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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스 Nov 14. 2023

개를 키우면 일어나는 일 1-10

악어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수없이 생각해 봤지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만 들었어도 난 거기를 가지 않고 말았을 것이다.

그래 알고 있으면 됐다.  

다음부터는 개선된 행동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숱하게 반복되고 있는 사고에도 그 한마디를 안 한다는 것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고 있다는 이고 혹은,  잘못한 게 없다는 몰염치에다가 무지함을 넘어 타인에 대한 무례함까지 동반하는 것이다.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알려주고 바로잡으러 가는 게 그때는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다시는 이런 위험한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진짜 몰라서 저러나 싶어서 꼭 한 번은 배려차원에서 정확하게 알려줘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그럼에도 아니 애도 아니고 이걸 굳이 말해줘야 아는 걸까 싶어 발걸음은 멈칫멈칫 몇 번을 망설이는 나를 대변하듯 방황하고 있었다.


이대로 집으로 들어가면 난 모처럼 손가락부상으로 침울했던 지난 달 만에 찾아온 희망찬 하루를 온전히 마감하고 새로운 느낌의 월요일마주하겠지만 찾아가서 그간의 오래 묵은 문제들을 끄집어내서 확실하게 짚어 설명한다면 어쨌든 그것만 해도 속이 다 시원해질 것만 같았다.




좀 전 그 사고를 치르는 중에 그 여자분이 했던 말이 개가 목줄을 하고 다니면 똥을 안 싸서 풀어놓았다고 급하게 변명인지 핑계인지 모를 소리를 늘어놓았었는데 그런 이유로 법을 어겨가며 다른 주민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도 황당하지만 그 개가 그렇게 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평상시 견주가 개를 풀어놓고 제멋대로 동네를 휘돌아 다니게 방치했던 습관이 결국 그 개가 통제를 불편하게 느끼도록 만든 원인이 아닌가 말이다.  

그들 끼리 별일이 아니라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풀린 개에게 수시로 위협을 당하는 불안한 산책을 이어가던 나에겐 상당히 심각한 일인데 서로 공유를 안 하고 그 개와 같이 있는 것을 본 적은 처음인 데다 그동안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 여자분에게는 꼭 알려줘야 다고 생각했다. 

한참을 고민하다 더듬더듬 그쪽을 향해 걸어갔 치열하게 분투 중인 마음속과는 달리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고요한 불 켜진 그 집 가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안에는 그 개와 뒷집에 고 있다는 견주의 지인부부가 보였고 그 개는 내가 온 것을 눈치채고 짖기 시작했는데


 " 잠시 말씀 좀 드릴게요 "


하며 조금 전 현장에 있던 당사자가 나오길 기다리고 문 앞에 서있었다.   

조금 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를 끝내 아끼던 그 여자분은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 또 왔어? 어디? 또 뭐가 왔어?"


문 앞에 서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안에서는 개가 사납게 짖고 있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잠깐사이 든 생각이 저 개 괜찮을까? 였는데

물이 드르륵하고 열리는 순간 생각지도 못하고 피할 사이도 없이 그 개는 총알같이 튀어나와 장갑까지 벗고 공손하게 서있는 내 오른손등을 덥석 물어뜯으며 끌어당겨 들어갔고 난 안 당겨 가려고 손을 빼다가 뒤로 자빠졌다.

그러자 그 개는 또다시 달려들어 내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물고 마치 끊어질 때까지 놓지 않으려는 듯 이빨을 박아 넣어가며 당겨대었고 왼손중지손가락이 부러져서 그 상실감에 절망했던 나였기에 오른손가락마저 잃고 불구가 되면 절대 안 된다는 위기감이 스치는 순간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그 개의 주둥이를 왼손으로 필사적으로 벌려서 내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끄집어고야 말았다.




뉴스에서 악어에게 물린 사람이 사투를 벌이다 초인적인 힘을 내어 악어주둥이를 벌려 팔이나    다리나 뭐 하나를 잃고 기적적으로 살아 나왔다는 해외기사를 본 적이 있다.  

 절박한 심정과 급박한 상황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이상으로 처절한  숨 가쁜 찰나였다.

그러나 사건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내 오른손가락을 구해내는 사이 그 개는 다시 달려들었고 이번만큼은 내 뒤에 멀치감치 서있던 남자분 어깨인지 팔인지를 잡고 뒤로 급하게 숨으며 다행히 공격은 피했지만 그 개는 덤벼들던 여세를 몰아 그 남자분의 허벅지와 무릎을 물어버렸고 그분도 뒤로 넘어져버렸다.

