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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 3

풍로(風露)

by 흐구로그

꽃이 지고 해가 저무는 밤

찬 바람은 나를

불 꺼진 길가로 밀어 세운다


부는 바람은 내 몸을 띄워

너를 향해 솟아오르고

너를 찾는 여행을 떠나는 시간

가을의 밤은 그렇게 시작됐다


차가운 바람에 흩어진 나의 마음은

따듯한 너를 주체하지 못한 채 식어가고

그대에 붙어 대롱대롱 매달린

한방울의 애처로운 사랑이 된다


그대 놀라 나를 떨어뜨리려

몸을 앞으로 숙여도

나의 마음은 더욱 모여

바닥에 닿는 그 순간까지 숙연하다


그대 튀어올라 나를 떠나고

가을밤의 이별이 아침을 만나도

나는 다시 떠나리 눈물을 머금고

따듯한 공기가 되어 그대 곁에 머무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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