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을 향하여

잃을 게 없다는 건 앞으로 발전 밖에 없다는 거

by 감자돌이


정상을 가보고 싶다. 아니 가야만 한다.


먼저 목표를 잡아야 했다. 무작정 1등급을 쫓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보단 해야 할 이유는 있으니 구체적이고 정확한 목표만 정하면 되었다. 정확히 내가 바라고 원하는 정상이란 어디인가. 피시방에 가서 대학을 알아보았다. 상당히 많은 대학교가 있음에 놀라며 점수에 따라 칼 같은 커트라인과 그에 따른 순위가 정해져 있다는 게 신기했다. 대학교의 첫 성을 따서 부르는 노래가 있을 정도였으니."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 여기까지밖에 기억하지 못했고 다들 알아도 좀 더 알 뿐이지 저 노래에 나오는 곳 중 한 곳을 못 가면 좋은 대학을 못 갔다는 인지가 있었다.

남의 시선, 인지 그런 것들은 고려하지도 않았다. 왜냐면 난 갈 거니깐. 가게 될 거니깐.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5등급의 헛된 망상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난 자랑스럽게 말했다. 자신감이 넘쳐흐른다고.

고민했다. 단순히 이름이 유명한 서울대학교를 갈까? 연세대학교를 갈까? 고려대학교를 갈까? 아니면 돈을 많이 벌어야 했으니 의예과를 갈까? 아니면 장학금을 주는 경찰대학교나 사관학교? 아니면 과학기술원 쪽으로 빠질까?

난 의예과를 택했다. 의사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었지만 적어도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더구다나 내 지인이 아플 때 좋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면 그와의 약속대로 어머니와 누나를 더 챙겨줄 수 있으니깐 목표를 정했다. 의예과의 등급을 보는 건 의미가 없었다. 1등급 중에서도 급이 있었는데 그중 최상위였다.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만큼 최상위 성적이었고 수능을 손가락개수 안으로 틀려야 했다.

나름 재밌어 보였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내 한계를 증명해 보란 듯이 상황을 즐기기 시작했다. 몇 안 되는 나의 장점이었다. 가진 게 없고 가지고 싶은 게 없으니 잃을 게 없었고 매 순간을 긍정적으로 좋게 바라봤다. 현재 여자친구말로는 나처럼 생각하는 사고를 렄키비키? 윈영적 사고라고 불리던데. 아무튼 그렇다.

어떤 상황이 다가와도 즐기고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다.


5등급 나름 시작하기에 좋은 위치 아니던가


5등급. 객관적으로 자기 분석을 하기 시작했다. 1등급-9등급 정확한 중간. 하지만 놀랍게도 5등급으로 갈 수 있는 대학 중 약속에 부흥할만한 대학은 없었다. 막상 내가 가고 싶은 대학도 없었다.

난 자기 객관화가 잘되어있다. 대부분 자기비판 쪽으로 날 바라보지만 오히려 자만보다는 좋다고 생각했다. 겸손해야 하니깐, 운동을 하면서 나보다 내 생각 이상으로 잘하시는 분들은 널렸고 그들마저도 침묵시키는 강자들이 많았다. 그렇다면 학생의 대부분이 선택하는 공부, 지식, 학문은 얼마나 많다는 것인가. 과학고, 영재원, kmo보다 더 똑똑하지 않을까? 나이가 먹을수록 지식이 늘어갈 테니 그들을 만날 생각에 긴장이 넘쳤다. 만나려면 나도 그들처럼 되어야 하기에 계획을 짜기로 했다. 나의 목표?? 수능으로 tv에 나오는 거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한없이 귀여운 목표였지만 훗날 거의 이룰 뻔하다가 낭떠러지에서 꼬구라지듯이 떨어져 버렸다. 그래도 모의고사로 맛은 봐서 다행이라는 생각뿐이다. 수능은 아니었어서 속상했지만 나름 후회는 없었다. 하긴 내가 1등 했으면 세상은 참 불공평했을 같다. 나보다 더 타고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은 널렸을 거고 그들은 나보다 더 노력을 많이 하고 시간도 투자했을 것이니깐.


나름의 공부방법, 이걸 공부 방법이라고 볼 수 있나?


국어.

책을 많이 읽어보지 않았으니 책으로 지식을 배우기보다는 직 경험하며 데이터를 쌓아왔다. 타인의 지식을 배우기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책을 싫어했다. 하지만 한 살 한 살 나이가 먹을수록 책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대학교를 졸업한 순간부터는 책을 많이 접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는 글을 읽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지문을 다 읽고 풀기에는 힘들다는 결론이 나왔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단거리 중거리를 뛰었듯이 순간집중력이나 속도는 또 괜찮지 않은가? 덤으로 기억력도 좋잖아? 그러면서 글을 만화 보듯이 속독하자고 다짐을 했다. 빠르게 여러 번 읽으면서 머릿속에 글을 사진럼 저장했다. 프로세서가 병렬로 돌듯이, 다른 글을 읽으면서 이 전에 봤던 문장은 내 머릿속 어딘가에서 반복재생이 되며 글을 이해하고 요약하면서 필요한 정보들을 간추리기 시작했다.

