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로(風露)
꽃이 지고 해가 저무는 밤
찬 바람은 나를
불 꺼진 길가로 밀어 세운다
부는 바람은 내 몸을 띄워
너를 향해 솟아오르고
너를 찾는 여행을 떠나는 시간
가을의 밤은 그렇게 시작됐다
차가운 바람에 흩어진 나의 마음은
따듯한 너를 주체하지 못한 채 식어가고
그대에 붙어 대롱대롱 매달린
한방울의 애처로운 사랑이 된다
그대 놀라 나를 떨어뜨리려
몸을 앞으로 숙여도
나의 마음은 더욱 모여
바닥에 닿는 그 순간까지 숙연하다
그대 튀어올라 나를 떠나고
가을밤의 이별이 아침을 만나도
나는 다시 떠나리 눈물을 머금고
따듯한 공기가 되어 그대 곁에 머무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