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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드리 Jun 15. 2023

자동차 바퀴를 콧속에 넣으면 힘이 세질까?

여자친구도 씩씩하고 멋지단다

쌓기 영역에서 블록으로 주차장을 만들고 있던 성준이가 유미에게 다가갔다.


"주차장 놀이 같이 하자? 너 잘 만드니까 우리 같이 놀자?"


"남자애들은 나한테 왜 매일 만들어 달라고 하는 거야. 주차장 놀이하려면 자동차 있어야 되는데 자동차랑 블록 가지고 와. 내가 만들어줄게"


"고마워. 너는 남자보다 만들기를 더 잘해"


성준이는 신이 나서 유미가 말한 자동차와 블록을 가지고 왔다. 유미는 블록을 동그랗게 주차장 울타리를 만들고 종이벽돌블록으로 2층짜리 주차장을 만들었다. 성준이가 주차장에 자동차를 넣으려 하자 바퀴가 빠졌다.


"자동차 바퀴 빠졌네. 이거 콩만한데. 집에서 콩 콧속에 넣었는데 흥하고 코로 소리 내니까 빠졌어. 내가 해볼까?"


"선생님이 코에 장난감 넣으면 병원 가야 된다고 했잖아. 하지 마"


"안 무섭거든. 메롱 메롱. 내가 코에 넣는다. 바퀴 작아서 잘 들어가는데. 하나도 안 아파. 이제 흥 해볼게"


"야~~ 흥 했는데 바퀴가 없어? 뱃속으로 들어갔나 봐."


"어떻게 해. 아~~ 앙. 아~~ 앙"


"유미야! 왜 울어? 무슨 일이에요?"


"선생님 유미가 코에 자동차 바퀴 넣었는데 흥해도 안 나온데요. 그래서 막 울어요. 내가 하지 말고 했는데 아앙~~ 아~앙"


유미와 성준이가 겁이 났는지 크게 울기 시작했다.  유미를 달래주고 유미 엄마와 통화를 했다.


"선생님이 병원 가주세요. 저 오늘 야근이라서 병원 갈 수가 없어요. 그리고 우리 유미 말 좀 잘 듣게 해 주세요. 저번에 오빠한테 보여준다고 코에 콩을 넣었어요. 다행히 나오기는 했는데. 유미가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병원 가서 엄청 울텐데 유미 잘 부탁드려요. 유미 때문에 선생님이 고생이시네요"


"아니에요. 어머님 제가 너무 죄송해요. 친구들과 놀이하다 코에 넣었나 봐요. 병원에서 치료 잘 받고 전화드릴게요. 어머님 너무 걱정 마세요"


유미 엄마의 전화를 끊고 유미와 병원에 갔다. 병원에 도착해서 내 손을 꼭 잡았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유미야 주사도 안 맞아도 되고 작은 핀셋으로 콧속에 있는 바퀴만 살짝 뺄 거예요. 선생님이 손 꼭 잡아줄게요. 엄마한테도 유미 혼내지 말라고 말해줄게. 걱정하지 마. 친구들한테도 유미 병원에서 울지도 않고 씩씩하게 있었다고 말할게요. 용기 낼 수 있지요. 용기 비타민 먹고 치료 잘 받자"


의사 선생님이 유미의 코를 보려 하자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간호사 선생님과 내가 손과 발을 잡아주고 의사 선생님이 콧속을 들어다 본 후 콧속에 바퀴를 빼주었다. 다행히 바퀴가 깊숙이 들어가지 않아서 상처 없이 금방 빼낼 수가 있었다. 치료하는 동안 울었던 유미는 바퀴를 빼내자 진정이 되었다.


"선생님 저 운 거 비밀이에요. 친구들한테는 정말 씩씩하게 치료받았다고 해주세요"


"알았어요. 나는 유미가 운 소리 못 들었는데. 지금도 치료 끝나고 멋지게 앉아 있잖아. 유미는 씩씩한 게 좋아요? 씩씩하고 힘이 세 보이고 싶어서 코에 바퀴 넣어본 거야? 친구들이 유미 콧속에 바퀴 빠지면 멋지다고 말할 거 같아서"


"네. 엄마는 매일 오빠만 씩씩하데요. 나도 힘이 세고 씩씩한데.  남자보다 힘이 세고 멋지고 싶어요"


"유미야. 선생님이 만난 여자친구 중에 유미가 제일 늠름하고 멋있어. 힘이 세고 멋있는 건 콧속에 바퀴를 넣어서 빼는 걸로 보여주는 걸까? 오늘 블록으로 주차장을 만드는 모습에서 유미의 멋짐을 친구들이 느꼈고 선생님이 쓰레기 버리러 갈 때 종이박스를 들어주는 걸 보고 힘이 세다는 걸 알았어요. 유미는 매일매일 힘이 세고 멋있어요"


"정말요? 제가 그렇게 멋있어요. 어린이집 가면 제가 더 멋지게 선생님 집도 만들어줄게요. 그리고 이제 코에 장난감 안 넣을게요"


"그래 고마워. 이제 어린이집으로 가자"


유미와 두 손을 잡고 신나게 병원을 나오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자친구들에게는 어떤 표현을 했을까? 나도 모르게 예쁘다고 표현하지 않았을까? 멋지다는 말은 자주 하지는 않았어. 이제는 남자친구에게도 멋지다 보다 예쁘다고 말하고 씩씩하고 늠름하다 보다는 근사하다로 말해봐야지. 유미가 오늘 내 스승님이 된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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