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더 버틸 수 있겠니?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올려다본 하늘에 구름이 가득했다. 문득 궁금해졌다.
'저 구름의 무게는 얼마일까? 얼마만큼의 물을 담고 있는 것일까? 무거운 물을 저렇게 머금고도 하늘에 떠있을 수 있는 이유는 뭘까? 구름은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을까?'
나는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고 엉뚱했다. 그러나 과학적인 머리는 없었다. 천상 문과였던 나는 모든 걸 시적 은유로 바꾸곤 했다. 오늘은 잠시 생각했다. 저 구름의 무게를 객관적으로 설명해 낼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챗GPT에게 물었다. 그는 구름의 물과 중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구름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인 커다란 적운(Cumulus) 구름 하나는 약 500톤 ~ 1,000톤(= 50만 ~ 100만 리터)의 물을 포함하고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건 대형 수영장 몇 개 분량에 해당한다고 한다. 구름 속에는 아주 작은 물방울들이 가득 들어있는데, 하나는 너무 작아서 혼자서는 떨어지지 못하지만 서로 부딪히고 기대면서 조금씩 커져간다. 공기 속에 수증기가 가득할수록 물방울은 더 쉽게 자라고 더 빨리 무거워진다. 가끔은 차가운 공기 속에서 얼음 결정으로 바뀌어, 조금 더 단단한 모습으로 내려오기도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더 이상 떠 있을 수 없을 만큼 커지거나 한편으로는 구름을 받쳐주던 상승기류가 약해지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비로 쏟아지게 되는 것이다. 구름은 이렇게 공기 흐름과 중력의 균형 사이에 존재하는 셈이다.
나는 언제나 살랑이는 바람 따라 흩어졌다 모였다 하는 가벼운 구름들을 마음에 품었었는데, 오늘 그 하늘을 가득 메운 엄청난 큰 구름들이 대형 수영장 몇 십 개에 담길 만큼의 물을 담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놀라웠다. 그 무거운 구름이 중력을 이기고 하늘에 떠 있게 하는 상승기류의 역할이 참 크다.
요 며칠 마음이 계속 무거웠다. 이 무거운 마음이 빗물 되어 땅으로 흘러내리지 않게 받치고 있는 나의 상승기류는 무엇일까 다시 질문해 보았다. 나의 의지가 아닐까? 조금 더 버텨보고자 하는 나의 의지말이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가 오면 그땐 다 쏟아내겠지. 작은 물방울과 같은 감정의 조각들이 뭉쳐져 점점 무거워지고 그걸 받쳐줄 수 있을 만큼의 의지가 충분하지 않은 순간에는 아마 다 쏟아낼 것이다.
이틀간 잠을 잘 못 잤다. 하루는 새벽 천둥소리에 잠을 깨서는 몇 시간을 뒤척였고 또 하루는 그냥 이유 없이 잠이 깨져서 또다시 천둥이 치는 건 아닌지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잠귀가 예민한 편이라 늘 이어 플러그를 꽂고 자는데도 천둥소리가 어찌나 큰지 전쟁이 난 줄 알았다. 실제 전쟁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불안하고 무서울지 상상할 수도 없었다. 하늘은 그 밤에 왜 그토록 요란하게 다 쏟아부어야 했을까. 쏟아붓고자 했던 건 그저 구름을 가득 채웠던 그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던 대형 수영장의 물이었을까. 아니면 그 역시 하늘의 마음인 걸까.
초등학교 2학년 무렵, 어머니께서 직장 생활을 시작하셨다. 집에 오면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어느 날 대낮인데도 하늘이 어두워지며 요란한 굉음과 함께 엄청난 비를 퍼붓기 시작했다. 너무 무서웠다. 바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펑펑 울었다. 전화기 너머로 나를 다독이는 친숙한 목소리에 호흡을 가다듬고 전화를 끊었다. 그럼에도 홀로 무서움을 마주했던 깊은 외로움은 늘 나를 따라다녔다.
나는 정말 잘 운다. 오래전 공지영의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를 읽고 나는 여전히 내 존재 부피만큼의 눈물을 흘려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여기서 더 뚱뚱해지면 흘려야 할 눈물의 절댓값이 커지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다 쏟아낸 것 같아도 늘 툭툭 쏟아지는 물방울이 신기했다. 감정의 방울들이 뭉쳐서 더 이상 하늘을 둥둥 떠다닐 수 없을 때, 그 감정들을 다 받쳐줄 나의 의지가 모자랄 때 여름 장맛비처럼 주르륵 쏟아졌던 것은 아닐까. 잘 모르겠다. 아니면 물방울들이 중력을 거스를 수 없을 만큼 커져서 하늘로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이치일 수 있다. 막으래야 막을 수 없는, 그래서 한밤중 나를 깨운 천둥도 그 소리에 놀라 깨버린 어린 나도 모든 게 당연한 진리일 것이다.
다시 질문한다.
그 당연한 진리 안에서 나는 자유로울까?
과연 어떻게 존재하는 것이 나에게 자유를 줄까?
예수님, 당신의 방법을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