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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스 Oct 22. 2023

개를 키우면 일어나는 일 1-9

사과의 말 한마디 2

정말 모처럼만에 희망찬 기분으로 개 두 마리를 같이 데리고 여유롭게 산책하며 걷던 중 아직은 계절이 겨울을 벗어던지지 못해 벌써 하늘은 조금씩 어두컴컴해지고 있었다.

산 쪽으 난  산책길을 향해 가는 중인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가끔 그 개의 산책을 해주던 그 집 형님이란 지인의 부인이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는 게 들리면서 경험으로 순간 그 집개가 또 풀려서 돌아다니고 있구나 하고 직감했다.

  

우선 불상사를 대비해서 피해야 했다.

후미진 주택 막다른 골목에 들어가 대기하고 서있었고 드디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런...  

역시 또 사람은 보이지 않고 목줄 없는 개만 어둠 속을 먼저 달려가는 게 보였다.  

그냥 그대로 가면 될 텐데 갑자기 잘 만났다 싶었는지 우리가 서있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 달려오는 게 아닌가!


아... 정말 지겹도록 겪었던 위험상황에 노출되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여기 개 있어요 빨리 잡으세요!!!'


소리쳤고 뒷걸음질 치면서 내 두 마리 진돗개를 부여잡고 그 개가 오지 못하게 또 끔찍한 일이 벌어질까 두려워 머리끝이 쭈뼛해지도록 안간힘을 썼다.

어쩌면 그렇게도 그 개를 돌보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급한 게 없고 경각심이 없는 건지 지금 이 순간이 무슨 문제가 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고 어리바리한 행태로 다가와서는 상황을 보고도 왜 내가 이렇게 급하게 소리를 치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미숙하게 움직였다.  


이런 상황을 당한 적이 없어서 저러는 걸까?


난 내 가 물거나 혹은 물릴 수 있는 사고를 최대한 피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것만이 목표였다.

간신히 그 상황을 모면하고 막다른 주택 골목을 벗어나서 일반도로로 나와 숨을 돌리고는 흥분해서 빨리 가지 않으려는 내 개들도  진정을 시키며  서있었다.


그런데 저쪽에서 개만 붙잡고 서있던 지인의 부인이 지금 이 순간 또 한 번 혼비백산했다 살아내게 하는 소리가


'빨리 가요...  왜 안 가? 빨리 가지...'  


'빨리 가라고?'


'우리 개들이 지금 안 가려고 해서 못 가요!'


화가 났다.  

지금 내게 할 말이 그것밖에 없는가?  


왜 이 사람들은 미안한 짓을 해놓고 미안하다고 말하면 큰일 나는 것처럼 하나같이 말을 아끼고 배짱을 부리고 있는 걸까?

풀어놓은 개 때문에 여러 번 놀랐고 또 그걸 피하느라 생고생한 내게 미안하다는 한마디가 그렇게도 아까운 걸까?  

당장의 상황만 무마해서 대충 넘기고 지나가면 된다는 생각인 건가?


'미안해요 빨리 가세요~ '  이거 한마디를 못해?


한참을 숨을 고르며 서있었지만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건지 끝내 들어야 할 말은 듣지 못했다.




집으로 들어와서 개들 챙겨주고는 아무래도 그 개를 돌보는 사람이 견주 외에 그 지인부부까지 세 사람인데 개가 풀려 일어났던 그간의 트러블을 견주와 지인은 같이 겪어 알고 있겠지만 서로 공유를 안 하는 건지 그 여자분은 모르고 있는 것으로 보여 알려줘야 할 것 같았다.   

그래야 앞으로는 조심하지 않을까?

그리고 내가 화난 이유를 그동안의 사건 사고들을 꼭 설명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왜 상식적으로 행동하지 않는지도 물어보고 싶었다.


우리 속담에  참을 인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이때 참았으면 어찌 되었을까?  


참는 게 좋았을까?  

후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랬다면 이변이 없는 한 문제점들은 지금까지 표면화되지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반복되면서 또 다른 누군가에게 어떤 피해를  입혔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난 지금까지도 언제 또 풀려 돌아다니는 개에게 무슨 공격을 당할지 몰라 두려움에 떨며 산책전쟁을 이어가고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만약이란 없는 거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난 찾아가서 알려줘야겠다고 결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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