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름드리 Jul 25. 2023

고소하고 사각사각한 고구마순볶음반찬

어머님과 할머니 생각나는 고구마순나물


시장에 가면 제철 나물이 구멍 송송 난 빨간 소쿠리에 동그란 이글루처럼 담겨 있는 모습이 참 예쁘답니다. 어릴적 할머니가 마당에 박스를 깔고 앉아 불편한 한쪽 다리를 쭉 뻗으며 고구마줄기를 다듬고 있었어요.  고구마순나물을 가족들이 좋아해서 손가락이 까맣게 될 때까지 다듬어 맛있게 무쳐주셨답니다. 그때는 어린 마음에 할머니가 해준 음식이 당연하게 매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시어머니는 고구마순으로 김치를 담가주셨어요. 신김치를 좋아하는 저를 위해 알맞게 익혀 주신 고구마순 김치는 톡 쏘는 맛이 있어 참 좋아했어요. 시어머니의 고구마순김치도 할머니에 고순 고구마순나물도 이제는 먹을 수가 없네요. 곁에 계셨을 때 배워두었으면 참 좋았을 걸 후회가 됩니다.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신랑은 고구마순만 보면 어머님 생각을 한답니다. 얼마나 보고 싶을까요? 그 그리움이 가늠이 안되지만 오늘은 어머님을 생각하며 고구마순나물을 반찬으로 싸주어야겠어요.


고구마순은 고구마줄기와 동의어라고 하네요. 고구마순의 효능은 칼륨과 비타민 B6가 많아 뼈건강 도움이 되고 칼로리가 낮고 식이섬유가 풍부해서 포만감을 주어 비만예방에도 좋다고 하네요. 이제 나이 들어가는 신랑의 무릎건강과 점점 나오는 뱃살에 도움이 많이 되는 음식이에요.  고구마 줄기는 사춘기 아들이 옆에서 이어폰을 끼며 함께 손질해 주었어요. 고맙다 아들. 시장에서 7천 원어치 산 고구마줄기가 손질하고 나니 뿌듯하네요. 이제 소금을 약간 넣고 센 불에 삶아요. 삶은 고구마줄기는 빨래터에서 빨래하듯 찬물에 치대면서 헹궈주었습니다. 그러면 고구마줄기가 조금 부드러워진답니다. 이제 참치액젓, 국간장, 고춧가루, 들기름, 다진 마늘 넣고 볶아주었어요.

완성된 고구마순볶음은 아주 맛있지는 않지만 갓 지은 밥에 고추장과 참기름에 쓱쓱 비벼먹으면 여름 별미예요. 오늘은 고구마순볶음과 열무김치, 소불고기와 깻잎, 볶음 고추장을 싸주었답니다.


"여보 더운 여름 입맛 없어도 고구마순반찬 한입에 어머님 생각 한 스푼 더해 맛있게 먹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처음입니다 조회수가 10000 감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