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설렘

반가운 만남

by 어엿봄

오랜만에 길을 걸었어요. 매일 걷지만 짐 없이 맨몸으로 걸을 때만큼 기분 좋을 때는 없습니다.

내가 마주하게 될 초록빛 세상을 떠올리자 이미 가는 길에 설렘이 가득 번졌습니다.

가브리엘 천사를 만난 후, 서둘러 길을 떠난 마리아의 발걸음을 그려보았지요.

분명 설렘 가득한 발걸음이었을 거예요.


오늘은 마리아와 엘리사벳, 하느님 은총을 입은 그 작은 두 여인의 만남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성모성월의 마지막 날이죠. 나에게 5월은 늘 장미향을 그리는 계절이거든요.

성모님께 마음 모아 봉헌한 장미의 진한 향기가 가득한 시간이요.

그 계절이 이렇게 지나갑니다.


마리아의 설렘은 결국 기쁨을 나눌 순간에 대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마리아는 자신의 작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크심까지도 잘 알고 있었어요.

작음을 아는 자, 거꾸로 그 크심을 받아들일 줄 아는 자가 됩니다.

가난함이 부유함을 낳았어요. 그 가난함이 부유함의 땅이 되었어요. 땅이 되어 모든 것을 품었습니다.


나는 모든 이를 안아줄 만큼 넓은 품을 지니고 있지 못합니다.

작은 것들에 자꾸만 불편한 마음이 들고 상대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려요.

그러나 오늘 꿈을 꾸었어요. 각자의 세상을 믿어주고 그것을 안아주는 꿈이에요.

제 품은 이토록 좁지만 주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으니 이 작은 지향을 축복해 주시리라 믿어요.

그리고 나의 축복된 꿈이 당신이 마음껏 자유로이 뛰놀 땅이 되길 희망합니다.

이 희망 때문에 나는 행복한 거예요.


내가 조금 더 착하고 자애로웠으면 좋겠어요. 당신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제 안에 간직하고 싶습니다.

세상 가장 작은 곳에 인간이 되어 오신 당신의 마음이 저를 가득 채우길 바랍니다.

가난한 이를 사랑하고 품어주고자 가난함을 취하신 당신의 고귀한 부유함이 내게 전해집니다.

숨겨져야 할 마음이 있고 또 드러나야 할 마음이 있겠지요. 선택은 당신의 몫입니다.

저의 몫은 그저 저를 당신께 드리는 것뿐입니다.

가난함 모조리 다 내어 드리고 기쁨으로 가득 차 주님을 찬미했던 마리아처럼,

또 그 영광을 함께 나눈 엘리사벳처럼, 나는 주님을 찬미합니다.

나의 찬미가 이 좁은 품에 갇히지 아니하고 넓은 대지로 나아가 울리기를 희망합니다.

이 희망 때문에 나는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행복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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