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연이 손에 있는 달팽이를 색종이에 내려놓았다. 승연이는 3살이지만 언니 오빠보다 달팽이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승연이와 달팽이의 이별이 동화 속 파노라마처럼 아름답게 느낄수 있도록 윤제와 달팽이 장례식장을 준비해 보았다. 햇살반 친구들이 달팽이를 위해 미술영역에 모였다.
"달팽이가 잘 수 있는 통이 필요해. 우리 교실에서 찾아보자"
"찾았다. 애들아! 아이스크림 통 어때? 여기에 색종이도 깔고 달팽이를 넣어주자"
"아이스크림 통이 움직이다 다치지 않게 큰 뿅뿅이도 넣어주는거야"
햇살반 친구들의 생각대로 알록달록한 장례식장이 되었다.
"달팽이는 땅에만 있으니까 바다에 가보지 싶지 않을까? 우리가 바다 선물해 주자"
"어떻게?"
"어제 선생님이랑 미역놀이 했잖아. 미역에서 바다 냄새난다고 친구들이 말했으니까 우리 미역을 상자옆에 두자그러면 달팽이도 냄새 맡고 바다에 갈 수도 있잖아"
미역을 물에 불려 윤제에게 주었더니 아이스크림 통 옆에 미역을 놓아주었다. 달팽이는 아이들의 정성으로 처음으로 바다 내음을 느껴보며 넓은 바다의 품으로 돌아갔을 것 같다. 이토록 행복한 달팽이가 있을까?
윤제와 친구들은 달팽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해주었다.
"다음에는 땅속에만 있어야 돼. 밖은 너무 덥고 물도 없어. 잘 가"
아이들과 함께 달팽이를 보낼 준비를 하고는 어린이집 마당에 빈 화분에 함께 묻어주었다. 저 작은 달팽이의 죽음을 이리도 슬퍼하는 아이들이 있을까? 똑같은 길을 걷는 어른들에는 너무 작아 보이지 않았을 달팽이는 오늘 천사를 만나 정말 천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