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서 감수성은 공무원에게도 필요하다. 최인아 대표님의 저서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을 읽다가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는데, 일할 때 꼭 필요한 부분 중에 하나로 감수성을 뽑았다. 네이버 사전에서는 감수성을 외부 세계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성질이라고 말한다. 최인아 대표는 감수성을 일에서 여러 변수를 이해하여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아는 능력을 말한다고 설명한다. 책방에서 책방 전체를 빌려주는 일이 있었는데, 혹시 사정을 모르고 오는 손님을 위해 출입문에 안내문을 붙이라고 직원에게 부탁했는데, '대관'이라는 두 글자만 크게 써놨다고 한다. '책방이 어떤 행사로 일찍 문을 닫습니다. 어려운 발걸음을 하셨을 텐데 죄송합니다'라고 하면 타인에 대한 감수성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쉽다고 말한다.
필자 또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2018년 데이터행정팀장을 할 때 함께 일했던 팀원이 감수성이 풍부했다. 그 팀원은 필자가 휴가를 다녀오면, '팀장님이 부재중인 기간 동안에 이런 업무가 진행됐습니다. 앞으로 이런 업무를 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또, 출장을 가는 일이 있으면 팀장님 관용차량을 배차해 놓았습니다. 몇 시에 출발하면 됩니다. 가는 길은 어떤 노선으로 가면 되고, 출장지에 도착하면 몇 층으로 올라가면 됩니다. 차량 주차권은 미리 받아왔습니다. 그 팀원은 팀장의 입장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질문해 보고 행동을 했을 것이다.
야마구치 슈와 구스노키 겐의 책 <일을 잘한다는 것>에서도 감각을 말한다. 타인을 헤아려 보고 타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감각이 좋은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인식하고 있다. 일을 잘한다는 것의 핵심은 감각이다. 배경과 상황, 입장 등을 잘 파악하고 반응하고 대응하는 것이다.
아쉬운 부분은 감각이 없을 때다. 주어진 일의 전체 맥락을 이해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질문해 보면서 자신의 할 일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타인에 대한 공감이 없으면 일의 성과는 나타나기 힘들다. 스스로 할 일을 챙겨가며, 타자의 입장에서 한 발 더 생각해 보면 좋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다. 상사가 질문해야 답을 한다. 상사가 궁금해하기 전에 업무 진행상황을 이야기하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은 감각있게 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3주 후에 회의가 있다면 사전에 해야 할 일들을 리스트화해 본다. 일정에 따라 역진행으로 D-day를 정해 언제까지 무슨 일을 마무리 짓는 마감 일정을 나름대로 정해 보고, 중요한 부분들을 체크한 것을 손으로 써도 좋고 한글문서나 마인드맵 등 오피스 도구로 작성한다. 작성한 문서를 상사 앞에 펼쳐 놓고 이야기를 나눈다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도 챙길 수 있고 좋은 방향으로 업무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일에 대한 감각이 없는 사람은 타인에 대한 배려가 약하다. 타인의 입장까지 생각하지 않으니 내가 무엇을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는지 모른다. 민간기업에서는 고객경험을 넘어서 고객감동을 조직의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 고객의 색다른 경험도 훌륭한데 감동까지 주려는 것이다. 일에 대한 감각은 일에 대한 태도와 관련 있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지 않으면 고민을 하지 않고 고민을 하지 못하면 뭘 해야 하는지 모르니, 타인에 대한 배려는 할 수 없는 이치다. 하루를 시간으로 때우려 하거나 성과물의 수준을 높이는 고민을 하지 않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일에는 일을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느낄 수 있다. 일을 대하는 태도는 자기를 대하는 태도와 같다. 일에 대한 수준이 높다면 자신을 사랑하는 깊이도 깊다. 타인을 공감하고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알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원하는 게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고, 하고 싶은 게 있어야 무얼 할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일터에서의 시간도 내 인생이다. 몇 년 전 같이 일하는 팀원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팀장님은 성과를 내기를 좋아하는 성향인 것 같은데 자신은 타인에게 내 이름이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일을 열심히 하려면 공무원을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이다. 사실 이런 말을 듣게 되면 말문이 막힌다. 돈을 받은 만큼만 일하고 싶고, 열심히 한 들 자신에게 이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공무원 조직에서 정규 근무시간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8시간이다.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고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까지 고려하면 직장을 위해서 11시간 이상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 시간은 남의 시간이 아니다. 내 시간이다. 내 인생인 것이다. 하기 싫은 일을 위해 하루 꼬박 8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과연 행복한 삶일까?
일과 행복이 비례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일에서 행복은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하찮은 일일지라도 그 안에서 성과를 찾아내고 의미와 가치를 찾아낼 수 있다. 문서를 만들더라도 문구, 조사, 어미 등을 고려해서 자연스러운 문맥을 만들어 내는 것도 행복일 수 있다. 내 일에서 최소한 조직에서 최고가 되려고 하고 같은 일을 하는 타 시군에서 아니면 전국에서 최고가 되려고 지향점을 스스로 만들어 낸다면 일을 허투루 하지 않을거다.
누구를 위함이 아니라 나를 위해 일하는 것이다. 내가 중심이어야 한다. 내 일에서 내가 중심이 되고, 조직의 목표와 나의 목표를 일치하여 나가는 것이다. 자신을 존중하는 것이다. 누구 앞에서도 당당해질 수 있으며, 하찮은 일을 하거나 좋은 보직을 받지 못해도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내가 맡고 있는 일을 잘 해내고, 작은 성과라도 만들어 내자. 일을 잘하기 위해 애쓰는 것은 내가 쓰일 수 있는 방법이다. 쓰인다는 것은 인정받는 것이고 인정을 받게 되면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적극적 태도로 일의 감수성을 높이고, 자존감을 높여 쓰이는 공무원이 되면 좋지 않을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