주인(?)이라 안물줄 알았는데...

보호자이니까 뭐든 할 줄 알았는데... 

똑같이 놀라고 겁에 질려 아무것도 못하던 그 남자분은


"왜 나를... 나를" (미냐고)


투덜거리며 자신의 뒤로 숨은 나를 원망했고 그제 그 개뒤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안 하고 비명만 지르고 서있던 그 여자분이 오열을 하며 남편걱정을 해대기 시작했다.

어이가 없었다.  

내가 그 수난을 당할 때 그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그 남편이란 사람은 공격당하고 있는 내 뒤로 피해서 남의 집 불구경하듯이 무엇을 할 생각도 없이 어리둥절해서 서있었고 그 부인이란 사람도 역시 공격하는 개뒤에서 놀라 소리만 지르고 서있었다.

그 개의 당시 보호자이자 견주의 사주인지 부탁인지를 받고 개를 관리하던 자들이 그 누구도 개를 붙잡아 나를 구하려 하지 않았고 본인들 안전만 찾기에 급급하다가 어쩔 수 없이 개입되어 남편이 물리게 되자 그때서야 난리가 났다고 호들갑을 떨기 시작하는 모양새였다.   씁쓸했다.




물론 뜻밖의 큰 사고에 모두 다 놀라고 어찌할 바를 몰라 그랬을 거라는 건 인간적으로 백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럼 졸지에 불가피한 공격을 당한 나는 얼마나 더 놀라고 끔찍했겠는가?

그런 피치 못할 그리고 상상하지 못한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견주? 또는 보호자? 사건화 되고 알게 된 법적으로 말하는 당시 실제 개를 점유하고 있던 자가 했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말할 것도 없이 본인 개를 붙잡아서 제압하여 상대방의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일이다.  

견주는 당시 본인 거주지 근처에 있었을 테니 그 사건 현장에는 없었다지만 책임이 없다 할 수 없고(이 부분은 추후에 다시 언급할 예정이고) 당시 개 점유자였던 지인부부 두 사람 중에  그 누구도 이에 준하는 어떠한 제지행위도 하지 않았다.


이미 다 물어뜯기고 피가 뚝뚝 떨어지고 넘어지고 난 후에야 소리 질러 개를 야단치는?  행위를 약간 했을 뿐 사건이 벌어지는 와중에는 그들도 무서워서인지 공격을 저지시키기 위해 개를 붙잡는 등의 어떠한 소극적인 행위조차도 없었다.

그것은 견주가 아니기에 조금 느슨한 마음도 있었다고 보이고 기본적으로 타인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비양심적인 태도가 있기에 공격당하는 방문자를 그렇게 맥없이 쳐다보고 있었지 않았겠나 싶다.  

나와 상관없는 개라도 누군가 피해를 당하고 있다면 어떻게든 도우려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개를 키우는 같은 입장에서 볼 때 내가 다치더라도 타인의 피해를 줄이고 후일을 위해 내 개의 지나친  잘못을 줄이려는 최대한의 노력과 의무를 다했어야 함에도 그들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 개는 당시 목줄을 하고 있었다 하나 그 줄은 3미터에 달하는 긴 줄이라서 튀어나와 나를 공격하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는 길이였고 문을 열기 전에는 무조건 개 목덜미를 단단히 붙잡고 열었어야 함에하물며 흥분해서 사납게 짖고 있는 개를 두고 안일하게 행동했다는 점이 가장 큰 화근이었다 생각한다.

개주인 들 항상 주위환경과 내 개의 태와  관계를 민감하게 파악하고 기민하게 조치하면서 절대 한순간도 방심해서는 안된다는 5년째 개를 키우며 겪고 깨져가며 배우게 된 교훈이다.   부지불식간에 일어날 수 있는 게 사고이기 때문이고 또한, 줄이 3미터라는 건 옆집에 살던 진돗개 토르 주인분이 선물했다고 들어서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지나고 생각해 보면 이때 그냥 바로 112를 부르든 119를 부르든 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피가 펑펑 솟아나는 오른손등바라보며 충격에 빠져 제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고 오만가지 생각이 밀려와 그 무슨 판단도 하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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