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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스 Oct 22. 2023

개를 키우면 일어나는 일 1-8

이기적인 행동

겨울도 이제 막바지 이월이 돼 가고 있었으니 생각해 보면 개도 털갈이시기가 다가오는 중이었고 그럼 병원에는 가보셨는지 무슨 스트레스라고 하는지 검사는 해봤는지 물어보았다.

병원 간 적은 없고 단지 우리 개와 내가 그쪽 공터와 길을 이용하기 때문에 자기 개가 스트레스로 자해를 하고 털이 빠진다고 추측한다고 했다.


잠깐사이 나도 모르게 깜빡 속아 넘어갈 뻔했다.


난 또 순진하게 그걸 믿고 아무 생각 없이 가장 불편한 걸 말하겠다고 산책 지나갈 때마다 이빨을 온통 드러내고 위협하며 짖어대는데 그럴 때 보면 개 얼굴이 얼마나 험악한지 위에서 보니 잘 안 보여서 보셨지요? 

때마다 제지하고 훈육하는 모습을 보이면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갑자기 반색을 하며 정말이냐고 그렇게 하겠다고 그러는데 그 순간 불현듯 깨달았다.




원래 견주가 했어야 하는 일을 이제야 그가 하겠다는 것뿐인데 왜 내가 그동안 조금의 배려도 받지 못하고 안하무인으로 굴어온 견주를 위해 내 소중한 통행의 자유를 양보당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고 이는 그분의 이득만 있을 뿐 나는 오히려 이용해 오던 공간을 뺏기는 동시에 그분이 늘 주장해 온 사유지 근처의 사유지화란 목적을 마침내 달성하게 해 주면서 내 권리를 박탈당하겠다는 약속까지 해줘야 하는 아주 일방적이고 불평등한 제안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게다가 지금은 구두로 그렇게 하겠다고 하겠지만 그 오랜 기간 보란 듯이 일부러 통제 없이 사납게 짖도록 방치해 온 양심이 하루아침에 달라질 리 만무했다.  


난 단서를 달았다.  하시는 거 봐서 그때 생각해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이다.

그랬더니 갑자기 돌변해서 자기 개만 행복하면 다냐고 공격적으로 따지더니

그럼 안된다는 거네~ 안된다는 거지요?  

코웃음을 치며 심통 난 얼굴로 내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냉큼 뒤돌아 또 외면해버리고 만다.  애초부터 대화를 하자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었다. 그저 자기 목적을 포장해서 편법을 써가며 회유를 해보려던 수작에 불과했고 이기적인 욕심은 본인이 부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그렇지 이분의 특기가 적반하장이었던가?




누굴 바보로 아는지...

그래 잠깐 착각했다. 

그동안 봐온 그분은 그런 사람이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자신만 행복하자고 자기 개를 남의 동네에 마구 풀어놓으며 주민을 공격해도 모르쇠로 일관하살고 있는 동네에서 일반적인 산책을 해오는 주민을 이기적이라고 매도하면서 본인 사유지 주변에  있는 이웃 주택주민들에게는 우리가 쓸데없이 그쪽으로 자꾸 와서 자기 개가 짖는 거라고 책임을 전가시켜서 어느 날 얼굴도 모르고 말도 한마디 해본 적 없는 동네 주민에게 이유 없이 적대적인 눈총을 받게 만든 사람 말이다.


말은 바로 하자면 우리가 그쪽을 다녀서가 아니라 자기 개를 그때마다 훈육하지 않는 견주  본인 자신 때문에 그 개는 끊임없이 혼란을 느끼며 힘든데도 주인눈치를 봐가며 계속 짖어대는 것이란 걸  말이다.




그렇게 봄이 오고 있었다.

내 왼손 중지는 죽기 살기로 부러지도록 눌러대며 재활을 한 끝에 만족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조금씩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상까지 되려면 아직도 멀었지만 어설프게라도 주먹이 쥐어졌고 애써 마음을 달래며

그래....

그래도 오른손은 완전 정상이잖아....  

왼손만 열심히 더 재활하면 되겠지 머 괜찮아지겠지 조금 더 나아질 거야 그럼...

하면서 깊은 절망감에서 조금씩 기어 나오는 중이었다.


재활 중 너무 아픈 나머지 근처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한번 받았는데 수술한 주치의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열심히 누르고 쥐는 재활만 하라고 했는데 물리치료를 받았다고 타박하며 그것 때문에 재활이 늦어진다고 꾸중을 했고 물리치료를 한 근처 병원에서는 손가락을 그 정도 쓰게 해 줬으면 되지 않았냐고 서로 공치사를  하고 참... 물론 두 곳 다 도움이 되었겠지만 그만큼이라도 이룬 것은 상실감을 딛고 고통을 참아가며 하루종일 전투적으로 주먹을 만들며 눌러댄 내 공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겠다. 


조금만 더 하면 좀 더 아질 거 같았다.


오랜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처럼 모처럼의 휴일에 손을 잘 못쓰고 마음이 울적해서 놓아버렸던 집안일을 하나씩 처리해 놓고 깔끔한 기분으로 개들을 데리고 기분 좋게 산책을 나섰다.  

얼마만인지... 

암울했던 터널을 지나온 기분이라  발걸음이 유난히 가벼웠지만 이 날 결국 더 길고 힘들어질 악몽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러게....

웬일인지 몰라도 기분이 너무 좋더라니...

근거 모를 희망에 너무 상기되어 있었던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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