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하
구름을 피워낸 나무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나무 영혼이 빠져나가는 소리로 자라난 밑동의 가지
어린 가지들은 또 무슨 생각을 할까
나무 위에서 지저귀는 새는
또 어떤 마음으로
허공을 꿰매서 저녁의 이불을 만들까
저 나무는 전생에 누구였을까
구름이었을까
그래서 죽음이 가까워지면 운지버섯을 피워낸 것일까
진정 영혼의 소리를 남겨줄 나이라서
저리도 겹겹 아름다울까
가만히 벚나무 밑동을 매만지니
내 영혼의 소리도 구름 되어 하늘로 날아갈 것만 같다
신발은 무겁고 몸은 더 가볍게.
─계간『시와세계』 2024년 여름호, 제15회 시와세계 작품상 수상작
[박정원의 시에서 시를 찾기]
고요히 내려다보는 “오래된 나무” 아래 서 있으면 나무가 뭐라 말을 건넵니다. 지레짐작 들어봅니다. 그것은 분명 “영혼의 소리”입니다. 이쪽과 저쪽의 능선을 막 넘으려는 시공간을 화두처럼 안겨주면서요. 한 자리에서 평생을 봉직한 내가 서럽기도 하였으나 그 또한 겸허히 맞는 요즘입니다. “죽음”은 다시 태어나는 것이니까요. “구름”처럼 피워낸 “운지버섯”처럼, “하늘로 날아가”면서 남기게 될 초록별에서의 마지막 영혼의 소리처럼, 결국엔 우리네 인생도 그의 침묵 아래 사라지리라 생각하면서 말이지요. 제15회 시와세계 작품상 중에서 골라봤습니다.[시에서 시를 찾기] 오래된 나무 이야기 <에세이 <오피니언 <기사본문 - 세정일보 (sejun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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