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받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내가 우리 가족의 지킴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런 역할을 감당할 힘을 갖춘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에, 나는 조용히 감사했다.
생각해 보면,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저, 그들이 나를 필요로 할 때 곁에 있어주는 것. 그리고 단단한 사람이 되어, 작은 의지가 되어주는 것. 이 소박한 일들이, 내게는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을 준다.
세상은 종종 말한다. “네 길을 막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버려야 한다”라고. 그러나 나는 그렇게 쉽게 등을 돌릴 수 없다. 혼자 가면 빠를지 몰라도, 함께 가야 비로소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가족은 내가 태어난 곳이며, 나를 이루는 가장 깊은 뿌리다. 가족을 지키는 일은 곧, 나 자신을 지탱하는 일이기도 하다.
비록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오래도록, 우리가 함께할 수 있게 지켜내고 싶다. 그것은 내게 의무가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기쁨이다.
그리고 그 가족은 혈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삶을 살아가며 자연스럽게 맺어진 인연들, 기꺼이 나를 받아준 사람들 역시, 나에게는 소중한 가족이다. 나는 기꺼이 그들에게도 가족이 되어주고 싶다. 가족이란, 단순히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시간을 살아내는 것이라 믿는다.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은 결국 나를 있게 한 모든 사랑이다. 그 사랑을 지키며 살아가는 일. 그것이야말로 내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일이다.
세상은 인간이 혼자 살아가기에는 너무 벅차다. 서로의 그늘이 되어주고, 서로의 그늘 아래 쉴 수 있다는 것. 그 따뜻한 가능성 안에 내가 있다는 사실이,
내게는 무엇보다 큰 축복이자, 자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