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 (이사 9,1)
+ 찬미 아기 예수님
아기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습니다. 설렘과 기쁨으로 가득 채우길 바랐던 나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그분이 오셨습니다. 나의 살과 나의 숨을 취하고 깊은 침묵의 밤을 밝히는 큰 빛으로 오셨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 (루카 2,10-12)
우리는 어떠한 어둠의 길을 걸어왔던 것일까요. 조촐히 공동체 식구들과 성탄 밤 미사를 마치고 문득 한 생명의 탄생이 얼마나 고단한 것인가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성탄절이라는 화려한 축제만 해도 그렇지요. 함께 즐기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수고로운 봉사를 해야만 합니다. 그렇게 가지각색의 수고 끝에 캄캄한 성당 제대 앞 구유에 아기 예수님이 모셔졌을 때 환하게 불이 켜졌지요. 그 밝은 빛이 비춘 건 새 생명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평화의 임금만이 아니었습니다. 그 아기에게 경배하기 위해 하나 둘 모여둔 우리들의 발자국들이 있었습니다. 어떤 어둠 속을 모두 걸어왔는지 알지 못해요. 누군가는 진흙탕을 지나왔고 누군가는 모래밭을 걸어왔지요. 걸어온 길만큼 다른 모양새로 더러워진 신발들이 발자국을 남겼습니다. 그렇게 어둠 속을 걷던 우리는 큰 빛을 보았습니다.
사실은 어둠 속에 서 있던 이웃을 안아주기가 무척이나 어려웠었어요. 그의 맑은 눈을 바라보지 못해서였을 겁니다. 나의 모난 마음에 가리어진 눈과 굳어버린 손이 나를 멈춰 세웠을 겁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어둠을 핑계로 댈 수가 없게 되었어요. 모든 게 밝아졌으니까요.
오늘 나를 위하여 이 고을에 구원자가 태어나셨습니다. 그분은 다시 나에게 당신의 이름을 드러내십니다. 더 이상 가려질 것이 없으니 나는 밝은 빛이신 그분 앞에 모든 것을 드러냅니다. 아주 작은 아기의 숨이 나의 심장을 뛰게 하고 그의 미소가 내 영혼을 춤추게 합니다. 그렇게 나는 당신만 봅니다. 우리가 함께 바라보는 것은 이 빛입니다. 그 빛이 나를 비춥니다. 그러니 나는 어둠 속에서 걸어오는 또 다른 이웃을 향해 손을 내밀겠습니다. 여기, 우리 모두를 위한 빛이 있으니 이리로 함께 나아오겠습니다.
보랏빛 기다림은 마치 한 끝 하늘이 밝아오는 아침처럼 이제 희망으로 물들었습니다. 우리가 걸어온 길을 수놓은 상처들 사이로 빛이 터져 나옵니다. 그렇게 우리는 치유되고 구원되어 새로워졌습니다. 오늘, 나를 위해 나신 아기 예수님께 드릴 것은 오롯이 감사하고 또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참으로 기쁜 성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