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다들 한 번씩 이런 생각하잖아?

한 번 쭉 걸어보고 싶다

by 감자돌이
난 피시방을 많이 갔다.

그의 죽음을 못 본 이유가 그깟 피시방 때문이었고 그 충격으로 인해 피시방을 끊기로 하였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난 피시방을 결국 끊진 못하였다.

안 끊었다는 것은 나에게 피시방이 그깟의 의미가 아니었던 것이었다. 일시적인, 흔히들 말하는 현타였다.

고2 때 페이스북에 게임을 접는다고 글을 쓰면 수십 개의 친구들의 댓글이 달렸었다.

"네가 끊으면 손에 장을 지진다."

"못 끊는다에 천만원건다."

각종 불가능하단걸 재밌게 순화시킨 댓들이었다. 물론 당연히 못 끊었다. 고등학생이 지나고 비로소 대학교 와서 끊게 되었다. 아예 안 간 지는 6년이 넘었다.


그 당시를 생각해 보면 상당히 모순적이었던 것 같다. 순적인 모습이 여러 개 쌓이다 보니 극과 극인 모습이 생성되며 4-5년 전처럼 결국 마음의 병이 터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 탓 할 자격도 없다, 모든 것은 내 선택과 내가 만든 것이었다.

은 차갑고 마음은 따뜻하고. 겉은 강하고 속은 여리고, 누구보다 잠자고 싶지만 잠을 쉽사리 들지 못했다. 어둠에 먹으면서 강함을 추구하는데 사실은 누구보다 빛을 쫓으려 하고, 어쩜 세상은 모순이 아닐까 생각까지 해보았다. 내가 스스로를 바라봐도 모순적이고 정반대모습인데 나의 뇌는 얼마나 인지하기 어렵고 받아들이기 어려웠을까. 의 뇌가 불쌍했다.


난 2년 동안 혼자 살 때 게임을 많이 해서 그런가 아니면 유일하게 진짜 사람들을 접할 수 있어서 그런가, 물론 넷상이지만 소통을 하고 채팅을 하는 곳이었어서 그런가. 어쩌면 난 그의 죽음을 못 본 것보다 피시방을 가는 걸 더 좋아하는 아이였을 수도 있다. 앞서 말한 그깟이 아닌 진지하게 후자였다면 비참하고 최악의 아들일 것이다.


지인들이 날 평가할 때, 내 삶에 있어 피시방은 뺄 수 없는 존재였기에, 다들 스스로

"인생을 꼬이게 했다:는 평도 많고

"시간 아깝다",

"돈 아깝다",

"네가 언제 공부를 했냐 기만이다",

"피시방 안 갔으면 정말 수능 때 목표를 이루었을 것이다",

"그렇게 게임이 좋으면 프로게이머를 하지 그러냐" 등등 말들이 많으셨다.


프로게이머.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

난 롤이란 게임을 고등학교 때 모의고사 실력 0.4%보다 훨씬 잘했다. 그래서 친구추가창으로 연락이 오고

"테스트 봐보실래요?" 이런 게 많았지만, 그 당시 그렇게 프로게이머의 인식이 좋지도 않았고 난 공부로 성공하고 싶었다. 저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고, 그리고 최소한의 양심이 있었던지라 게임으로 가기엔 그의 생각이 나서 미안했다. 더 나아가 공부로 내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고, 그에게 떳떳한 아들이 되고 싶었다. 날 대학생이 되어서 프로게이머들의 대리 문제가 터진 걸 보면서 "아, 난 해도 얼마 못했구나" 하며 마음을 확실히 정리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 당시 난 내 아이디가 없고 친구들 아이디로 게임을 하였기 때문이다. 본인 아이디로만 시험이 가능하니 말이다.


나와 피시방에 대한 많은 분들의 말씀은 틀린 말씀이 아니긴 했다. 날 아끼고 잘 되길 바랐기에 하신 말씀이었다. 정말 3년 동안 피시방 갈 그 시간에 시간 내서 나 자신을 더 발전시키거나, 그래 발전보다는 아픈 스스로를 다스리거나, 멀어져 버린 가족들에게 먼저 다가갔더라면 확실히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대가도 없었을 것이고 병도 지금처럼 심화되지 않고 주위분들을 힘들게 안 했을 거고 그 누구도 알코올 중독, 마음고생 없었을 것이다. 뭐 물론 발전을 많이 하지 못하겠지만 가족과 함께하니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


물론 어떤 선택을 하든 그에 따른 결과가 발생하기에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를 만든 거지만, 조금 약속을 좀 더 가벼이 여기고 더 깊은 생각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난 현재의 나를 사랑하진 않지만 좋아하지도 않고 나름 괜찮다고 생각한다.


