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집을 떠나다

n번째 가출

by xohee

아빠와 지내는 동안 가출을 3번 정도 한 것 같다.


사실 가출할 생각이 있어도 나는 실행하지 못하였는데

동생이 막무가내로 놀이터에서 집으로 들어가기 싫어한다던지 해서 나도 용기를 내었던 것 같다.


한 번은 당시 친하게 지내던 친구의 집으로 갔다. 그나마 믿을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그 친구도 편부모 가정이었고, 우리 가족과 친하게 지냈었기에 그 집으로 향하였다.


나는 그 집에 가서 놀다가, 저녁이 되어 들어가라는 말에 무릎을 꿇고 울면서 '여기서 설거지도 하고 집안일도 도울테니 제발 여기서 같이 살게 해 주세요'라고 빌었다.


그렇게 잠든 뒤, 다음날 아침. 우리는 아빠에게로 인도되었고, 그때의 복잡한 감정은 지금 떠올려도 먹먹하다. 아빠에게는 당연히 혼이 났다. 부끄럽게 했다며.


친구의 어머니는 나에게 가만있지 말고 '때리지 말라'고 말하라고 하였다. 그 말을 들은 나는 가당치도 않다 생각했지만, 해본 적이 없기에 시도하면 아빠가 멈출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있지 않을까 했다.


그렇게 미친듯한 구타를 당하다가 너무 힘들어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그만 때리세요."


나의 처음 보는 모습에, 순간 아빠가 당황한 듯 잠시 멈춰 섰다. 하지만 이내 더 화가 난 목소리로 감히 반항하냐며 더 큰 구타로 이어졌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내 머리채를 잡고 양쪽으로 휘둘러서 내 몸이 붕붕 떠서 날아다니던 것을. 그 말을 꺼낸 것을 후회하였다. '그럼 그렇지'하고.

그렇게 심하게 맞다가 죽을 거 같아서 펼쳐져 있던 빨래건조대 사이 밑으로 들어갔다.


아빠는 당장 나오라고 하였고, 이윽고 건조대를 완전히 접어 나에게 계속해서 찍어 내렸다. 그 뒤로 두 번 다시는 작은 반항도 할 수 없었다.


한 번은 다른 친구집으로 도망쳤지만 낮에만 지낼 수 있었고, 저녁에는 친구동네 놀이터에서 밤을 지새웠다. 덜덜 떨면서 누군가 신고하지 않을까 마음을 졸였다.


찜질방에서 이틀 정도 머물렀던가? 주인아주머니가 내일부터는 머물 수 없다고 하셨다. PC방에서 밤을 새우기도 눈치가 보였으며, 그쯤부터 미성년자는 숙박이 제한될 수도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걱정되기 시작하였다.


당시 삼각김밥이 나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는데 배고팠던 나와 동생은 고민 끝에 삼각김밥 두 개를 사들고 놀이터 그네에 앉았다. 처음 먹는 거라 어떻게 먹는지 몰라서 김이 싸져있던 비닐이 분리되어 삼각형의 밥과 김을 따로 먹었다.


그렇게 며칠을 보냈을까, 밤이 되었고 놀이터 앞 주택에 사는 중년 부부가 우리를 불렀다.

나는 혹시나 신고하려나 싶어서 안 간다고 했지만, 가출한 거냐며 신고 안 할 테니 와보라고 하였다. 의심을 놓지 못했지만, '며칠간 삼각 김밥만 먹는 거 같던데 걱정되어서 그런다. 라면 끓여줄 테니 먹고 가라'라는 말에 배가 고팠던 우리는 그 집에 결국 들어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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