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함께 일하는 이들은 내 마음을 동요하게 만든다. 그들은 자신의 특성대로 일할 뿐인데, 내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혼자 성내는 것이다. 화가 나는 이유는 그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에 있어서 객관적인 잣대로 봤을 때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일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기일을 넘기거나, 방향을 못잡거나, 일의 경중을 모를 때 알려주는 것이 팀장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적극행정 우수공무원 선발을 1년에 상하반기로 나눠 진행한다. 굳이 '신청하세요'라고 홍보하지 않아도 많이들 신청한다. 내가 팀장으로 오기 전에는 15명씩 적극행정 우수공무원을 선발했다. 내가 온 뒤로 7명, 5명, 3명으로 줄어들었다. 선발 과정도 까다로워졌다. 1차 예비 심사에는 내부 공무원 평가단을 구성해서 발표심사를 하고, 직원 설문조사를 더해 75점 이상을 2차 본심사에 올린다. 2차 본심사에서는 적극행정위원회 위원들이 평가단이 되어 발표심사를 하고, 시민들의 온라인투표 점수가 반영되어 순위를 결정한다. 어려운 과정이다.
문제가 생겼다. 올해 상반기는 신청자가 3명밖에 들어오지 않은 것이다. 왜 숫자가 적은 것일까? 선정절차가 까다로워서일까? 내심 불안했다. 2주 전부터 공문이 시행돼도 못 볼 수 있으니깐 홍보 팸플릿도 만들고, 내부 전자게시판에도 올리고 행정메일을 보내 신청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말했다. 담당자는 원래 마지막 날에 신청 공문이 들어온다고 말하며 신청 마감 하루 전에 게시판에 공지를 올리는 것에 그쳤다.
안우경 교수님의 저서 <씽킹 101>에 1장에 나왔던 유창성의 착각 중에 계획의 오류가 생각난다. 과업을 끝마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과소평가하여 마감 기한을 놓치는 경우가 발생하거나 예산을 초과하는 일이 발생하는데, 희망적인 생각 때문에 발생한다. 오페라 하우스 공사가 애초 700만 달러의 예산이 책정되었었는데, 공사 규모를 축소하고도 총 1억 200만 달러 비용이 소요되었고, 기간도 당초 계획보다 10년이나 더 걸렸다. 해법이 있는데, 예상한 시간에 50% 당겨서 계획하는 것이다. 우리는 알 수 없는 변수를 계획에서 고려하지 않는다. 걸림돌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데 현재 기준으로 미래를 계획하기 때문에 오류가 발생한다.
소통을 잘하는 연습을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는 소통이 안 되는 사람과 일하는 것이라는 신수정 작가의 말씀을 생각해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근데 말이다. 1년, 2년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은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나는 일에서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는 사람이다. 일의 목표를 설정하고 일정을 명확히 하려 한다. 아이디어를 내고, 계획을 세우고, 문제를 해결하며, 목표를 향해 수렴의 과정을 거친다. 스스로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내 일을 사랑하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내 일에 호기심을 가져야 내 일에서 감동을 찾을 수 있다. 어떤 일을 할 때 설렘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은 삶을 재미있고 역동적으로 살아내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목표 지점을 하나의 이미지로 선명하게 그려내고, 무의식과 의식 속에 목표를 향해 의식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움직이게 만들어 내면 좋겠다. 스스로를 몰입의 상태로 들여놓는 것이다.
집요함은 성취감을 가져온다. 몰입 상태에 자신을 놓는 것은 지향하는 것을 수행하는 좋은 방법이다. 자신에 대해서도 예민해야 한다. 자신이 어떤 상태에서 몰입감이 좋고, 오랫동안 집중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무엇이 효과적인지 알아차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보자. 나는 지금 왜 여기에 있는지, 어디로 향해가고 있는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질문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