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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활공 Jan 29. 2024

[전반전#8]수술 당일-상피내암이라니!

금요일 - 수술 조직의 검사에서 상피내암으로 판정

    수술날 아침. 의사 선생님 한 분이 오셔서 수술 부위를 확인 차 물었고 설명을 하고 가셨다. 점심즈음으로 수술 일정이 잡혀 있어 오전에 여유를 부리고 있었는데, 급 오전으로 당겨졌다고 준비하라고 하셨다. 

    수술 때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고 주신 압박 스타킹을 신고, 머리카락도 수술에 걸리적거리지 않게 양쪽으로 땋는 게 좋다고 하셔서 머리도 땋고 대기. 수술 때 조직 검사로 암 여부를 확실히 알 수 있다고 했으니, 드디어 결론이 나는 날이기도 하다. 걸을 수 있으나 환자 이송 스태프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수술실로 이동. 처음 가 본 수술실은 여러 방들이 보였고 조용하니 서늘했다. 거기서 다시 대기하고 있는데 내 담당 수술 간호사님이 다시 본인 확인을 하고 수술 부위도 재확인했다. 그리고 잠시 후 담당 교수님이 아닌 다른 수술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또 본인 확인과 수술 부위를 확인했다. 이런 수술 확인 과정을 병실에서부터 시작해서 거의 5번은 한 듯하다. 

    수술실에 들어가선 상의만 벗고 누웠다. 전신 마취라 산소호흡기를 코와 입에 대 주셨다. 살짝 띄워서 호흡적응 시간을 잠시 주신 후, 산소호흡기 완전 착용할 거라는 안내를 먼저 해 주시고 완전히 착용했고 바로 스르륵 잠들었다.

    대략 2시간 후, 눈을 떴을 때는 주변에 수술 환자들이 여럿 누워 있는 회복실이었다. 숨 쉬기 불편한 강한 가슴 압박감이 느껴져 살짝 내려다보니 허리 보호대와 같은 것이 가슴에 둘러져 있는 듯했다. 연결된 배액관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가슴에 압박감과 꼬집는 듯한 콕콕 쑤시는 통증 외엔 매스꺼움과 같은 것은 없었다. 전신 마취 부작용을 줄이고 빨리 회복되려면 큰 들날숨으로 숨 쉬는 게 좋다고 들어서 요가와 필라테스에서 배운 깊은 호흡을 했다. 평소에 하지 않는 이런 호흡을 수술 후 하기 힘들었다고들 하던데 나는 운동하며 배워서 그런지 어렵지 않았다. 길고 깊은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그냥 단순 양성 종양일거야. 그럴거야.' 만트라처럼 속으로 반복했다. 

    내가 의식이 돌아온 걸 알아챈 간호사가 환자 병실 이송을 요청하는 소리가 들렸다. 

    애매한 시간 때문에 언니가 점심도 못 먹고 병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괜찮냐고... 괜찮다고... 통증도 막 심하지 않고 컨디션도 좋다고... 소변을 참고 있던 터라 화장실로 가서 먼저 해결하고 거울에 비친 내 몰골을 확인한 다음, 가슴을 감싸고 있는 있는 게 뭔가 싶어 상의를 올려 봤다. X자로 단단히 감싸져 찍찍이가 있는 브라 같은 것? '압박 브라'라고 하면 적당한 표현인 것 같다.  

  몇 시간 지나 수술 결과를 알려주러 담당 교수님이 오셨다. 수술에서 상피내암으로 나왔고 겨드랑이까지는 제거 안 해도 됐고, 조직 검사 결과에 따라 방사선이나 처방약이 있을 수 있어 다음 외래 때 알려주신다고... 중증 환자 등록이 될 거라고 하시곤 가셨다. 

    '젠장! 상피내암이라니! 단순 양성 종양이길 바라고 바라고 또 바라며 초긍정모드를 유지했건만!' 잠시 열을 확 올렸다가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긍정마인드로 빌었다. 후속 치료 없이 오늘 수술로 끝나기를...

    가족들에게 수술 결과를 알리고 수술 당일이라 화장실 가는 것 외엔 계속 누워 완전 휴식. 압박을 잘하고 있어야 한다고 해서 수술실에서 착용한 그대로 쭉~ 압박 브라를 하고 있었더니 여기저기 불편한 곳이 생겼다. 생소한 압박 브라라 간호사님께 도움을 요청해서 다시 착용했다. 수술 부위에도 두툼한 솜이 덧대어져 있었고 꽤 넓게 멍이 들어 있었다. 잠시 동안 압박 해제~ 그리고 곧 다시 착용하며 숨쉬기 불편한 압박. 계속 천정만 보고 누워 있으려니 허리가 쑤셨다. 






수술날 착용했던 의료용 압박 스타킹

시중에선 못 봤던 압박 스타킹이라 착용 방법을 몰라서 인터넷에 사진 찾아서 착용했다. 너~무 작아서 이게 들어갈까 했는데 들어가지더라. 말이 안 되는 신축성! 완전~ 굿! ㅎㅎ. 의료 전문용이라 그런지 그닥 불편하지 않고 안정되는 압박감이랄까? ㅋㅋ 쭉 신고 있으면 좋다는 간호사님 얘기에 퇴원해서도 며칠간 더 착용했다. 

 



    

    편의상, 1차원적으로 이해가 쉽도록 '압박브라'라고 썼는데 찾아보니 써지브라=서지브라(Surgical Bra)라고 한다. 유방암 수술 후 수술 부위를 압박해 회복을 돕고 붓는 증상을 예방하기 위해 착용하는 브라로, 쉽게 입고 벗을 수 있게 앞쪽에 벨크로(찍찍이)나 후크가 있다. (착용했던 써지브라 종류는 아랫글에서~)

https://brunch.co.kr/@2econd/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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