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 번 넘어지고 일어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세 번, 네 번, 수없이 넘어지다 보면 넘어진 채로 고민하게 된다. 또 넘어질 텐데 내가 여기서 일어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선택인가를.
하면 되지, 하면 다 돼, 나는 될 놈이니까!
계란인 주제에 바위를 깨트려보겠다는 패기로 맨 땅에 헤딩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원하는 걸 하나씩 쟁취해 나갔던, 그런 20대가 나에게도 있었다. 그에 비해 30대는 하나씩 비워내는 시간이었다. 이런 걸 세월의 풍파라고 하는 건가 싶었던 시간. 그 시간들을 거치며 나는 조금씩 다듬어지고 있다.
“You are only a human.“
(너는 고작 인간일 뿐이야.)
교포였던 룸메이트가 건넨 말이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내 능력 밖의 일에 매달려 기진맥진해 있는 나를 안쓰러워했던 것 같다. 살면서 그 말이 가끔 생각나는데 이상하게 위로가 되는 말이다. 내 노력으로 안 되는 일이나 실수를 마주하는 일은 적당히 괴로워하고 적당히 건강하게 흘려보내야 하는데 좀 더 어렸을 때 잘 배웠으면 좋았을 습관이다.
예전의 나라면, 노력해서 안 되는 게 어디 있냐며 안 되는 게 있다면 최선을 다 하지 않은 거라고 기세등등하게 떵떵거렸겠지만, 세상에는 그 어떤 열심과 간절함으로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걸 깨달은 지금은 그게 얼마나 건방진 말인가를 안다.
사연 없는 인생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