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커서 민우랑 결혼할 거야
민우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말솜씨로 여자친구들과 역할영역에서 놀이하는 것을 좋아했다. 여자 친구들은 모두 민우와 엄마 아빠 놀이를 하고 싶어 했다.
민우 : 우리 엄마 아빠 놀이하자. 내가 오늘 아빠 할래. 엄마 할 사람? 아기 할 사람?
수연: 나 엄마 할래
준호: 나는 아기 할래
민우 : 이제 놀이하자. 여보 나 회사 갔다 왔어요?
수연: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밥은? 또 술 먹었지?
수연이는 얼굴도 찡그리고 날카로운 말투로 이야기를 했다.
민우: 여보 나 술 조금 먹었어요. 여보 근데 크게 말해서 무서워요
민우의 말을 듣고 수연이가 미안했는지 좀 더 부드러운 말투로 이야기를 해주었다.
준호: 응애응애
준호는 아기처럼 기어서 민우에게 다가갔다.
민우 : 우리 아기 잘 있었어. 아빠가 우리 준호 보고 싶었어요.
준호 : (더 크게) 응애응애
수연 : 아기가 수도꼭지 걸려서 아프대요. 열도 나서 얼굴도 빨개요. 병원 가요. 돈도 가져가요
민우: 돈 내가 가져올게요. 기다려요.
민우는 미술영역에서 종이에 1000원을 2장 그려서 수연이에게 가져다주었다. 수연이 동생이 수두에 걸린 적이 있는데 수두를 수도꼭지에 걸렸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역할영역에서 놀이하는 아이들의 대화만 들어도 너무 재미있었다.
수연 : 여보 돈을 뚝딱 만들었네요. 역시 여보는 멋져요.
민우 : 고마워요. 우리 아기랑 병원 가요
준호 : 나 아기 안 할래. 주사 맞기 싫어.
민우 : 알았어. 그럼 병원 갔다가 다 나았다고 하자
준호 : 좋아. 병원 갔다 와서 아기는 잠이 들었다고 하자. 나는 아기니까 잔다
민우 : 여보 아기가 병원 갔다 와서 잠을 잘 자고 있어요. 이불도 덮어주고 자장자장도 해줬어요
수연 : 우리 아빠는 나 자장자장 안 해주고 매일 술만 먹고 오는데 그래서 엄마랑 매일 싸워. 민우 같은 아빠 있었으면 좋겠다.
민우 : 우리 아빠도 술 먹을 때 있어. 어른들은 과자처럼 술이 맛있나 봐. 엄마가 그러는데 아빠도 속상하면
과자처럼 술 마셔야 기분이 좋아진데. 과자도 많이 먹으면 배 아프고 이빨 아프니까 술도 많이 먹으면 몸이 아픈 거야. 그래서 엄마가 아빠한테 술 많이 먹으면 아빠 걱정돼서 조금 먹으라고 하나 봐.
수연 : 그래? 우리 아빠도 속상해서 과자처럼 술 마시나 봐. 엄마는 그 과자가 아빠 몸에 안 좋아서 싸우는 거네. 아빠를 좋아해서 싸우는구나. 오래 오래 같이 놀으려고 키키. 나는 커서 진짜 민우랑 결혼할 거야. 나랑 잘 놀아주니까
민우 : 그래 나랑 결혼하자
나도 민우 같은 남자랑 결혼하고 싶어졌다. 아이인데도 여자 마음을 어쩜 저렇게 잘 알아줄게. 멋지다 민우야!
아이들처럼 어른들의 세계도 돈이 없으면 뚝딱 그려서 만들고 시간여행처럼 병원에 가기 싫으면 뿅 하고 병이 사라지고 결혼하고 싶은 사람을 아무 조건 없이 만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