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아 작가의 저서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에서 '지름길에는 덫이 있다'라고 말한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도 두 가지 선택 길이 있다. 하나는 오래 걸리고 힘도 많이 드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쉽고 편한 방법이다. 대부분 사람은 쉽고 편한 방법을 선택한다. 비슷해 보이지만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자신의 시간을 오랫동안 투입하여 스스로 깨달은 것이 자신의 것이 된다. 진짜 문제는 스스로 해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2022년에 석사학위논문을 썼다. 처음 써보는 것이라 낯설고, 어려웠다. 내 일인데 애써 외면하고 싶은 마음에 제자리걸음만 5~6개월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생각했다. ‘지도교수님이 내 논문을 대신 써주시는 것이 아니구나, 오로지 내가 해야 하는 것이구나’ 깨달았다. 논문을 쓰면서 몇 번이고 한계에 부딪히곤 했다. 내가 설정한 가설은 맞는 것인가? 통계는 어떻게 구해야 하는 거지? 내가 구한 가설검증 결괏값이 맞는 것인가? 통계 결괏값을 어떻게 요약하고 문장으로 표현하지? 결괏값에서 함의는 어떻게 뽑아내지? 제언은 또 어떻게 해야 할까? 나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질문을 하고 자료를 찾아보고 글로 써보는 시간을 수없이 반복했다. 스스로 해법을 찾아야 함을 알게 되었다.
강연을 들을 때도 마찬가지다. 눈과 귀로 듣기만 하면 끝나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좋은 느낌만 남을 뿐이다. 퇴근 후 20:00에 폴인(folin)에서 김태호 PD의 강연을 봤다. 볼 때는 좋았다. 마치 다 아는 것만 같았다. 끝나고 나니 기억에 남는 게 없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 김태호 PD 강연 사진을 하나 캡처해서 올리면서 기억에 남는 생각을 적었다. 적어 보니 생각이 정리되었다.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구나. 내가 공을 들인 만큼 남는구나 알아챘다.
강연보다 책을 읽을 때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이유가 바로 공을 더 들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 윌라, 밀리의 서재, 예스 e-book 등에서 음성으로 책을 듣는다. 2배속으로 하면 1권을 3시간 정도면 들을 수 있다. 듣고 나면 가물가물하다. 명확하지 않다. 뭔가 들은 것 같은데, 한 문장으로 정리해서 말할 수가 없다. 다시 종이책을 들고 읽어보면 음성으로 들었던 내용이 되살아난다. 책에 볼펜으로 써보고, 질문해 보면서 읽으면 조금 낫다. 책 한 권을 읽어내고 마인드맵으로 전체 구조를 그려낸 후 내용을 상기하면 책 한 권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진다.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생각만으로 내 글을 써 보면 만족할 만한 수준의 것으로 내 것이 된다.
김태호 PD는 MBC에서 퇴사하는 시기에 어떤 회사로부터 제안받았다. 어차피 예능 콘텐츠 만드는 회사를 해 봤자 수입이 별로 안될 테고 그 이상의 연봉을 줄 테니 오라고 제안했다. 김태호 PD는 처음에 그 제안에 맞장구치면서 고맙다고 했으나 너무 부끄러웠고, 7일 뒤에 제안한 회사로 가서 거절했다. MBC에서 받지 못했던 많은 연봉을 받을 기회였던 것을 놓치진 않았나 후회하는 생각도 해 봤지만 거절한 걸 잘했다고 했다. 앞으로 예능만 하는 게 아니고 드라마도 할 수도 있고, 장르가 없어질 수도 있고 가치 높은 것을 만들 기회가 있을 텐데 해보지도 않고 자신의 한계를 설정하고 안주하려 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던 것이다.
공직의 일하는 태도에서도 마찬가지다. 쉬운 것, 편안한 것만 선택하면 좋은 성과를 내기 힘들다. 조금 힘이 들더라도 깊숙이 파고들고 공을 들이면 시간은 조금 오래 걸릴지 몰라도 수월하게 해결되기도 한다. 2022년 민선 8기가 시작되면서 공약사항으로 규제혁신 추진단 운영이었다. 행정안전부나 국무조정실에서 규제혁신 추진단 관련해 지방자치단체로 지침이나 업무추진계획을 내려보내기 전에 먼저 움직였다. 자체계획을 시장님 취임하자마자 7월 중순에 결재받았다. 9월에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에 가장 먼저 규제혁신 추진단 발대식을 추진했다. 유튜브로 녹화방송도 내보냈다. 새 정부 출범으로 규제혁신을 강조하고 중앙부처뿐만 아니라 광역, 기초자치단체에 규제개선 과제를 발굴하는 내용의 공문이 내려왔다. 때에 맞춰 발굴계획을 수립하고 국무조정실의 협조 요청 사항도 적극 추진했다. 행정안전부에서 요청하는 과제 발굴 사항에 대해서도 자체 계획을 수립하여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 될지 안 될지는 확실하지 않았지만, 꿋꿋이 노력하고 준비했다. 연말 갑자기 새 정부 규제혁신 평가계획이 행정안전부에서 내려왔고 우리 기관은 그간의 축적된 노력을 증빙자료로 제출하여 우수기관으로 선정되었다.
막연하고 앞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목표를 설정하고 어리석지만 우직하게 꿋꿋이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면 세상은 조금씩 바뀐다. 보잘것없고 부족하지만 성장하기 위해 조금씩 한 발 한 발 내딛는다.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말고 세상의 중심에 나를 놓고 힘쓰자. 약한 사람은 뭔가 사정이 많다. 강한 사람은 조건이 불리하고 어렵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어느 날 저 높이 밝게 빛나던 북극성이 조금은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