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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활공 Jan 29. 2024

[후반전#2]수술퇴원 후, 첫 외래(2)

헙! 고인 피를 쥐어 짜 내다.

    "멍이 많이 들었네"  의사 선생님이 드레싱 밴드를 떼 내셨다.

    여기저기 촉진해보시더니 급 간호사께 주사기를 달라고 하셨다. 피가 차서 지켜보기로 했는데 저절로 몸에 흡수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며, 처음엔 주사기로 빼 내셨다. 그러다가 손으로 압박하며 수술한 가슴을 쥐어 짜내기 시작했다. 지금 고인 피를 다 빼기는 힘들것 같다고 하시며 수술한 부위인데 이렇게 쥐어짜도 되나 싶을 정도의 강도로 고인 피를 빼 주셨다. 평소에 워낙 통증을 잘 참아서 그런지, 부위 특성상 통각이 적은 곳이라 그런지 가끔 '아!' 하는 정도로 다행히 견딜만 했다.


    "어이구, 허리야" 숙여서 피를 짜내는 도중에 의사 선생님이 내뱉으셨다. 짧게 끝나지 않았다.

계속 짜내는가 싶다가 뭔가 막 헤집는 느낌도 나고~ 눈을 꼭 감았다가 다시 천장을 바라보다, 다른 생각을 해 보기로 시도도 해 보다가... 꽤 한참 피를 짜 냈다. 거의 마무리가 되어갈 때 다시 붙일 밴드 사이즈로 간호사와 얘기가 오가고 드뎌 처치가 끝났다. 긴장한 탓에 온몸이 경직되서 뻐근.


    다시 의자에 앉았다. 

    "일단 나을 때까지는 방사선 치료 힘드니까, 내일 한 번 더 오시는 걸로 할게요"

    방사선 얘기가 나와 일단 횟수를 물어봤더니 보통 20회라고 대답해주시곤 더 이상 말씀이 없으셔서 진료실을 나왔다.


    동생이 너무 잘 참드라며 아프지 않았냐고  물었다. 끔찍해서 계속,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거침없이 쥐어짜고 나중엔 거즈 같은 뭔가를 집어넣드라며, 보기에는 무척 아파 보였다며. 진료비 수납 대기 중였는데 항생제 처방이 나왔다며 진료실에서 전화가 왔다. 심플하길 바랬던 것과 달리 뭔가 자꾸 추가된다. ㅠㅠ


   진료&처치가 길어지는 바람에 집으로 돌아가야하는 동생의 기차 시각이 빠듯해져, 이후부터는 동생 동행없이 혼자 알아서 하는 걸로 하고 먼저 보냈다. 멀리 경남에서 달려와 준 동생에게 너무너무 고맙다. 초딩맘으로 여러모로 신경 쓸 것들이 많을텐데 먼저 외래 얘기해 준 것도 고맙고... 막내 같지 않은 막내... 

    동생을 보내고 약국 가서 5일치 처방약을 받고 7호선 지하철을 기다렸다. 오후 4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집까지 빨라야 1시간 10분... 퇴근 rush hour와 겹치지 않길 바라며... 휴~~~~~



#상피내암 #수술퇴원후 #첫외래 #고인피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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