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들었던 가장 완벽했던 자아

나약해지지 말자, 어쩌면 어둠은 맛있는 걸지도 몰라

by 감자돌이

봄비, 봄이 온 건가


비가 내렸다. 다름 아닌 봄비였다. 차가 다니지 않는 차도갓길을 유유히 걸어갔다. 혼자만의 사색에 잠기기 좋은 시간이었다. 난 무수히 많은 시점을 생각해 보았다.

"어느 때로 돌아가고 어디서부터 고쳐야 해결할 수 있을까? 어디서부터가 사건의 발단이었을까? 태어났을 때? 내가 차에 치였을 때? 더 과거로 가서 누나가 태어났을 때?"

등등 생각해 보았다.


이것도 잠시 자연스레 바뀌지 않을 거란 거, 과거는 못 바꾼다는 사실인지에서 나오는 무기력함과 자기비판 비하가 시작되었다. 그리곤 그와의 시간들이 생각났다.

"그땐 참 좋았지"

꽤 괜찮은 시간들이 있었다. 나름 추억이 있었구나.

"맞아. 같이 축구도 하고 수영도 하고 가족여행도 갔었지...."

그러며 이어 생각했다.

다만 어디를 더 비중 있게 보고 받아들이냐에 따라 내 생각과 감정 차이가 있었던 걸 이때가 되어서야 알았다. 슬퍼하진 않았다. 바뀌는 게 없으므로. 픔이 뭔지도 알고 슬픔을 느꼈지만 받아들이진 않았다.


따뜻함을 느끼고 싶다


주위를 둘러봤다. 사계절 중 봄. 새로운 활기와 따스함. 나도 느껴보고 싶었다.

"나도 느껴볼까?"

하는 순간 지난 나의 실수가 떠올랐다.

머릿속에서 끝없이 부딪히고 있었다. 행복을 추구하면 내가 저지른 무수한 잘못들과 그에 따른 죄책감이 날 행복으로 가지 못하게 붙잡았다. 그러면서 피식 웃음을 지으며

"네가? 네가 행복을 느낄 자격이 있을까?"

머릿속에서 누군가가 속삭였다.

그럼 그렇지, 난 행복을 느낄 자격이 없었다. 사람들의 행복을 내가 뺏어갔으니 내 같은 사람이 행복을 누리는 건 사치긴 해라고 생각했다.


난 나약하지 않아, 하지만 새겨들을게요


난 정신적으로 불안했다. 스스로 엄청나게 인지하고 있었고, 모든 것들이 불안했었고, 쉬고 싶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을 가서 정신건강의학과 심리 상담을 받았을 때, 자살위험도가 높다는 평가, 지금이라도 약을 먹으며 주기적으로 상담이 필요하다는 것, 각종 강박증 불안장애 수면장애 그런 판단을 의사 선생님께서 내려주셨지만, 난 그저 들으면서 웃을 뿐이었다.

"제가요? 전 그런 나약한 사람이 아니에요"

의사 선생님은 날 이해를 시키려고도 하셨고, 다른 사람들도 이런 결과를 들으면 현실을 부정한다고 말씀을 해주시면서 지금 치료를 해야 한다고 안 하면 큰일 난다고 겁을 주시기도 하셨다. 뻔한 말이었다. 스스로 나쁜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감정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고통스러울 거다.


웃으면서 말씀드렸다.

"선생님, 약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선생님의 대답을 듣고 난 말씀드렸다.

그러면 제가 지금 상황이 매우 안 좋지만 제가 더 강하게 저의 정신을 통제하고 그 어둠을 동력 삼아서 더 성장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전 나약하지 않으니깐요


의사 선생님은 그 약속이 무엇이기에 이렇게까지 본인을 학대하냐고 말씀하셨지만 대답해주지 않았다. 이미 난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생각했었고,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판단이 어머니와 누나를 위하며 나를 발전시키는 거라고 생각했다.


나의 확고한 의지에 의사 선생님은 수면제를 주셨다. 엄청 많은 수면제.


나름 어둠은, 순수한 어둠은 괜찮지 않을까?

"과거처럼 지금껏 늘 살아왔던 것처럼 미래를 바라보지 않고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까? 가장 중요한 건 오늘이니깐. 아니면 과거를 끝없이 되돌아보며 나를 더 나은 나로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미래를 계획하고 수정하며 자기를 갈고닦을까?"

전자를 했으면, 아니 선택했었어야 했다. 후자를 선택했으면 안 되는데 난 더 나은 이라는 그 생각에 후자를 택하며 과거의 실수를 뉘우쳤다. 이렇게 현재의 모습이 된 게 내 탓이라고 전부 생각하고 오류를 찾고 해결하려 했다. 함부로 행동하고 말한 거 더 세심하게 파고들어 숙제 안 한 거 늦잠 잔 거 더 세세하게 시간 분 초 고려를 해나가기 시작했다. 이성적으로 계산적으로 차가워져 감과 동시에 모든 것들이 계획 대고 설계되기 시작했다.


그럼과 동시에 향상성을 띄듯 감정은 이성에게 잡아먹히기 싫어 도망치고 어딘가로 숨었다.


