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땐 어리석었어
"지금까지 생각을 함에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질문이 있다. "결국 사람은 말보다는 폭력으로 통제를 해야 하는가?"
말과 대화를 통한 설득으로 사람을 바르고 옳은 길로 이끄는 것과 폭력성을 통해 옳은 길로 강제로 끌고 가는 것. 결국에 누군가가 혹은 대다수가 정한 옳다는 길로 간다는 것은 같지만 강제성에서 무수한 반발을 혹은 타의인지 자의인지에 따라 갈려진다.
난 엄격한 그의 밑에서 자랐다. 폭력이라기보단 훈육이라는 좋은 표현으로 포장하고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듯 옳고 그른 게 무엇인지 배웠다. 배웠지만 정작 나의 색깔, 나의 지향하는 바, 나의 주장, 생각이 없었으므로 굳은 신념이나 의지가 생기지 않았다. 마치 인사이드 아웃, 영화에 나오는 그 핵심코어가 나한텐 없었다. 단지 겉 색깔만 칠해진 전구가 있었을 뿐이었다. 그걸 어리석게도 난 나의 핵심코어, 신념이라고 믿었다.
난 수없이 맞으면서 느꼈다. 돌아가신 아버지처럼 폭력은 쓰지 않기로 정도를 떠나 상황이 어떻든 간에 말로 대화하기로 폭력은 안 좋다고 생각하였고 앞으로 성장함에 있어서 다짐했다. 폭력은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옛날엔 가끔 듣다가, 그가 죽은 이후론 종종 듣다가 최근엔 엄청 많이 듣는 말이 있다. 아들은 아버지를 닮는다. 많은 걸 뜻하는 말이겠지 싶다. 우리 부자를 향한 많은 말들이 있었지만, 많이 들은 문장들을 정리해 보자면
"겉은 강하고 속은 여리다"
"혼자 모든 짊을 뒤집어쓰려고 한다"
"늘 괜찮은척한다"
"화를 거의 안내지만 한번 화를 내게 된다면 상당히 무섭다, 두렵다"
마지막이 매번 걸렸다. 나도 나의 숨겨진 폭력성과 잔혹성을 알기에. 궁금했다. 무섭다는 건 이해가 가는데 저 두려움이라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난 마지막 문장을 내 뜻대로 해석해 보았다. 스스로 감정이나 스트레스를 잘 풀지 못하거나, 남들에 비해 스트레스를 담는 통이 크긴 커서 평상시에 화를 잘 내거나 예민하진 않지만 결국 한계치가 존재하기에 그 한계치에 다다르면 그동안 쌓였던 감정이 남들보다 더 많은 만큼 펑하고 터지기에 위력이 큰 것이다.
난 그 스트레스를 그동안 공부, 운동, 자기 통제로 풀려고 하였으나 절대로 풀리지가 않았다. 더 많은 지식, 더 많은 기록 단축, 도저히 해소되지가 않았다. 바닷물을 마신 것처럼 갈증만 더 늘어났고 오히려 스트레스를 담는 통만 커져갔다. 난 이 이유를 몇 년간 찾고 찾은 결과 내 색깔이 없어서 그렇다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아직까지도 성인이 된 지금도 나만의 스트레스를 풀 방법을 찾고 있을 나름이다. 헬스로 발전시켜 가기, 책을 많이 읽기, 일기 쓰기, 요리하기, 복싱하기, 사진 찍기 잘 모르겠다.
"폭력성"
이야기를 마저하자면, 난 결국 누나에게 폭력성을 드러냈다. 가학적, 잔혹성, 두려움, 공포, 폭력
세상엔 나쁜 단어가 많고 굳이 필요하지 않은 단어들도 있다고 난 생각한다.