삶은 재밌으니깐. 재밌어야만 하니깐.


비참했다. 웃겼다. 난 정말 가식적이구나. 겉으론 옩갖 그들을 위한 척, 희생 헌신이라는 단어들로 날 포장하고 만들었다. 하지만 실상은 마음 저 한편에는 숨 좀 틔고 싶다는 이기심으로 머리가 피시방 갈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구나. 끝없는 자기 합리화였구나. 스로 나약했다고 평가한다. 할 거면 마음먹은 것처럼 있는 전부를 희생하고 헌신하며 노력했어야지, 살살 눈치 간 봐가면서 사린게 아닐까. 물론 남들이 보기엔 엄청 열심히 살고 좋은 모습이었다고 하지만 난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기혐오가 더 강해질 뿐이었다.


물론 날 평가한 그들은 나의 전부를 아는 건 아니지만, 피시방을 가는 이유는 나름 핑계를 대보자면 나의 낙이었다. 숨을 조금 쉬고 싶었다. 잠시나마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난 고등학생시절 가끔씩 현실로부터 도망치곤 했다.

왜 다들 한 번씩 그런 생각들 하지 않는가?


이대로 어딘가로 떠나가고 싶다, 아무도 안 찾는 곳으로 가서 쉬고 싶다. 거의 회피라는 심정이 가득 찬 채로 말이다. 기숙사에서 늦잠을 자고 일어나 학교를 안 가고 정문을 통해 버스를 탔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그냥 탔다. 하염없이 가다가 종착역이라고 내려야 한다고 하면 내렸다. 하염없이 걸었다. 그러다가 빠아아 앙 소리와 함께 차가 지나가면서 문득 하늘을 바라보며 밤이구나... 생각하며 기숙사로 돌아갔다. 나를 찾는 것은 꽤나 힘들 것이었다. 어디 갔는지 예측도 안되고 폰도 없고 연락할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난 인적사항에 어머니 누나 전화번호를 적지 않았다. 누나가 폰이 있는지도 몰랐고, 어머니 전화번호는 기억도 안 했다. 그렇게 기숙사에 들어가면 다들 그냥 날 쳐다봤다. 그렇게 공부하고 다음날 학교에 가면 출석이 끄여있었다. 당연한 거였다. 그래도 속이 후련했다. 아무 생각 없이 창밖과 세상을 보며 걷다 보니 걱정이고 뭐고 날 옥죄이는 게 없었다.


피시방도 비슷한 거였다.

담배

그리고 꼭 피시방을 가는 이유가 게임 때문은 아니었다. 잠시 딴 소리를 해보자면, 난 자주 피시방을 가다 보니 질이 안 좋은 친구들이라고 표현하기보단 자유로운 영혼의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다. 그들도 나만큼이나 게임을 좋아했다. 다들 나름 운동도 좋아하고 공부도 잘했지만 술 담배를 했었다. 처음엔, 그를 생각하며 술과 담배는 죽어도 손대지 않아야겠다 싶었지만 점차 그들과 친해지며 담배연기를 맡다 보니 한번 호기심이 생기게 되었다. 꽤 오랫동안 친구들이 한 번 펴보라는 걸 유혹을 참았지만, 한 번 버티기 힘든 날이 왔었다. 한 번 펴보았다. 어른들의 한숨이 눈에 보이는 거라더라 머라나. 처음엔 상당히 목이 저렸다. 걸 왜 피나 싶었고 잘 모르겠었지만 간접적으로나마 마음에 안정이 가해졌다. 순간적인 니코틴의 순기능이었다. 뭐 그래봤자 중독이 될리는 무마했다. 나는 그의 강한 정신력을 물려받았기에 살면서 무엇인가에 중독되어 본 적이 없었다.

담배를 피우고 게임을 했다. 어느새 이건 우리들의 루틴이 되어있었다. 야자를 하지 않고 저녁식사도 하지 않고 바로 피시방에 가기 전 날씨에 상관없이 담배를 피우고, 피시방에서 저녁을 먹고 게임을 하고 12시 전에 기숙사로 돌아왔다. 강이 나빠지기 최적의 조건들이 나에게 갖춰지기 시작했다.


스트레스, 적은 수면, 식습관, 술담배.... 불안정한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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