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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드리 Jun 29. 2023

단옷날 창포물로 아가들 세족식

따뜻한 어린이집에서 자라나는 너희들이 부럽다.

오늘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가정어린이집 곽원장님을 만나러 갔다.  원장님의 가정 어린이집은 아파트 단지 안에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 아가들에게 다양한 수업으로 보육과 교육이 잘 어우러진 곳이다.


"원장님! 요즘도 재밌는 수업 많이 하시죠.  저는 아기들 보는 게 제일 힘들 거 같은데. 정말 대단하세요"


"선생님도 잘 지내나 봐. 얼굴이 좋아졌어. 아가들과 있으면 매일매일 웃을 일이 많아서 아이크림 안 발라도 돼. 이번에 단옷날 창포물로 아가들 세족식 해줬는데 가만히 앉아 있는 모습이 얼마나 이쁜지 몰라 사진 보여줄게"


"세족식이요? 정말 좋은 생각 같아요. 어쩜 우리 아가들 행복했겠어요. 저도 우리 반 아이들 위해 꼭 해줘야겠어요"


원장님은 마치 자신의 아이들을 자랑하는 엄마처럼 신이 나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엄마들에게 보내준 알림장도 보여주었다.


음력 5월 5일(양력 6월 21일)은 1년 중 양기가 가장 왕성한  "단오"입니다. 이날은 우리나라 4대 명절 중 하나인데요. 예로부터 "단오"날에는 창포를 넣고 삶은 물에 머리를 감았다고 하네요. 창포의 특이한 향기가 나쁜 귀신을 쫓으며 창포물로 머리를 감으면 윤기가 나고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는다고 했답니다

단옷날을 맞이해서 아기 친구들과 "단오"라는 명절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도 듣고 "단오" 날에 사용했다는 창포에 대해서도 알아보았어요. 기다란 이파리인 창포를 실제로 보고 만지고, 냄새도 맡으며 탐색활동도 해보았답니다. 그리고 창포물에 발을 닦는 세족식도 했답니다.

원장님께서 친구들 한 명 한 명 발을 창포물에 닦아주시며 우리 친구들의 건강을 기원했답니다

오늘 창포물에 발도 닦고 얼굴에 오이 마사지도 해보았습니다.


아가들의 표정은 정말 진지했다. 원장님이 직접 창포를 보여주자 손가락으로 콕 찔러도 보기도 하고 코에 가져가 냄새를 맡아보기도 했다. 세족식의 의미는 모르지만 왠지 가만히 앉아 순서를 기다려야 할 것 같은 표정이 너무 귀여웠다. 원장님이 발을 닦아주자 간지러웠는데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가들도 원장님이 건강해지라고 사랑의 손길로 발을 닦아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사진을 보면서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사진 같았다.


"원장님! 단오가 무슨 날인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아기들을 위해 단옷날을 알려주고 건강을 기원하며 발을 닦아주는 원장님이 있어서 아가들은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저도 원장님 만나면 더 열심히 우리 반 아이들에게 교육해 줘야지 하고 반성하게 돼요. 가정어린이집은 보육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힘드시죠?


"많이 힘들어. 가정어린이집에서 열심히 재밌는 교육을 많이 하는데 이런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 이제는 나이 드니까 체력적으로 힘드네. 아가들 위해 오래오래 이 일을 하고 싶었는데"


저번보다 야윈 원장님의 모습을 보니 내가 다 마음이 아팠다. 아가들을 위해 정말로 열심히 묵묵히 보육해 주는 가정 어린이집은 이제 점점 사라지고 있다. 크고 넓은 환경이 최고가 아니라 편안하고 아담하고 익숙한 가정 어린이집에서도 양질의 보육과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부모님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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