인간은 자아가 있다. 스스로를 속이지 못하는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각자만의 코어라는 게 있다. 그건 본인 그 자체이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나오는 빛나는 반짝이는 전구 같은 것이다. 그 코어가 여러 개 생성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걸 안 좋은 말론 자아분열이라고 다른 말론 본인의 색깔이 없고 다른 사람들 걸 보고 따라 하려 하는 것이다. 나도 그랬다. 나의 코어가 없었기에 무작정 옳은 정의 신념을 고집하고 변하지 않는 진리를 추구했다. 그럴수록 나의 거짓된 코어는 수도 없이 생성되었다. 안 그래도 힘든 나날을 살아오며 다양한 자기 합리화를 통한 다양한 자아가 있었는데 말이다.

매번 마지막이야 이번 코어가 젤 완벽할 거고 나의 이념에 배반되지도 않을 거야, 이 정도면 더 이상 힘든 나날은 없을 거고 나도 행복해질 수가 있어 그러면서 견고하게 코어를 완성시켰다. 온전히 100프로 이성만으로 이루어진 코어. 매번 이랬지만 이번에는 다르리라 믿었다. 과거처럼 다치거나 이혼, 폭력, 왕따 그런 것들이 아닌 정말 누군가가 죽음을 맞이했으니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완벽성을 띄게 하였기 때문이다.


탓할 시간이 아깝다.


탓을 왜 하는가? 나는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정말 남의 탓이라서? 혹은 탓을 돌린다고 마음이 가벼워져서? 아니면 본인의 충격을 덜 받게 하기 위해서?

난 탓을 하지 않았다. 어떤 환경이나 조건이 갖춰지든 선택은 나의 몫이었다. 렇기에 선택한 책임은 내가 지는 것이다. 을 나약하다고 생각했다. 매번 해를 등지고 뛰었어서 그런가 환경이 밝지 않아서 그런가 탓을 할바에 그 어둠을 먹으면서 나를 더 성장시켜 가길 추구했다. 어둠도 빛과 별바 다를 바 없다고, 오히려 악당이 히어로보다 더 센 거 보면 어둠이 좋을지도 모른다고. 10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면, 저 때의 나를 푹 안아주고 싶다. 가엾다는 생각뿐이다. 그의 죽음을 보며 그의 마지막을 보면서 나약해지지 않기를 생각했었다.


옷이 다 젖어갔다. 싫지 않았다. 그야 씻으면 그만이었다. 그나저나 누나와 어머니가 생각났다. 나에게 심한 말, 나쁜 말을 한건 괜찮았다. 애초에 차갑게 식은 가슴이었다. 오히려 난 그들이 걱정되었다. 충격적인 그의 죽음 다음에 내가 잘못된 짓으로 상처를 줬으니 행여나 여린 마음인 두 분이 나쁜 마음을 먹지 않을까 내심 두려웠다. 이 생각은 날 파고들었다.


난 그들에게 상처를 줬다.

1. 난 그들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2. 끝없는 죄책감에 그들을 볼 면목이 없다. 그렇기에 억지로 그들을 밀어냈다.

3. 그들이 잘되길 바라며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선택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약속을 지킨다.


1,2,3번 반복이었다.


혼자 싫은데 누가 와줬으면


어느덧 학교에 도착해 있었다. 오후 2시였다. 여긴 여전히 평화로운 수업 중이구나.

"좋다"

그러면서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급식실로 향했다. 분주히 점심시간이 지나 치우고 계셨고 저녁준비를 하고 계셨다. 가볍게 시리얼과 남은 점심을 먹었다. 슬펐다. 혼자였다.

기숙사로 향했다. 사감선생님은 소문을 들었나 조용히 문을 열어주셨다. 빗물이 떨어졌다.

"나중에 제가 닦을게요"

말을 함과 동시에 내 방으로 걸어 올라갔다. 샤워도구를 챙겨 씻으러 갔다. 따뜻했다. 정말 따뜻했다. 누구의 품에 안기는 듯한 따스함. 그걸 준건 그녀도 가족도 지인도 본인 스스로도 아닌 물이었다. 난 물을 좋아하게 되었다. 씻다가 주저앉았다. 먹은 것도 없고 잠도 못 잤으니 힘이 없었다. 그래서 대충 몸을 닦고 방에 갔다. 간단한 요깃거리가 있었다.

먹고 잠에 들었다. 자는 줄도 몰랐고 거의 졸도였다. 아니면 필름이 끊길 걸 수도 있다.

침대매트리스가 부드러웠다. 조용한 기숙사에서 빗소리와 함께 잠을 들다가 압박감에 깼다. 친구들이 와있었다.

마치 "얘 어디 갔다 온 거지?" 이런 느낌이었다. 학교를 안나온건 4일, 그리고 인성이 안 좋아진 건 한 달이었다. 이왕 깬 김에 물을 마시며 공부를 하러 내려갔었다. 나를 본 기숙사의 전 인원들은 수군수군거렸다. 무슨 일들이 있었던 걸까,

"쟤 자퇴한 거 아니었어?" "쟤 봐봐, 쟤 왔다"

혼자가 되었다. 어쩜 내가 친구들을 밀어낸 걸지도 몰랐다. 어차피 내가 바뀌면 다시 발전하고 완벽을 추구하다 보면 다시 올 친구들이라고 생각했었기에 책을 폈다. 이제시작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3월 모의고사

평균 5등급의 전국 1등 찍기가 시작되었다.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폰도 없고, 개인 노트북이나 태블릿도 없었고, 강의도 없었기에 시중에 나와있는 문제지를 풀기로 마음을 먹었다. 문제지를 살 돈이야, 장학금으로 사거나 없으면 학교프린터실에서 뽑으면 되었다.




길이 너무 길어져서 이번화는 여기까지 써보도록 하였습니다. 다들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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