비문학은 어중이떠중이 떠돌아다니며 얕은 지식을 많이 알았기에 풀기 쉬웠고 모르는 내용이 나와도 이참에 배워가지라는 마음가짐으로 읽었다. 매번 이번엔 사회 쪽일까? 한국사일까? 과학일까? 경제일까? 궁금하면서도 기대되는 부분이었다. 문학 부분은 더 재밌었다. 안동에서 그리고 어릴 적부터 한자, 시, 옛 문학을 많이 접하였기에 문제가 없었고 현대문학은 쉽게 느껴졌다. 이렇게 국어 공부를 하였다.


수학.

난 수학을 좋아했다. 어느 정도였다면 중학교시절 혼자 살 때 할 일이 없었기에 심심해서 누나의 인터넷강의책을 풀정도로 좋아했고 재밌어했다. 특히 난 3D와 기하 입체 부분에 강함을 보였다. 지금도 수능이나 모의고사를 치는 날이면 집 오는 길에 출력해서 주말마다 풀어보는 편이다. 수학의 실력은 늘기 쉬웠다. 본인의 방법을 찾는 거였다. 푸는 방법이 하나로 정해진 게 아니라 풀이 방법은 다양했다. 공식 a나 사실 a를 a로 바라보지 않고 연관된 b c d를 생각해내어야 한다. 난 운이 좋은 아이였다. 뇌가 항상 산만한 상태고 뜬금없는 걸 좋아하다 보니 a를 보면 h까지 생각할 정도로 연관성을 찾았고 덕분에 남들이 책이나 강의에서 배우는 공식을 스스로 찾고 만들어갔다. 개념에 충실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공식은 짧은 한 줄이지만 그걸 설명하기 위해선 인공지능이나 뉴런의 연결망처럼 복잡한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이해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가벼이 공식만을 외우거나 1차원적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결국 어느 정도까지는 문제를 풀 수 있게 되지만 복합적인 문제나 사고력을 딥하게 요하는 문제를 풀기에 어려워질게 분명하였다. 그렇기에 난 초반에 시간을 많이 들여서 이해를 하기로 다짐을 하였다. 이 부분만 이해하면 미래는 술술 풀릴 거였다.


영어.

영어는 내가 이전 화에도 썼다시피 영어를 정말 못했다. 지만 그저 공부를 많이 안 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영어발음도 안 좋고 울렁증도 있었기에, 물론 핑계이겠지만 운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었으니깐. 문제를 많이 풀고 해외영화를 많이 보면 늘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단어를 외워야겠다고 생각은 크게 하지 않았다. 공부를 하다 보니 몇십 개의 단어가 얽히고 얽혀 단어가 파생되고 되는 그런 식이었기에 디폴트 단어만 알고 있으면 좋았다. 이렇게 가벼이 영어 공부방법을 정했다.


한국사.

의외로 어려웠다. 한국사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수학 과학을 좋아했고 과거의 지식을 배우는 건 좋았지만 앞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식을 배우길 선호했었다. 아마 정확히 몰랐고 시야가 좁았어서 사용을 못한 걸지도 있지만 나에겐 한국사는 너무 암기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유일하게 1등급을 포기하고 3등급 이상이면 상관없이 1.2,3등급 동일하였기에 3등급을 맞기로 하였다. "역사를 버린 민족에겐 미래는 없다" 그 말이 하나도 이해가 안 되고 그랬지만 이젠 이해가 된다. 어쩜 한국사는 역사 그 이상을 넘어 연륜과 지혜인 것 같다.


탐구.

과학을 정말 좋아했다. 배울 때마다 살아 있는 걸 느끼고 좋은 생각들이 솟구쳤다. 좋아함을 넘어 집착할 정도로 훗날 지식의 저주에 걸리게 될 정도였다.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지구과학은 별로 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 당시엔 넓은 우주엔 관심이 크게 없었으므로 배제를 했다.

생명과학 되게 재밌는 과목이었지만, 어찌 물리 화학을 이길 수 있겠는가. 난 물리 화학을 택하고 남자는 물리화학이지라고 홍보하고 다닐 정도로 두 과목을 좋아했다. 상당한 연관관계를 가진 과목. 화학식을 작성하고 계산할 때면 아름다움을 배웠고 힘과 방향을 계산할 때면 이렇게 많이 고려하는구나 하며 세상의 모든 기계의 윈리를 동경했다. 오히려 이 두 과목을 싫어하는 학생들을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난 아름다움에 매료되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시작해 보자


이렇게 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5등급일지라도 나중은 모르는 거니깐, 정상을 찍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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