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게 맛있는 아침을 선물하고 싶었다.
아침미사를 마치고 후다닥 뛰쳐나왔다. 공동체에서 아침을 챙겨 먹고 나올 수도 있지만, 오늘은 왠지 특별한 아침을 내 마음에 선물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토요일 아침 이른 시각에 맥도날드에서 맛본 코르네또가 생각났다. 아니 맥도날드에서 이런 맛을 볼 수가 있다니. 따뜻하고 부드러운 빵에 겹겹이 녹아든 고소한 피스타치오 크림! 배가 부를 만큼의 넉넉한 양은 아니지만 왠지 배보다는 마음을 즐겁게 해주고 싶었다. 여유 있게 거리 풍경 잘 보이는 바에 앉아 아침을 즐길 처지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오랜만에 마침 하늘이 파랗고 맑았다. 2월 들어 내내 힘이 들었으니까 한 주간을 마치며 이 정도의 선물은 해줄 수 있겠다며 걷기 시작했다. 나는 앞만 보고 빨리 걸어가는 편이었는데 어느 순간 뒤를 돌았을 때 감동이 온다는 걸 알게 됐다. 그 기억에, 생각보다 쌀쌀했던 아침 등 뒤로 햇살이 쏟아지도록 바쁘게 발걸음을 떼다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산타 마리아 마죠레 대성전 위로 해가 떠오를 모양이었다. 한산한 거리에 비치는 햇살이 밤새 얼었던 우리들 마음을 녹여주기라도 하겠다는 듯 조금씩 조금씩 거리에 쏟아지고 있었다. 성전 뒤를 향해 손을 흔들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배도 고프고 추웠지만 곧 있으면 마음을 한껏 풍성히 데워줄 기대를 안고 열심히 열심히 걸어갔다. 짜잔.
드디어 맥도날드 도착이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뭔가 예감이 좋질 않았다.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다. 지난번에는 한쪽 바에서 따로 계산을 하고 바로 구매를 할 수가 있었지만 모두 번호표를 들고 있는 걸 보니 뭔가 바뀐 것 같았다. 게다가 기대했던 피스타키오 코르네또가 몽글몽글해 보이지 않았다. 다른 것들에 비해 몸집도 좀 작고 까무잡잡한 것이 아무래도 이전의 그 맛을 줄 것 같진 않아, 큼지막한 마르멜라따 코르네또, 잼이 든 크로와상을 선택했다. 키오스크에서 손가락으로 눌러 주문을 했다. 카드가 없으니 당연히 현금을 지불해야 하지만 계산대에는 직원이 없다. 빵 코너에 가서 좀 기다리다 눈치껏 끼어들어 점원에게 물으니 계산대에서 지불하고 오란다. '직원이 없는데?'
이를 어쩌나 하다 어차피 시간이 아직 있으니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래, 나는 로마에 살고 있었지.' 빈 계산대에서 주린 배를 움켜쥐며 열심히 커피를 내리느라 분주한 점원들에게 나름 눈빛으로 호소했으나 그다지 관심을 받진 못했다. 뱃속에서 뭔가 뜨거운 힘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화다. 우선 깊은 숨을 내쉬며 참아본다. 마침 내 뒤에 이탈리아 아저씨 하나도 선다. 뭔가 안 쪽에서 사람 소리는 나니 누가 나올 것도 같다. 몇 분이 몇 십 분처럼 지나간다. 드디어 얼굴을 비친 점원은 그나마도 잠시만 기다리란다. 그렇게 다시 인내심을 획득한 나는 마침내 크로와상 하나와 디카페인 카푸치노 값으로 2유로 10센트를 지불할 수 있었다.
'이제는 내 번호를 불러주겠지? 배고프다. 얼마나 맛있을까!' 그렇게 인내심과 바꾼 코르네또를 디카페인 카푸치노와 받아 들고 겨우 계단을 올라 자리를 잡았다. 진지하게 식전 기도를 바치고 설렘 가득 한 입 물었을 때, 당황스러웠다. 그렇게 따뜻하지도 부드럽지도 않았다. 아니, 맛이 없었다. 내가 나에게 선물하려던 아침은 이게 아니었다.
내가 잠시라도 누리고 싶었던 기쁨과 낭만은 그렇게 멀리멀리 사라져 갔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내 마음은 진실로 지난번에 맛보았던 고소한 피스타키오 크림을 겹겹이 녹여낸 코르네또를 좋아할까? 내 마음은 설렘이라는 맛을 좋아하는 건 아닐까?
그 어느 고요한 토요일 아침, 잠시만의 일탈과도 같았던 그 시간 그 자유의 맛이 설렘으로 남아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그 설렘을 되살려내지 못한 오늘 아침. 부서지는 코르네또 가루들을 털어내며 피식 웃었다.
중년 아저씨가 투박한 선율 따라 부르는 노래가 흘러나왔는데
"Amore libero, tempo libero... sogno libero.." 이 후렴구만 정확히 귀에 꽂히는 것이다.
자유로운 사랑, 자유로운 시간 그리고 자유로운 꿈!
'맛 좀 없으면 어때. 내가 자유로운데, 나에게 자유로운 꿈과 시간 그리고 사랑이 있는데.'
기대하지 못한 맛에 실망했지만 설렘의 기억을 가지고 다시 나아갈 나의 자유가 있는데 무엇을 더 찾겠는가.
그 누구도 나에게 사랑을 강요하지 않는다. 이러한 방식의 사랑을 살겠다고 한 것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나의 자유로운 응답이었다. 친구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게 가장 큰 사랑이라고 하신 예수님 말씀을 기억한다.
내가 먹는 밥이 늘 맛있지는 않을 것이다. 때론 상한 음식을 먹어서 배탈이 나거나 아님 너무 굶주려 속이 쓰리거나. 그러다가 어쩌다 맛보는 귀하고 값진 음식에 즐거워하기도 할 것이다. 모두 내 자유 밖의 영역에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나는 선택하고 싶다. 내 마음의 기쁨과 설렘, 행복. 내 마음에게 맛있는 음식인 그 즐거움을 다른 사람에게도 대접해주고 싶다. 나만의 창의적인 방식으로. 요리는 예술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