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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드리 Jun 08. 2023

야호산에서 소리 질러봐!

크게 소리 질러. 미움도 속상함도 사라져

"선생님 준호가 오늘 어린이집 안 가겠다고 어찌나 우는지. 저 회사 때문에 바쁜데 애 때문에 늦었어요. 선생님이 달래주세요. 저 갈게요"


" 어머니 제가 준호랑 이야기 잘해볼게요. 얼른 출근하세요. 전화드릴게요. 조심히 다녀오세요"


"네. 선생님 믿고 가요"


엄마가 가는 모습을 보며 준호는 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준호를 안아주려 하자 싫은 듯 등을 돌려버렸다.


"선생님은 다 알고 있지요. 준호가 왜 오기 싫었는지요. 만화 조금 더 보고 오고 싶었는데 엄마가 빨리 가자고 해서 끝까지 다 못 봤을 거 같은데. 선생님 말이 맞지?"


"맞아요. 저 조금만 보면 되는데 엄마가 막 화내면서 빨리 일어나라고 소리 질러서 어린이집 안 간다고 말했어요. 엄마 나빠요. 엄마는 엄마 하고 싶은 다하면서 "


"준호 많이 속상했겠어요. 그런데 어른들도 하고 싶은 거 못할 때도 많아. 선생님이 그럴 줄 알고 교실에 속상한 마음을 솜사탕처럼 말랑말랑 해지는 마음으로 바뀌는 야호 산을 만들었어요. 같이 가볼까?"


 " 그런 게 어디 있어요? 거짓말"


준호는 투덜투덜 교실로 들어갔다. 교실 문 앞에 <야호산에 온 걸 환영해>라는 글이 쓰여있었다.

교실 문을 열자 종이벽돌 블록으로 야호 산으로 가는 길을 만들고 나무블록으로 정상에 <야호산 정상> 깃발이 꽂아 있었다.  응원용 고깔 확성기를 들고 선생님이 말했다


"어제 우리 반 친구들이 서로 놀이하며 싸우면서 서로에게 나쁜 말을 하는 모습을 보고 선생님이 속상했어요. 속상한 마음을 가지고 집에 갈 때 마음이가 속삭였어. 뭐라고 했을까?"


"마음이가 아프다고 했어요. 마음이가 울고 싶다고 했어요. 마음이가 크게 소리 지르자고 했어요"


"맞았어요. 마음이는 아프고 울고 싶고 속상하니까 크게 소리를 질러보라고 했어요. 그래서 선생님이 야호산에서 아주 크게 소리 질렀어요. 소리를 지르니까 마음이 솜사탕처럼 기분 좋게 말랑말랑해졌어요. 그래서 선생님이 야호산을 우리 반으로 가지고 왔어요. 너희도 소리 질러 볼래?"


어제 블록 놀이로 싸웠던 친구 둘이서 한참 떨어져서 종이벽돌 길을 지나 야호산 깃발까지 올라갔다. 그리고는 확성기를 잡고 크게 소리쳤다.


"어제 네가 내 블록 부셔서 미웠어. 싫었어. 미워 미워~~~ 소리 지르니까 마음이 퐁당퐁당 해지는 것 같아요.

  어제는 미웠지만 오늘은 안 미워져요. 오늘은 사이좋게 놀 거예요"


친구가 확성기를 들고 말했다.


"어제는 나도 블록을 부셔서 미안해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네가 먼저 밉다고 해서 나도 화가 났어. 그래서 나쁘다고 했어. 나빴어~~ 내 맘도 모르고. 소리 지르니까 친구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그래서 나도 오늘은 나쁜 말 안 할 거야. 너랑 재밌게 놀고 싶어"


두 친구는 어깨동무를 하고 야호산을 내려왔다. 다음에는 준호가 올라가서 엄마에게 야호산에서 소리쳤다.


"엄마 나빠. 만화 더 보고 싶었는데 엄마 미워~~~~ 그래도 오늘 일찍 데리러 와. 엄마랑 일찍 집에 가고 싶고 엄마 보고 싶어"


준호는 소리를 크게 지르면서 엄마에게 속상했던 마음을 풍선처럼 하늘로 날려 보낸 것 같았다.


'준호야! 오늘 집에 가면 엄마가 준호 마음 알아줄 거야. 준호가 엄마 오늘 조금만 이해해 주렴'


야호산 때문에 오늘은 교실에서 미움도 나쁜 말도 없는 청정 교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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