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돌아오면 마음도 천천히 웃는다
감기가 딱 떨어지고 나면
세상이 다시 조금 다르게 보인다.
몸이 다시 가벼워졌다는 것만으로,
그저 멀쩡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아침 햇살이 괜히 더 눈부시고
주방에 서서 물을 끓이는 소리가 반갑다.
아프기 전에는 몰랐다.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서
아무렇지 않게 커피를 내리고
아무렇지 않게 식탁에 앉아있을 수 있다는 게
이렇게 고마운 일이었다는 걸.
그날 아침, 몸이 가뿐해진 나는
가장 먼저 주방으로 갔다.
며칠을 못 마셨던 커피를 천천히 내렸다.
프렌치프레스를 누르며 나는 혼자 웃었다.
'아, 이런 사소한 순간이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커피 향이 퍼지는 부엌,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
식탁 위에 올려둔 머그잔 하나.
그 모든 게 이상할 만큼 좋았다.
평소 같으면 대충 먹었을 브런치도
이날만큼은 정성스럽게 준비했다.
식빵을 노릇하게 굽고,
계란을 반숙으로 익히고,
아보카도를 얹고, 작은 토마토를 반으로 잘랐다.
마지막엔 바질을 살짝 얹으며 혼잣말을 했다.
"이건 나를 위한 작은 축하 파티."
병든 내 몸이 무사히 지나간 걸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나만큼은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었다.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 마음이 참 단순하다.'
어제까진 침대에만 누워있었는데,
오늘은 그저 커피 한 잔에 마음이 다 풀려버린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
특별할 것 없는 오늘,
그게 이렇게 감사하게 느껴질 줄이야.
예전의 나는
늘 뭔가 특별한 날만 기대했던 것 같다.
생일, 휴가, 기념일 같은
'큰 이벤트'가 있어야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는 하루.
그 하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상태.
그게 생각보다 가장 큰 행복이라는 걸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
그날 오후, 나는 산책을 나갔다.
길가의 나무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벚꽃 잎이 하나 둘 떨어지는 거리.
걸으면서 계속 이런 생각이 들었다.
'건강해진 다음날, 이 거리 풍경이 왜 이렇게 아름다울까.'
나는 오늘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졌다.
큰 사건도 없고, 특별한 일도 없는데
이런 날이 내 삶에 몇 번이나 올까 싶어서.
아무 일 없는 하루,
그게 얼마나 소중한지
아프고 나서야 조금 더 알게 됐다.
요즘 내 마음속에 가장 자주 떠오르는 말은 이거다.
"평범한 하루가 가장 특별한 하루다."
그리고 그 하루를
오늘 내가 이렇게 무사히 살아냈다는 사실.
그걸로 충분하다.
그걸로 오늘도 참 잘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