시간, 합하면 14시간 이상이 회사에 있거나 회사를 오가는 시간 등이다. 하루 24시간 중 수면시간 6~7시간을 제외하고 정작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은 3~4시간이다. 눈 뜨고 회사에 있는 시간이 더 길다. 회사에 있는 동안 매일 스트레스를 받으며 보내야 할까? 일하는 시간도 좀 더 나를 위한 시간으로 바꿀 수는 없는 것인가?


  회사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내 시간이 시작된다고 여기지 말고 회사의 삶도 나의 삶의 일부분이라 생각해 보자. 필자는 데이터행정팀장을 할 때 일에 몰입했던 경험이 있다. 퇴근 후에도 업무를 생각했었다. 서류를 갖고 와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에 활용에 대한 인식을 조직에 어떻게 문화로 뿌리내리게 할까 고민했었다. 일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몰입할 수 있다. 데이터 전문 지식을 얻기 위해 전문가 강연을 많이 들었다. 외울 때까지 계속 듣는 것이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통근 버스 안에서도 듣고 퇴근하면서 또 듣는다. 사무실에 오면 전문가들이 했던 말을 글로 옮겨본다. 회사에서는 배운 것을 적용해 본다. 찾아가는 데이터 교육을 신청한 부서로 찾아가서 직접 말로 설명을 해 본다. 활용 방법도 알려준다. 반응이 좋을 때는 기분이 좋다. 용기가 생기고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공무로 국외출장 중이었다. 팀원들이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을 카톡으로 전달해 줬다. 국외출장 중에서도 업무에 새롭게 적용해야 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팀이 공동으로 활용하는 네이버 밴드에 떠오른 아이디어나 찾아본 자료 등을 게시한다. 열정이 있다면 외국에 있어도 고민하고 해결책을 떠올리기도 한다. 집에 와서도 잠에 들기 전까지 고민에 고민을 더해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한다.


  법으로 보장된 정규 근무 시간이 아홉 시이므로 그 이전에는 업무에 대한 생각을 하면 안 되고 아홉 시 정각부터 일을 시작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출근하는 길에도 일에 대한 해결책과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사람인가? 퇴근 시간 이후에는 회사의 일을 잊어버리는 사람인가 아니면 집에 와서 산책을 하거나 사람들과 어울리는 중에도 자연스럽게 일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사람인가? 일에 묻혀 살라는 말이 아니다. 자기 일에 애정을 갖고 열정으로 일을 하는 사람은 회사 안이든 밖이든 고려하지 않고 아이디어를 떠 올릴 수 있다. 배민, SSG 광고를 만든 황보현 CCO(Chief Creative Officer) 세바시 강연 중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창의성은 궁리에서 나온다.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의식하면서, 다른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온전히 100%의 궁리를 할 때 불현듯 떠오르는 순간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 창의성은 논리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아르키메데스가 순금관의 사실 여부를 증명할 수 있는 마지막 하루를 남겨놓고 목욕하다 유레카를 부르고 벌거벗은 채 아테네 시내를 뛰어다녔다고 한다. 아이디어는 회사에 있을 때 정해진 시간에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선잠을 자거나, 산책, 명상, 샤워를 할 때 떠오른다.


  열정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한다. 아쉬운 것은 열정을 불어넣는 일은 많이 어렵지만 열정을 꺾는 일은 쉽다. 열정을 갖고 일을 하려는 사람들의 열정을 꺾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일 많이 한다고 돈 더 받는 것도 아닌데 굳이 왜 저렇게 열심히 살지? 일 잘하고, 일 많이 한다고 누구 알아주는 사람 아무도 없어, 나중에 문제 생기면 책임지는 사람 없고 너만 힘들어져. 왜 그렇게 힘들게 사니, 남들처럼 적당히 해, 너 혼자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아. 의지를 꺾는 시선을 보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상사는 아주 세심해야 한다. 고민에 고민을 더해 보고서를 올렸는데 아무런 코멘트나 피드백을 하지 않거나 오히려 핀잔을 주고 잔소리를 한다면 더 이상 열정을 갖고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 상사의 작은 관심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세심한 피드백이 조직의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 열정이 많은 사람이 인정받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 리더에게는 리더십에 대한 고민과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 자신의 성장과 조직의 발전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 한 사람의 리더가 아니고 조직원 모두가 리더라는 생각으로 조직이 움직이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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