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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호크

존 케닉, 슬픔에 이름 붙이기

by 양동이

(명사) 한밤중에만 문득 떠오르는 듯한, 때로는 몇 주 동안 잊고 살지만 결국 또다시 어깨에 내려앉아 조용히 둥지를 트는 듯한ㅡ이미 마감을 넘긴 업무, 사라지지 않는 죄책감, 닥쳐오는 미래에 대한ㅡ 되풀이되는 생각.



한밤중 침대 위에 몰려오는 불안들. 흔히 말하는 새벽 감성. 우울은 물과 같아 누우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온다. 당신도, 나도 아는 것처럼.



이성이 탈락한 집단은 항상 잘못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지. 빈집은 그 어떤 불청객도 환영이니까. 제 집인 양 자리 잡은 멜라토닌은 찾아오는 고민들에게 오서 오십시오 하고 방을 내어 주고는 오래오래 머물다 가시라는 의미의 차 한잔과 담요를 건네준다.

저들끼리 오순도순 모여 앉은 잡것들ㅡ고민, 불안, 우울 외로움, 죄책감 등ㅡ은 뇌를 갉아먹는다. 그리 말하던 사랑을 등한시하고, 세상을 향해 악담을 퍼부어 그 위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를 혐오케 한다. 물론 잠에 들면 해결될 일이지만.



아픈 생각을 멀리 하자고 하지만, 세상이 가장 미워질 때라는 걸. 컨트롤할 수 없음에 머리를 쥐어뜯는 일은 그만두자고.





아마 평생을 불안에 떨며 살겠지. 누군가 떠날까 불안해하고, 감히 무언가를 소유하고 싶어 할까 두려워하고, 그렇게 고립을 갈망하다 타협할 수 없는 욕망에 갇혀 말라갈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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