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상황에 맞지 않게 짖어댈 때 바로 적절한 통제를 하지 않는 것은 개에게 지금 짖어도 된다고 알려 주는 일이고 경계를 해도 된다는 신호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 신호를 정확히 알아듣고 우리를 침입자로 인식한 그 집개는 그분의 사유지 앞을 지나칠 때마다 간간히 주인 쪽을 돌아봐가며 갈수록 더욱더 맹렬히 짖어대곤 했다.
'안돼!! 빨리 가!!! 돌아가! 네 집으로!!! 가!'
온 힘을 다해 소리치며 또다시 습관처럼 닥쳐온 이 위기를 벗어나려 애썼지만 뒤에 주인이 버티고 있다는 자신감 때문인지 이번엔 이 개가 좀처럼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그보다 이쪽에서는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저쪽은 신선놀음하듯이 별다른동요가 없어 보이는상황이 더 놀랍고
'빨리 와서 개 좀 잡으세요!!! 빨리 좀! 잡아가세요!!!'
있는 힘을 다해 소리 질렀고 나로서는 구조신호이자 당신의 사유지밖인 도로에 풀려있는 당신의 개가 또 공격을 하고 있으니 이번만큼은 명백한 이 사단에 주인으로서 책임을꼭 다하라는 준엄한 경고였다.
다급하게 여러 번 소리치고 나서야 느릿느릿 뭐가 움직이는 게 보였고 호시탐탐 서로 노리며 으르렁대던 진돗개 두 마리가 대치하는 사이 난 공격해 들어오는 그 개를 피해 봄이를 이리저리 내 뒤에서 숨겨가며 내 개가 아닌 이상 목덜미를 잡아챌 수도 없는 노릇이고 온통 이를 드러내며 달려드는 개를 내 몸으로 막을 수도 없는 일이라서 발을 차대서 쳐들어오는 걸 막으며 주인이 빨리 와서 데려가길 기다리는 수밖에는 없었다.
이곳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상황에 비해 무슨 이유에서인지 생각만큼 주인은 빨리 나오지 않았고 주인 있는 쪽을 애가 닳아서 쳐다보면서 공격해 들어오는 개를 정신없이 피해 가며 빨리 와서 데려가라고 연신 소리를 지르던 그 순간
'아! 악!! 안돼!'
그 개는 내 다리사이를 파고들어 봄이 주둥이 주변 턱주가리를 물어뜯었고 내가 목줄을 바투 잡고 계속 뒤로 숨겨 빼돌리는 바람에 봄이는 제대로 피한다거나 같이 물거나 하는 대응도 한번 못해보고 맥없이 허무하게당하고 말았다.
지난번 트라우마로 인해 우리 개가 물게 되는 상황만 겁이 나서 그것만 막으려고 주력하다 보니 봄이가 미처맞서볼틈 없이잡아 빼돌리기만 했던내 잘못이었다.
그제야 비척비척 나타난 사람은 주인도 아닌 같이 있던 지인...?
좀 뒤에 주인이 따라왔고 둘 다 늘 그렇듯 역시 그 개를 잡지를 못하고 발로 어떻게 몰아갔는지 난 사실 여기서부터는 무엇이 먼저였는지는잘 기억을 못 하겠다.
불시에 먼저 당해 흥분해서 그 개에 덤비려 드는 봄이를 붙어 싸우지 못하게 제지하느라 바빴고 도로에 흩뿌려진 봄이 핏자국들과 그 냄새들...
피투성이가 된 봄이 주둥이와 몸이 눈에 들어오면서 난 너무 놀라 분노했고
그들을 향해 뭐 하는 거냐고!...
개를 또 풀어놓고!...
여기 큰일 난다고 빨리 오라고 그렇게 소리쳐도 오지를않고!...
도대체당하고 있는 사람은 어떻게 되라는거냐고!!!..
대체 왜? 뭐 하시는 거냐고 쏟아부었던 거 같다.
주인이란 자는 듣다가 가버린 거 같고 지인이 남아서 마저 듣고하는 변명은 가건물에 같이 있다가 개집으로 들여보내는 중에 개가 탈출했다는 것인데 그게 이유가 되는 걸까?
역시 목줄은 없었다는 얘기이고 사유지여서 그랬다면 더 철저히 개를 잡아서 이동시켜야 했다. 우리 개는 목줄 없어도 말을 잘 듣는다는 자만심과 우월감으로 남의 동네 누군가에겐 계속 위협을 가하고 있는 걸 뻔히 알면서방심하고경각심 없이안일하게 풀어놓는일은 일종의 협박행위로 볼 수있다.
사유지 주변에 접근하지 말라는 암묵적인 표현이자불합리하고이기적인강요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서개를 이용하는준범죄행위에 포함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들은 이런 심각한 일을 너무도 예사롭게 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간과하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는 것이다.
매번 그 사유지 대문? 앞에서 공격을 당할 때도 그래왔지만이번에도역시뒤도 안 돌아보고 사과라고는 한마디 없이 가버렸다.
그들에게 사과 한마디는 그렇게 어려운 걸까?
절대 하면 안 되는 말인 건가?
죄송하다 또는 미안하다 한마디 하는 순간 무슨 가시적인 책임을 뒤집어써야 할위험이 있다고 지레 짐작해서 끝까지 그 한마디를 안 하고 버티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는 것인가?
아니면 자신은 그럴 짓을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거만함으로 끝내 그 말만은 스스로 거부하는 것인가?
더 이상 참을 수는 없었다.
사람 같지 않아도 한 번은 할 말을 해야 했다.
부들부들 떨리는 몸과 마음을 부여잡고 가로등밑으로 가서 털썩 주저앉아 봄이 상처를 살펴봤지만 피가 낭자해서 어딘지 잘 보이지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