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장 안전 점검기 #2

반도체 사업장의 안전보건 서류 점검과 클린룸 안전관리 실태

by 하인혜

"서류와 현장의 일치" 안전점검의 기본이다. 산업안전보건법과 하위 규칙인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 사업장 안전보건관리규정과 하위 절차서가 현장에 얼마나 적용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예컨대 고소작업 시에는 안전대와 안전모를 착용하고 안전고리를 체결하여 작업해야 한다고 규정이 정해져 있다면 이 규정에 따라 고소 작업 중인 작업자들이 안전모와 안전대를 착용하고, 안전고리를 체결했는지 절차서를 마련하고 현장 관리자가 꾸준히 확인 점검 해야 한다.


반도체 공장 안전점검도 이와 마찬가지다. 하지만 훨씬 더 복잡하다. 많은 화학물질을 사용하기에 산업안전보건법 외에도 다른 안전보건관계법령도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해당 관계 법령에 근거해서 사내 안전보건 관리규정을 수립해야 하고, 그 규정이 사업장 내에 잘 적용이 돼야 한다.


먼저 법령과 규정이 일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법령 최신 개정안과 사내 규정이 잘 개정됐는지를 검토하고, 법령 기준과 작업 현장이 일치하는지 봐야 한다. 이 영역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소소한 문제점이 발견되곤 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기업 반도체 공장은 안전보건관리 인력만 수백 명에서 천명, 보조 인력까지 합치면 그 이상 인원이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웬만한 대기업 사업장은 법적 기준 이상 관리하고 있다. 반도체 공장은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다른 사업장에 비해 문제점을 발견하기 정말 어렵다. 자동차 1차 협력사에서 하루 종일 위험요인 157가지를 발견한 편임에도 반도체 공장에서는 하루 10가지도 찾기 어렵다. 그만큼 관리 수준이 높다. 공부를 많이 하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 적어도 점검 한 달 전부터 반도체 직업병 사례, 관계 법령 개정 여부, 반도체 공장의 생산 공정에 대한 공부를 하고 출입하게 된다.


반도체 공장도 산업 현장이기에 여러 재해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담당자를 통해 재해사고 이력을 먼저 확인하고 재발 방지 대책이 얼마나 잘 마련됐는지 점검하기도 한다. 서류 확인 후 작업 공정에 출입한다. 반도체 공정 내 재해 위험 요인이 얼마나 있는지, 법과 사내 규정대로 얼마나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스막룸(탈의실)에서 새하얀 방진복으로 갈아입은 뒤, 안전모를 착용하고 클린룸을 출입하게 된다. 방진복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소독 절차를 거치면 새 하얀 클린룸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이 만들어낸 공간 중에서 가장 깨끗하고 정돈된 공간이라는 인상이 들 정도다. 그만큼 사업장 내 위험요인 발견하기가 어렵다. 다른 사업장에 모범사례 예시로 쓰고 싶을 정도다.


깨끗하게 정비된 클린룸을 보다 보면 한편으로는 감탄이 나오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안타까운 감정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잘 정돈되고 깨끗한 공간에서 직업병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나오는지, 출퇴근 시간에 예쁜 옷을 입고 다니던 오퍼레이터들이 항암치료로 인해 머리카락은 빠지고, 체중은 줄어들어 앙상한 몰골로 병상에 누워있는지, 이 사람들이 고통받기 전에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고 말이다.


클린룸을 점검하다 보면 반도체 공장 안전보건팀에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과거 유기용제를 흡입하면서 작업하던 공정에서 직업병 소견자가 발견되면, 해당 공정을 밀폐형 공정으로 전환하고, 최대한 사람이 출입하지 않도록 생산 공정을 자동화해왔다. 누군가는 직업병으로 고통받았지만, 제2, 제3의 직업병 소견자가 나올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안도감이 들 때가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개선해야 할 사항이 나온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건 어쩔 수 없다. 노후 설비를 철거한 현장에서 미처 조치되지 않은 개구부, 일부 경화되어 손상된 국소배기 장치의 자바라, MSDS 경고표시와 그림문자가 노후화되어 식별이 어려운 소분용기, 배관 개선 후 도면 개정이 누락되어 현장과 일치하지 않는 도면, 교체 주기를 초과한 보호구, 극소량이지만 누출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배관 플랜지 등이 발견되곤 한다.


위험요인을 발견하고, 보고서를 작성해서 개선안을 쓰다 보면 누군가가 직업병을 앓을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낮추는데 기여하는데 미약하게나마 보탬이 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사명감이 들 때가 있다. 반도체 노동자들이 오늘 저녁은 뭘 먹을지, 쇼핑몰에서 고른 셔츠는 네이비가 좋을지, 하늘색이 더 잘 어울릴지, 주말에 연인과 어떤 연극이나 뮤지컬을 볼지 소소한 고민의 시간을 더 오래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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