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고추 3형제 중에 꽈리고추가 최고입니다
시장 가면 초록이들이 참 많이 나와있답니다. 초록이 고추 3형제는 꽈리고추, 청양고추, 아삭이 고추예요. 어린이집에 다니는 저는 입맛도 아기가 되어가는지 조금만 매우면 잘 먹지 못해요. 그래서 아삭이 고추는 된장에 무쳐서 먹고 청양고추는 설탕과 1:1로 청을 만들었답니다. 청양고추청과 고기가 어우러지면 육즙도 부드러워지고 맛도 감동이랍니다. 꽈리고추는 몇 년 전부터 여름이면 제가 먼저 찾게 되는 친구랍니다. 어른들이 여름이면 노각무침, 호박나물, 고구마순볶음, 오이지무침, 꽈리고추찜을 먹는 모습을 보며 세상에 맛있는 음식이 많은데 밋밋한 채소반찬을 왜 좋아하는지 궁금해했어요. 밋밋함속에 깊은 풍미와 풋풋한 고소함을 나이가 들어가니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남편이 초록이 반찬을 좋아하나 봐요. 오늘은 여름 친구 꽈리고추찜을 반찬으로 만들어주어야겠어요.
꽈리고추는 꼭지를 따고 물로 씻어주세요. 비닐봉지에 밀가루를 조금 넣고 꽈리고추를 클럽에 입장하는 것처럼 사정없이 흔들어주세요. 정신이 혼미해진 꽈리고추를 찜기에 넣고 물이 끓기 시작하면 5까지 천천히 세어본 후 불을 끄고 조금만 조용히 기다려주세요. 마늘, 파, 올리고당, 간장, 고춧가루, 참기름을 넣고 고소미 담당 깨를 뿌려주세요. 양념할 때 뜨거우니 목장갑 위에 비닐장갑 끼면 소중한 손을 지킬 수 있답니다. 꽈리고추찜은 바로 먹어야 참맛을 느낄 수 있어요. 양념 무치면서 남편이랑 저랑 반은 먹은 것 같네요.
꽈리고추에 있는 캅사이신은 신경 전달물질인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시켜 기분을 좋게 하고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어요. 남편이 요즘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다고 해요. 회사에서 필요한 자격증을 준비한다며 우리 집 청소년과 함께 손잡고 늦은 나이에 스터디 카페를 갔답니다. 스터디 카페에서 엄마는 글 쓰고 아빠는 자격증 공부하고 청소년은 수능 공부했어요. 남편이 참말로 좋아하는 꽈리고추찜 먹고 힘내서 자격증을 땄으면 좋겠어요. 오늘은 꽈리고추찜, 돈가스, 멸치조림, 김치볶음을 반찬으로 싸주었어요
'우리 집 가장은 당신과 나 둘이라오. 당신이 쉬어가고 싶으면 내가 달리고 내가 쉬어가고 싶을 때는 당신이 달리면 되니까 너무 열심히 살지 않아도 돼요. 지금처럼만 살아요'