시작은 마시고 있는 컵을 부순 거였다. 안 되겠다 싶었다. 저러다가 진짜 더 큰일이 생기겠다. 두 여자의 싸움을 말려야겠다. 한 손으로 마시고 있는 컵을 강하게 쥐어서 컵을 부셨다. 피가 나왔다. 컵의 유리가 손을 찔렀다. 아프지 않았다.
나도 모든 걸 내팽개치고 나 혼자 살기 위해 도망가고 싶었다. 전형적인 회피였다. 사랑을 받아야 할 나이에 받지 못하였고(물론 주셨지만 내가 부족하다고 느낀 걸 수도 있다), 평범함을 누려야 할 시기에 많은 짐을 떠받게 되었으니 회피가 가장 먼저 생각났다. 하지만 난 약속에 연연했다. 뭐 아버지를 떠나서, 약속이라는 건 나에게 중요하니깐, 그러면서 외쳤다. 다들 이제 와서 쓸데없는 약속이었다고 치부하지만 나에겐 아직까지도 지키지 못해서 죄송할 나름이다.
"이제 누나도 어머니한테 그만하고 어머니도 누나한테 너무 뭐라 하지 말자"
내 말을 아무도 듣지 않았다. 결국 난 움직였다.
움직인 이유는 하나였다. 내가 무력을 통하여 상황을 통제하는 게 둘이 싸우다가 한 명이 죽거나 다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손에 피를 묻히더라도 내가 묻히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최소한의 양심이었을까? 내 기억은 기억저장소를 멈춘 채 누나를 때렸다.
이걸 양심이라 볼 수 있는가? 내 뇌가 나를 보호하기 위해 기억을 멈춘 이기적인 행위이지 않을까?
폭력을 저지르다 잠시 기억이 돌아오니 집은 어지러웠다. 벽은 부서져 있었고 책상도 부서져있었고, 식탁의 유리도 부서져있었고, 누나는 고함을 지르며 온몸이 새빨개진 채 눈물콧물 다 흘리면서 겁에 질린 표정을 지은채 굳건히 잠긴 문을 황급히 열면서 엘리베이터로 향하고 있었다.
누나의 그 눈 기억한다. 그때라도 멈췄어야 했는데, 그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날 바라볼 때 난 진정했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누나가 해왔던 일들 인식들이 그래서 그런가 난 멈추지 못하였다. 따로 누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을 예정이다. 난 누나가 이 글을 읽지 않았으면 하고 내가 성인이 될 때쯤 우리 모두는 상처를 아문 채 각자 나름의 행복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거면 됐지 싶다. 난 죄책감과 대가를 평생 치러야 마땅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어머니는 무릎을 꿇은 채 나의 다리를 붙잡으며 울고불고하고 계셨다. 똑똑히 기억한다. 비는 것처럼 보였다.
"폭력은 나쁜 거야, 아빠와 같은 길을 가지 마"
흐느끼면서 절규하듯 말씀하셨다. 옛날에도 그런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아주 어린 시절, 무차별적인 그의 폭력, 이제는 말을 조금 바꾸자면 이해할 수 있는 폭력, 한 문장을 더 추가하자면 이해할 수 있지만 정당화는 될 수 없는 폭력에 맞서기 위해서 필름을 끊고 그와 맞서 싸우거나,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싸움을 해본 적이 있다. 매번 필름이 끊겼기에 기억도 안 났지만 하나는 기억난다. 심장이 쿵쾅쿵쾅 거렸고 이게 흔히들 말하는 피가 끓는다는 거구나, 하지만 결코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늘 말했듯 폭력은 존재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깊은 마음속에 심어 두었기 때문이다.
내가 왜 그랬을까? 왜 두 연약한 어머니와 누나를 때린 걸까 생각을 할 찰나에 난 깨달았다. 여기서 내가 감정을 배제하고 지금 당장 떨어져 있고 이들을 멀리하더라도 약속을 지키자고 어차피 약속 지키면 다 행복해질 거라고 감정을 버렸다. 이게 아버지가 말한 대가일까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내 다리를 부여잡은 어머니한테도 말했다.
