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름드리 Jun 28. 2023

다친 너를 안고 응급실로 뛰어가며 천만번 미안했다

가슴이 무너졌다. 눈물이 쏟아졌다. 하루가 정지됐다.

점심시간 반찬과 국과 밥을 배식하고 있었다. 윤희는 배식한 식판을 가지고 의자에 앉다 식판을 떨어트렸다.


"괜찮니? 윤희야 선생님이 닦아줄게. 기다려요."


"내가 모르고 떨어트렸어요"


"윤희가 다치지만 않으면 괜찮아요. 선생님도 실수해요. 바지에 국물이 묻어서 갈아입어야 할 것 같아. 선생님이 얼른 닦고 갈아입혀줄게"


"네 선생님 "


윤희가 부끄러워할 것 같아 얼른 바닥을 닦기 시작했다.


"선생님 저 밥 다 먹었어요. 양치할게요"


"양치할 때 화장실에서 순서 지키기로 약속해요. 화장실에서 장난하면 다칠 수 있어요"


나는 윤희를 도와준 후 밥을 한 숟가락 먹기 시작했다. 벌써 밥을 다 먹은 친구들이 있어 내가 얼른 밥을 먹고 화장실에서 양치지도를 해야 했다. 화장실에서 준호가 먼저 양치를 하고 있고 그 뒤에 동준이가 서 있었다. 준호가 양치 거품을 만들자 동준이도 같이 양치 거품을 만들었다. 양치 거품을 손에 묻혀 거울에 그림을 그리려고 거울 앞으로 다가가다 동준이는 균형을 잃고 넘어지면서 남자 소변기에 머리를 부딪히고 말았다. 동준이가 일어서자 귀 뒤에서 피가 흘렀다.  


"동준아! 피나. 귀에서"


"피 아~~ 앙~~ 앙"


 나는 울음소리를 듣고 쏜살같이 화장실로 달려갔다. 준호는 동준이의 피를 보고 놀라 울면서 말했다.


"내가 그런게 아닌데. 동준이도 같이 거품 장난했어요. 우앙 동준아 미안해 아~~ 앙"


"동준아 괜찮니? 피나서 놀랐지요. 괜찮아요. 병원 가면 하나도 안 아파. 선생님이 옆에 있을게. 준호도 너무 놀랬지요. 괜찮아요. 선생님이 지금 준호 못 안아줘서 미안해요. 옆반 선생님이 오실 거야. 선생님 얼른 동준이랑 병원 가서 치료받고 올게요."


동준이도 준호가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모두 놀라고 있었다. 동준이 어머님께 먼저 전화를 드린 후 동준이 어머님이 지정해 주신 대학병원으로 갔다.  대학병원에 도착한 후 동준이를 꼭 안고 뛰기 시작했다.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동준이는 내 품에 안겨있었다. 의사 선생님이 동준이를 진료해 주셨다. 귀 뒤쪽을 3바늘 정도 꿰매야 한다고 하셨다. 의사 선생님 말씀을 듣고 지옥에 떨어진 것처럼 심장이 뜨거워졌다.


'나 때문이다. 양치할 때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점심을 먹지 말고 아이들을 봐줄걸. 얼마나 아플까? 내가 다쳤어야 되는데'


속으로 미친 듯이 울고 있을 때 동준이 엄마가 병원에 도착했다.


"어머님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동준이가 귀 뒤쪽을 3바늘 꿰매야 한데요. 제 잘못이에요. 더 세심히 돌봤어야 했는데. 너무너무 죄송해요"


눈물이 장마처럼 쏟아져 내리면서 내 목소리는 떨려 있었다.


"선생님 너무 미안해하지 마세요. 선생님 잘못 아니에요. 7살 아이들이 화장실에서 양치하다 장난쳐서 그런 거니까 괜찮아요. 저번에는 집에서 계속 빙글빙글 돌다가 넘어져서 턱 꿰매었잖아요. 선생님도 아시잖아요? 선생님도 남자애 키우시니까 제 맘 아시잖아요. 상처는 치료받으면 되죠. 너무 울지 마세요. 선생님이 더 놀래신 것 같아요"


"어머님 정말 감사해요. 이해해 주셔서요. 동준이한테 제일 미안해요. 정말 죄송해요"


동준이 엄마가 나를 위로해 주는 말에 너무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동준이는 울면서도 씩씩하게 치료를 받았다. 동준이는 치료를 받고 나서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선생님 팔 아프겠다. 어린이집에서 계속 나 안고 뛰어서. 나 무거운데. 선생님 울지 말아요. 화장실에서 장난 안 할게요. 선생님 우니까 나도 눈물나고 미안해요"


"아니야 동준아. 선생님 손 하나도 안 아팠어. 동준이 하나도 안 무거워. 선생님 파워레인저처럼 힘 쎄잖아.  동준이가 씩씩하게 치료받아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이제 울지 않을게. 선생님이 정말 미안해. 다음에는 우리 같이 양치하자"


동준이와 엄마는 집으로 하원하고 나는 힘없이 어린이집으로 돌아갔다. 교실로 들어가서 준호를 안아주었다.


"준호야 걱정 많이 했지. 동준이 치료 잘 받았어. 동준이 병원에 치료하러 급하게 뛰어가서 우리 준호도 속상한데 못 안아줬네. 얼마나 우리 준호 놀랬을까?"


"선생님이 울어서 미안했어요. 이제 울지 말아요. 저 장난 안 칠 거예요"


"선생님 안 울게요. 미안해. 선생님도 속상할 때 무서울 때 눈물이 나와. 너희들 앞에서 울어서 걱정하게 했네. 다음부터 선생님도 안 울게"


"선생님도 무서웠으니까 내가 안아줄게. 오늘만 울어요. 내가 선생님 엄마처럼 안아줄게요"


"고맙다. 우리 준호"


준호에게 위로받으며 안겨 있는 동안 엄마처럼 따뜻함을 느꼈다. 작은 품 안에서 느껴진 위로는 지금도 생각난다.

작가의 이전글 꽁차는 재활용품에 담아 펄 추가까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