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에 대한 글을 쓰며 너를 빼먹을 수는 없어서
너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에 대한 글을 쓴다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너일 것이다. 행복의 큰 부분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온다고 한다. 너를 만나기 전의 나는 그 말이 크게 와닿지도 않았고, 나를 옥죄는 듯해서 답답하게 느껴졌다. 나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어려운데, 그리고 그건 내 손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거기에 내 행복이 좌지우지된다고? 분하다! 씩씩대는 마음과 별개로 나는 누구보다 관계에 희로애락을 느끼는 사람이다. 아마 그래서 더 답답하게 느껴졌겠지. 그리고 너를 만났다.
너는 나를 보며 늘 천생연분이라고 말했다. 그 말은 나에게 민달팽이의 표피였다. 미끄덩미끄덩. 왜 이런담? 부끄럽기만 한 나는 느리지만 눈 깜짝할 새 빠져나오길 반복했다. 미끄덩미끄덩. 좋긴 하지만 조심해야겠다. 한길 사람 속은 모르는 게 세상만사니까. 마음을 다 주면 안 돼. 노래 가사에도 나오잖아? 하여튼 위험해. 이런 내 마음을 너도 알았을까. 천생연분이라던 우리는 많이 삐걱거렸다. 이제는 더 이상 누군가와 이별하고 싶지 않은데. 법적으로 어른이 되고 강산이 바뀌어가는데도, 시절인연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였다. 난 아직 응애라고. 법, 겨우 사회적인 약속 주제에 네가 뭘 알아. 다행히 우리는 첫사랑과 싸울 때만큼의 체력은 없었고, 겉으로는 꽤나 대화가 통하는 점잖은 어른이라 그 시기를 어물쩍 넘어갔다. 뭘로 그렇게 대립했더라? 이젠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는 조금씩 서로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갔다.
작년에는 너와 결혼을 하고 싶었다. 늘 바뀌려고 노력하는 네가 좋았다. 왜 H랑 결혼을 하고 싶어? 친구들이 물었다. H는 +0.001이야. 엄청 작은 숫자지만, 확실한 건 양수야. 늘 어제보다 나은 내일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 우리 연애 초반에는 엄청나게 싸웠다? 그리고 왜 싸우는지 수많은 얘기를 나눴어. 그리고 함께 내린 결론과 실험, 약속들을 나는 자꾸 까먹고 잊는데 H는 항상 충실히 실행해. H와 함께 하면서 수많은 난관을 만나겠지. 갑자기 깊은 우물에 빠질지도 몰라. 근데 괜찮아. H는 +0.001이니까 수없는 나날을 더해가다 보면 분명히 언젠가 밖으로 다시 나올 거야. 난 그렇게 설명했다. 친구들과 이런 대화를 했던 것이 트리거가 되었을까? 몇 년간 사이가 눈부시게 좋았던 우리는 결혼 문제로 크게 다퉜다. 다투면서 깨달았다. 뭐야, 우리가 처음 싸웠던 것들로부터 하나도 안 바뀌었잖아? H > 0 이 항상 성립하는 게 아닐지도? 내가 함부로 내린 너에 대한 판단이 모래성이 되어 흩날렸다. 머쓱하구먼.
그래도 우리는 손을 잡고, 퇴근하면 전화를 걸었다. 서로 보러 가겠다고 아웅다웅거렸고, 그렇게 만나면 달렸다. 더 웃긴 성대모사를 해서 상대가 큰 소리로 웃으면 그건 그날의 가장 큰 성취가 되었다. 내가 너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든과 상관없이 넌 거기에 있었고, 우린 같이 웃을 수 있었다.
내가 평생 너를 웃겨 줄 거야!
너는 자주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참-나, 아주 웃겨. 어떻게 이런 말을 하지? 나는 또 미끄덩미끄덩, 마음에 점액질이 낀 듯 진득하다. 그래도 이제는 빠져나가진 않고, 그저 허허실실 웃는다. 행복해야 웃는 게 아니라 웃으면 행복하다더니, 내 마음에 행복이 피어오른다. 너를 나도 참 좋아하나 봐.
난 또 올해 다시 너와 결혼을 하고 싶다. 결혼이 무슨 뜻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 근데 너와 그냥 더 오래오래 함께 웃고 싶다. 행복의 가장 큰 부분이 관계에 있다더니, 그 말이 참 싫었는데 이제 그 말이 참 감사하다. 나는 이제 너만 있으면 삶의 어느 순간에는 행복할 수 있으니까. 개인의 취향과 선호가 한순간에는 영원할 것 같아 보여도 긴 호흡으로 바라보면 조금씩 변하듯이, 너를 향한 나의 애정과 나를 향한 너의 애정이 지금의 마음과는 다르게 변하게 될 것이다. 특히, 사람과의 관계는 전부 시절인연이니까. 그러니까 더 좋아해야지. 내가 지금 찾아 나가고 있는 내가 좋아하는 것 30가지 중에, 10년 뒤에는 몇 개가 남아 있을까? 그 모양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시절인연이라는 걸 알면서도 지금은, 너는 계속 지금처럼 남아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