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장 안전 점검기 #1

반도체 공장에 대한 마음가짐

by 하인혜

오후 세시. 반도체 공장 교대근무조의 교대시간이다. 반도체 공장 오퍼레이터(반도체 공장 생산직)들이 사복차림으로 누군가는 공장으로, 누군가는 퇴근버스로 삼삼오오 이동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 호황이다. 평택과 용인에는 대규모 반도체 공장이 건설되고 있다. 반도체 공장에 일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그만큼 잘 되는 산업이라 그런지 임직원 대다수의 표정은 여유롭다.


으레 공장 노동자라 하면 떠오르는 회색빛 얼굴을 하고 청색 데님 작업복을 입은 남성 무리들이 떠오르지만 이곳은 다르다. 오퍼레이터 대다수는 여성이고, 엔지니어나 정비반 인원 대다수는 남성이다. 옷도 정말 잘 입는다. 출퇴근 복장을 보면 자기 체형이나 얼굴형에 맞는 옷을 골라 예쁘게 잘 차려입고 있다. 고졸~전문대졸 여성들 중에선 소득 수준과 삶의 질 측면에서 최상이니까 더욱 두드러지는 게 있다. 어떤 측면에선 대졸 여성보다도 더 윤택한 삶을 살기도 하니까 정말 잘 입는달까. 약간 과장을 곁들여서 대학교에 방문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반도체 공장을 '캠퍼스'라고 부른다는데, 왜 '캠퍼스'라고 부르는지 이해할 법하다.


반도체 클린룸에서 작업환경과 현장 내 위험요소에 대해 질문하면 오퍼레이터 분들 눈동자가 초롱초롱하게 빛나곤 한다. 타 사업장에서 이런 인터뷰를 진행할 때 피로함이 드러나는 눈빛과 비교된달까. 일에 대한 자부심과 좋은 회사에 다닌다는 즐거움이 느껴졌다.


이런 좋은 직장에도 그늘은 있다. 아무리 깔끔하다고 해도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은 공장이기에 매달마다 크고 작은 산업재해가 발생하곤 한다. 기계에 끼이고, 화상 입고,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수십 수백 가지의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반도체 공정 특성상, 잊을만하면 직업병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 뇌종양, 혈액암, 다발성경화증, 난소암, 유방암 등등의 다양한 직업병으로 단명하는 사람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캠퍼스에서 예쁜 옷 입고 다니던 사람들이 항암치료로 몸은 야위고, 머리카락은 빠진다. 생기를 잃은 눈동자는 과거의 초롱초롱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반도체 생산 공정 대다수는 클린룸이다. 티끌만 한 먼지 한 톨도 허용될 수 없는 공간이기에 일상생활공간과는 다른 환경이다. 양압 또는 음압 환경으로 시공하여 외부 물질 유입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공간이며, 사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반도체를 위한 공간이다. 당연히 장기간 클린룸에서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작업을 수행한다면 직업병에 노출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 공정 이상으로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석유화학 공장에서도 직업성 질환자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석유화학 공정은 대다수가 개방된 시설이다. 그런데다 화학물질을 직접 취급하는 빈도도 적다. 당연히 반도체 공장만큼 이슈가 되진 않는다.


반도체 공장은 국가전략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 보안 수준이 상당히 높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 대한 정보는 극비로 관리되고 있다. 따라서 직업병 발병 요인을 정확하게 특정하기 어렵다. 반도체 노동자의 직업병 이슈는 굉장히 복잡한 측면이 있다.


글로벌 기업이라 하는 국내 한 반도체 기업이 노동자 직업병 문제로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이 사고를 기점으로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는 대기업들은 안전보건관리 수준을 상당히 개선해오고 있다. 사고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해 반도체 공장에는 자체 안전보건팀을 운영해 대응하고 있다. 그 과정의 일환으로 산업안전보건 컨설팅을 받거나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서 사업장 전체를 점검하기도 한다. 이 사업을 할 때마다 반도체 공장에 방문하곤 한다.


반도체 공장에서 산업안전보건 컨설팅을 진행할 때마다 항상 다짐하고 있다. 오퍼레이터들이 더 오래 건강하게 예쁜 옷을 입고 지낼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기여하자고. 오퍼레이터들이 직업병에 걸릴 가능성을 최소화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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