"그러니깐, 다들 왜 매번 일이 터지고 나서야 후회를 하냐고, 미리 그렇게 안 하면 되는 거잖아."
그녀를 밀치고 붙잡고 있는 다리를 털며 누나를 쫓아갔다. 엘리베이터가 띵 하는 소리, 같은 층에 사는 사람들이 집안에서 수군수군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도 나와주지 않았다. 내심 나와서 나를 진정시켜 주고 어른이라면 더 좋았고 같이 이 문제의 해결법을 강구해나갔으면 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러지 않았다. 외로웠다.
누나의 머리채를 잡았다. 잠시 기억을 잃었다. 폭력이었다.
난 결국 그, 아버지처럼 두려움과 폭력 공포로 상황을 통제하였다. 나쁜 결정이었고, 지금까지도 후회를 하는 결정이었다. 그렇기에 난 더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을 하였다.
누나는 날 신고한다고 말하면서 떠나갔다. 사라졌다. 갓 성인이 된 누나는 이렇게 나와 어머니 곁을 떠나갔다. 어쩌면 내가 먼저 떠나간 걸 지도 모른다. 내가 조금만 더 참을걸, 조금만 누나의 입장에서 이해해 볼걸, 내가 일을 다 망칠 걸 지도 모른다.
난 남아서 어지러워진 집을 정리하는 어머니와 단독으로 대화를 했다. 어머니는 내게 말씀하셨다.
"아들 지금이라도 상황을 되돌릴 수 있어, 아직 늦지 않았어"
이렇게 내가 원한게 아니었는데 이렇게 해서 너무나도 죄송스러웠다. 가장 힘든 건 어머니이실 텐데 싶었다. 여기서 난 약속에 더 집착을 했다. 이렇게 된 거 약속에 나 자신을 완벽히 투자하자고.
"넌 그 눈빛이 무서워, 평상시에는 엄청 순둥순둥하다가 팍 터지면 폭력을 즐기고 사람을 갖고 재미를 보는듯한 눈빛 무서워. 사이코패스 같다고, 내 아들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러면서 어머니는 말씀을 덧붙이셨다. 나에게 많은 말씀을 하셨고 상처될 말씀을 많이 하셨다.
"네가 호기심이 많아서 머리도 좋고 금방 배우고 똑똑해지지만 네가 동물들이나 곤충들에게 비정상적인 실험을 하고 더 나아가 사람들에게까지 하려 했을 때 아버지는 그걸 통제하길 원했다고"
난 한숨을 쉬면서 어머니께 말씀을 드렸다.
"엄마, 늘 그렇듯, 내가 문제를 다 해결하고 연락 줄게, 그동안 잘 살아, 전에 못 찍었던 정상을 다시 찍고 돌아올게"
난 이렇게 떠났다. 집에서 챙겨갈 물건도 없었다. 난 옷도 없었고, 돈도 없었고 가진 건 내 몸이 전부였다. 이렇게 그를 땅에 묻고 누나와 어머니는 생이별을 한채 난 고등학교로 돌아왔다.
고등학교로 가는 길에 비가 엄청 많이 왔다. 난 포효했다. 일이 이렇게 최악으로 치닫게 된 것과, 내 손으로 누나와 어머니에게 몹쓸 짓을 한 것을 후회했다. 이걸 하늘도 아는지 비를 내려주면서 내 죄를 씻어라고 하는 것 같았지만 난 결코 나 스스로를 용서하지 않았다. 모든 게 다 해결된 지금도 누나를 봐도 미안할 나름이다.
이번 화, 글을 마치며 소박한 문장을 작성해 볼까 한다.
어머니, 그리고 하나뿐인 누나 죄송하다는 말씀을 해도 해도 부족하지만, 다시 한번 죄송했습니다. 더 나은 아들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