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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드리 Jun 04. 2023

부부가 아이처럼 산다면 싸울 일이
있을까

나는 커서 민우랑 결혼할 거야

민우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말솜씨로 여자친구들과 역할영역에서 놀이하는 것을 좋아했다. 여자 친구들은 모두 민우와 엄마 아빠 놀이를 하고 싶어 했다. 

민우 : 우리 엄마 아빠 놀이하자. 내가 오늘 아빠 할래. 엄마 할 사람? 아기 할 사람?

수연: 나 엄마 할래

준호: 나는 아기 할래

민우 : 이제 놀이하자. 여보 나 회사 갔다 왔어요? 

수연: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밥은? 또 술 먹었지?


수연이는 얼굴도 찡그리고 날카로운 말투로 이야기를 했다.


민우: 여보 나 술 조금 먹었어요. 여보 근데 크게 말해서 무서워요


민우의 말을 듣고 수연이가 미안했는지 좀 더 부드러운 말투로 이야기를 해주었다.


준호: 응애응애


준호는 아기처럼 기어서 민우에게 다가갔다. 


민우 : 우리 아기 잘 있었어. 아빠가 우리 준호 보고 싶었어요. 

준호 : (더 크게) 응애응애

수연 : 아기가 수도꼭지 걸려서 아프대요. 열도 나서 얼굴도 빨개요.  병원 가요. 돈도 가져가요

민우: 돈 내가 가져올게요. 기다려요.


민우는 미술영역에서 종이에 1000원을 2장 그려서 수연이에게 가져다주었다. 수연이 동생이 수두에 걸린 적이 있는데 수두를 수도지에 걸렸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역할영역에서 놀이하는 아이들의 대화만 들어도 너무 재미있었다. 


수연 : 여보 돈을 뚝딱 만들었네요. 역시 여보는 멋져요.

민우 : 고마워요. 우리 아기랑 병원 가요

준호 : 나 아기 안 할래. 주사 맞기 싫어.

민우 : 알았어. 그럼 병원 갔다가 다 나았다고 하자

준호 : 좋아. 병원 갔다 와서 아기는 잠이 들었다고 하자. 나는 아기니까 잔다

민우 : 여보 아기가 병원 갔다 와서 잠을 잘 자고 있어요. 이불도 덮어주고 자장자장도 해줬어요

수연 : 우리 아빠는 나 자장자장 안 해주고 매일 술만 먹고 오는데 그래서 엄마랑 매일 싸워. 민우 같은 아빠 있었으면 좋겠다.

민우 : 우리 아빠도 술 먹을 때 있어. 어른들은 과자처럼 술이 맛있나 봐.  엄마가 그러는데 아빠도 속상하면  

과자처럼 술 마셔야 기분이 좋아진데.  과자도 많이 먹으면 배 아프고 이빨 아프니까 술도 많이 먹으면 몸이 아픈 거야. 그래서 엄마가 아빠한테 술 많이 먹으면 아빠 걱정돼서 조금 먹으라고 하나 봐.

수연 : 그래? 우리 아빠도 속상해서 과자처럼 술 마시나 봐. 엄마는 그 과자가 아빠 몸에 안 좋아서 싸우는 거네. 아빠를 좋아해서 싸우는구나. 오래 오래 같이 놀으려고 키키. 나는 커서 진짜 민우랑 결혼할 거야. 나랑 잘 놀아주니까

민우 : 그래 나랑 결혼하자


나도 민우 같은 남자랑 결혼하고 싶어졌다. 아이인데도 여자 마음을 어쩜 저렇게 잘 알아줄게. 멋지다 민우야!


아이들처럼 어른들의 세계도 돈이 없으면 뚝딱 그려서 만들고 시간여행처럼 병원에 가기 싫으면 뿅 하고 병이 사라지고 결혼하고 싶은 사람을 아무 조건 없이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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