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a del Qurinale
내 안의 깊은 우물에 갇혀 있고 싶었다. 더 이상 물이 솟아나지 않는 바닥의 자갈흙에 엉덩이를 깔고 그렇게 몸을 웅크려 앉아 있는 느낌이었다. 나를 짓누르는 우울의 깊은 우물 속에서 소리 내 울고 싶었다. 그 누구도 들을 수 없게, 그저 벽을 때리고 돌아오는 내 울음이 나를 파고들 때까지 혼자 있으련다.
누군가 내게 던진 작은 돌멩이가 하필 내 약하디 약한 정강이를 쳤다. 이젠 희미해진 상처 위로 스친 돌멩이에 아파서 울었고 나만이 알고 있는 상처의 역사에 서러워서 울었다. 돌멩이를 던진 그를 탓할 수도 없었다. 나는 그를 피하지 않았고 그 아픔을 고스란히 껴앉는 것이 나의 숙명인 듯 질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내 다시 기어코 우물 속으로 내려갔던 것이다.
몸이 유난히 무거웠던 오후, 저 멀리 Quirinale 대통령궁 위로 희미하게 무지개가 보였다. 비가 오지 않았고 다만 하늘의 한쪽이 흐릴 뿐이었다. 그리고 선명했던 무지개는 거짓말처럼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이미 언덕을 올랐을 때 무지개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지만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을 때, 퀴리날레 안드레아 정원 위로 길을 낸 무지개를 만났다. 반가웠다. 캄캄한 우물 속에 웅크려 앉아 도통 어둠뿐인 줄 알았는데 어느덧 고개는 하늘을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머리 위로 펼쳐진 회색빛 하늘에 그려진 한 줄기의 고운 무지개가 나를 잠시 미소 짓게 했다.
"아름답네." 그 아름다움의 찰나를 발견한 것은 나였구나!
사라진 무지개를 마음에 품었다. 어쩌면 그 선명하고 고왔던 아름다운 빛깔이 이미 내 안으로 스며들어왔는지도 모른다. 때문에 이미 나의 시야에서 희미해졌는지도. 그 찰나의 아름다움이 충분하다고 느껴졌다. 벽을 치고 돌아오는 울음의 소리로부터 내가 더 이상 아프지 않도록 말이다.
"숱한 고통으로부터 나를 지키지 못한대도, 힘없이 스러진대도 괜찮다. 너를 알아볼 수 있는 내가 있어서. 그 촌각에 미소로 어둠을 밝힐 내가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